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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시간 - 독점 계약 제2판
마르틴 하이데거 지음, 이기상 옮김 / 까치 / 2025년 5월
평점 :
그냥 읽어보고 싶었다. 어차피 이해하면서 읽거나 흥미를 느끼면서 책장을 넘기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냥 읽기만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역시나 어려웠다. 무슨 말인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 없었고. 뭔가 알 것 같다가도 결국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읽어보기만 했다. 그것으로 만족하려고 하고.
무척 재미없고 줄거리도 기억나지 않는 지루한 소설을 억지로 읽어낸 것처럼 어쨌든 읽어봤다. 전공자들은 어떤 식으로 읽었을까? 감탄과 놀라움 혹은 지적인 희열을 느끼면서 읽었을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살짝 부럽다. 나란 사람이 갖고 있는 인문학적 한계-수준이 그리 높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지금도 늦은 건 아니겠지만 좀 더 젊은 시절에 더 열심히 노력했다면 달라졌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지도 모르고.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어떤 걸 느꼈거나 남았는지 소감 같은 걸 묻는다면 말할 게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는 무척 말끔하다. 읽은 걸로 만족한다. 다시 펼칠 것 같지도 않고.
오랜만에 제대로 좌절한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어떻게든 읽어내려고 혹은 이해하려고 애처롭게 애썼다면 지금은 쉽게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기분으로 물러냈다는 점일 것이다. 이게 오히려 더 나빠졌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가벼워짐이 조금은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난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적당하게 그리고 대충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걸 잘 느끼게 되어서인지 오히려 편한 기분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많은 걸 느끼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 그게 내가 아닐 뿐이다.
#존재와시간 #마르틴하이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