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밀리언셀러 클럽 120
돈 윈슬로 지음, 전행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돈 윈슬로의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은 인상적인 제목과 함께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책표지로 인해서 범죄소설인지 그게 아니면 그와 유사한 느낌의 (범죄소설처럼 보이지만 결국 로맨스로 채워진) 10대 취향의 소설인지(왜 그런 것들 있지 않은가? ‘트와일라잇과 같은 성향의 작품들) 쉽게 예상할 수 없었지만 시리즈로 발표될 정도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완성도를 보여줄 것 같았고, 소매치기 출신에 18세기 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고 의문의 실종 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과 줄거리에서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생각보다는 흥미진진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조금은 느슨해지는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흡인력 있는 이야기와 예측을 조금은 넘어서는 진행은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꽤 즐겁게 읽게 될 것 같다.

 

지하...’는 우선 작품의 주인공 닐 캐리라는 등장인물이 무척 흥미로운 배경-설정을 갖고 있는데,

 

소매치기이며

고아나 마찬가지이고

어린 시절부터 탐정 혹은 도둑질에 관한 수많은 것들을 배웠으며

그러면서도 문학과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서 그쪽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고 있지만 본인이 원하는 뜻과는 다르게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탐정 일을 해야만 하고

왜소한 체격과 (탐정과 관련된 일에 대한) 탁월한 재능

똑똑하고 재치가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부분들도 있고, 거기에 냉소적이고 빈정거리는 말투가 더해지면서 무척 인상적으로 기억되도록 닐 캐리라는 존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첫 작품부터 이렇게 완성된 등장인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 나름대로 공을 많이 들였을 것 같고, 그렇기 때문인지 닐 캐리가 겪는 모험-고난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로 가득하면서도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선명하고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닐의 주변에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음울하고 모호하게만 느껴지는 (‘지하...’와는 다른 성향의) 범죄소설에 비해서 무척 재미에 충실하고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이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이야기의 얼개도 무척 만족스럽다), 닐이 어떻게 가문의 친구들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지에 대한 닐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와 현재 맡게 된 사건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닐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함께 닐의 주변 인물들의 관계들에 대해서도 현재와 과거를 통해서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작품의 시작은 뉴욕이었지만 대부분의 배경은 영국의 런던이라고 볼 수 있는데, 셜록 홈즈나 기타 작품들에서 다뤄지던 음울함으로 자욱한 분위기의 런던이 아닌 여름의 열기로 가득한데, 간혹 어두운 분위기가 내비치기는 하지만 대분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쾌활한 느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두운 성향의 작품을 싫어하는 이들도 만족스럽게 읽게 될 것 같다.

 

마약과 관련된 내용들이 있어서 조금은 싫어하게 될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재미에 충실하고 빨려든다는 느낌이 들게 될 정도로 흡인력 있어서 읽는 재미에 충실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닐 캐리의 독백을 통해서 혹은 혼잣말을 통해서 여러 문학작품들을 인용하거나 은유적이고 뒤틀린 비웃음과 냉소, 비아냥거림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런 내용들을 통해 닐 캐리라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기도 했지만 작품의 내용과는 별개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게 느껴졌으며, 간간히 도시에 대해서 그리고 도시에서의 삶과 사람들에 대해서 감상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범죄소설이 결국에는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단순히 범죄에 대한 집요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개성 있는 등장인물을 창조해내는 것을 넘어서 도시에 관해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하는지를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러모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그의 다른 작품인 개의 힘도 무척 관심을 갖게 된다.

 

 

 

 

참고 : 닐 캐리 시리즈 01 이라는 표기가 있기는 하지만 이후에 닐 캐리 시리즈가 추가로 번역-출판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 같기에 아무래도 읽는 이들의 호응이 적어서 조금은 미루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름 괜찮은 작품인데... 더디더라도 꾸준히 번역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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