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미학 - 서양미술에 나타난 에로티시즘
미와 교코.진중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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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진중권의 ‘춤추는 죽음’을 읽고 생각보다는 괜찮은 내용에 만족스러워서 ‘죽음’이 아닌 반대되는 ‘성’에 대한 내용도 관심을 갖게 되어서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춤추는 죽음’에서도 간간히 언급된 ‘미와 쿄코’가 유학시절에 알게 된 친구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성의 미학’ 머리말에서 그녀가 진중권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번 작품은 ‘춤추는 죽음’과는 반대로 미와 쿄코가 대부분의 내용을 써내려갔기 때문에 ‘춤추는 죽음’과는 구성에서나 내용에서 조금은 차이를 느낄 수도 있다.

 

‘춤추는 죽음’의 경우에는 ‘필립 아리에스’와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죽음에 대한 논의를 두 개의 기둥으로 삼아 미술품들과 진중권의 논의를 진행했다면, ‘성의 미학’의 경우에는 특별히 어떤 논의에 기대지 않고 ‘성’을 소재로 한 미학에 대한 얘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시대적 흐름이나 역사적 변화보다는 ‘성’을 어떻게 미학적으로 다양하게 묘사를 했는지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

때문에 ‘춤추는 죽음’과 같이 어떠한 시대적 흐름과 연관해서 읽어나가기 보다는 ‘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풀어나갔었는지에 대해서의 다양성과 시선에 대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보다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성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침묵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책을 읽는 것으로도 그다지 평범하지는 않을 것 같고, 말미에서 잠시 논하는 고정된 성이 아니라 보다 이질성과 충돌 혹은 융합을 추구하는 결론도 약간은 흥미롭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하나의 그림도 세세하게 따져보면 다양한 의미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고 이런 책을 읽어나가면서 조금은 미술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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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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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1년에 발표된 이 책을 2008년에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과연 그가 지적한 문제들이 하나라도 완화되거나 적절한 방향으로 나아졌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그의 글을 읽으면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궁색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박노자의 물음과 그의 시선은 한국에서 꽤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노자의 책은 처음으로 읽는데, 이전부터 그의 블로그를 통해서 간간히 그의 글을 읽었기 때문에 그다지 생소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글은 귀화한 한국인의 글이라고 믿어지기 힘들만큼 좋은 문장과 표현력을 갖고 있다. 단순하고 투박한 느낌이 아니라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따뜻하다. 개인의 시선이면서도 읽어나가면 그에게 동조하게 되어간다. 매정하지도 않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까분다고 말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그런 사람은 아마도 대충 읽거나 읽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으로 말할 것이다. 단순히 그가 귀화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편견일 것이다.

 

그의 시선은 따스하지만 냉철하고 한국 사회에 젖어서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뒤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갖고 있었던 편견과 오해를 그는 사정없이 지적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민족, 인종, 교육, 사회 등등 그의 시선은 다양한 것들을 보면서도 기본적으로 한국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려하고 있다. 이런 진심어린 지적에 한국은 별다른 반성도 없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도 않다.

여전히 근심어린 그의 비판은 유효하고 읽어나가는 동안 나 자신의 모습도 뒤돌아보게 만든다.

 

사회주의 시절의 소련을 경험하고 몰락한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버린 러시아에서의 생활과 함께 타국인(이제는 자국인) 한국에서의 생활까지 그의 복잡한 경력은 그의 시선을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관점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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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
에티엔 바랄 지음, 송지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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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다닐 때,

문화사회학 관련 수업에서 이 책에 대해서 발표가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내용이 표면적으로만 다뤄졌다면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었다.

개인적으로는 읽지 않았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었지만 당시에는 ‘오타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몇몇 영화잡지들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고작이었기 때문에(지금도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부분이 많았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의 경우나 기타 일본 이외의 사회에서는 ‘오타쿠’라는 의미가 꽤 긍정적으로 다뤄지고 있었는데(최근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되어가는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오타쿠’라는 의미는 일본의 정치-경제-사회적인 조건과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고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008년 현재의 한국은 일본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불안한 예상을 하게 된다)

 

저자는 프랑스 인이면서 일본에서 오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외부인이면서도 일본의 내부적인 상황을 보다 깊이 있게 인식하고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의 논의를 보다 심도 있게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자주 사회-경제적 조건을 고려해야 하며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일본 사회의 부조리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하는 방식은 미셸 푸코나 에드워드 사이드의 시각을 생각하게 만들고 사회학적인 시각으로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오타쿠라 불리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오타쿠’라는 집단이 내성적이고 지저분한 복장에 집에 틀어박혀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단순화하고 있는 것을 해체시키고 있기도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인터뷰를 통한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와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저자가 미리 단정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자신의 생각했던 것들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어봤는지 궁금하게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저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서 어떻게 그들은 저자의 판단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일본 미디어의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과 집단적인 사회구조에 대해서 자주 지적을 하고 있지만 본인도 오타쿠의 자극적인 부분에만 치우쳐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보다 일본의 사회-경제-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오타쿠’라고 불리는 이들의 인터뷰를 더 많이 활용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으리라 생각되었지만... 당시로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오타쿠’라는 집단에 대해서 일본인이 아닌 관심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독특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오타쿠’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책이 될 수 있겠지만 다양한 인터뷰와 저자의 분석은 사회에 대한 다양한 분석의 시선을 보다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곱씹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일본의 교육제도와 사회구조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정확한 분석은 아니라고 발문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좋지 않은 부분은 일본과 닮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 썩 괜찮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오타쿠의 과대망상이 부정적이고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으로 옴진리교를 분석한 부분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한다.

 

오타쿠라는 집단에 대해서 최근은 보다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지적하게 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기본적으로는 퇴행적이라는 것과 현실과 환상 중에서 환상에 우위를 두고 있는 집단이라는 부분에서는 부정적으로 봐야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다 단정적으로 다루기 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참고 : 개인적으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결론을 내었었지만 이책을 읽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오타쿠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나와 동일한 결론을 내게 되어서 약간은 놀라게 되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일본 사회는 전부 오타쿠가 되어갈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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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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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읽은 책을...

엄청나게 느려터지게 읽어내었다.

 

살아가면서 이것 저것 책들을 읽었지만(자랑할 수준은 아니다) 이렇게 내가 알고 행동하는 것들의 뿌리까지 흔들어내는 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 모두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게 하는 책이고 이런 충격이 그다지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충분히 사이드의 말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 같다.

 

그다지 역사적 지식과 중동과 아랍에 관한 지식은 디즈니의 '알라딘'과 어렸을 때 읽었던 '아라비안 나이트', 그리고 최근의 중동에 관한 언론의 보도만이 전부인 나에게 저자가 말하는 많은 것들이 생소하고 얕은 지식에 좌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나간다면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을 다시 바라보도록 만들게 한다.

 

책의 두께로 인해서 책으로 손이 가지 않는 사람들은 처음에 있는 '서설'을 읽고 마지막 장인 '최근의 전개'와 '후기', 그리고 꼭 읽어야 할 '옮기면서'를 순서대로 읽어도 사이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기본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문까지 읽는다면 보다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기도 하고...

 

번역도 훌륭하고 생각보다 충격적인 책이기 때문에 역자의 지나치게 친절한 번역으로 인해서 조금은 본문과 각주가 따로 논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번역자인 박홍규 선생의 열정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 한국의 경우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조금은 당황스러워도 나쁘지 않은 경험인 것 같다.

 

2000년에 출판된 책을 샀기 때문에 새로 개정된 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본문을 읽다가 박홍규 선생의 열정적인 각주를 읽다보면 리어왕과 광대가 떠올라서 조금은 미소를 지으며 읽게 되기는 했지만 각주를 통해서 분명 의미있는 지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글의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만 각주도 꼼꼼히 읽는 것이 보다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옮기면서'에서의 박홍규 선생의 열정에 놀랍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너무 매도하고 오리엔탈리즘을 말하며 정작 본인도 서양에 대한 옥시덴탈리즘을 살짝 보이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의문을 들게 만들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지식인들과 번역에 대한 차이에 대해서는 다들 알면서도 지적하지 않던 부분을 끄집어 내었기 때문에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된다.

 

'동양'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대학을 졸업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때 그시절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때늦은 후회를 하지만 늦었지만 읽었다는 것에 만족감을 보다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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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만든 세상 - 젊은 세대를 위한 단 한권의 디자인 이야기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20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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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공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해서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지게 되었는가? 라는 내용의 책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공간에 대한 관심은 잠시 묻어두기로 하고(관련된 책이 있기는 하지만... 가격이... ^^;;) 디자인에 대한 책을 우선 구입하려고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 이 '디자인이 만든 세상'이었다.

 

나름대로 추천도서로 꼽혔으니 내용도 좋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서 구입을 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일상적이고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 우리에게 선을 보이게 되었는지를 다양한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자주 이용하는 대형할인 마트, 종이컵, 계단 등등등

 

저자가 예를 드는 것들은 때로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이러 것도?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하고 마트에서 흔히 물건을 넣어서 갖고 오는 비닐봉투가 어떻게 종이봉투로 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비닐봉투로 사용이 변화가 되었는지도 알 수 있는 일종의 잡학다식하게 만들어주는 책이기는 했다.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내용도 아니고 방식도 아니기 때문에 건성으로 읽게는 되었지만.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간간히 드는 의문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디자인' 이라는 말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포괄적인 용어로 생각하며 이야기르 전개하는데 이에 대한 저자가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한 서술이 전혀 없기 때문에(톨게이트나 계단에 대한 설명은 '디자인'으로서 설명하기 보다는 '최적화'라거나 '가장 합리적인'이라는 단어로 사용하는게 더 적절한 내용이 많다) 이게 무슨 디자인인지... 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의문을 갖게 되는 내용이 그다지 많이 있지는 않지만 특별히 디자인으로 말할 수 있는 더 좋은 예들이 있었을 텐데도 저자는 가장 자신이 경험한 예들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특히나 집에 대한 그의 의견은 자신이 어떻게 만족할 수 있는 집을 찾게 되었는지와 디자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미안하지만 난 이런 식으로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원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저자의 서술에서 어떤 물건에 대해서 설명을 하다가 얼렁뚱땅 정리도 없이 다른 물건으로 이야기를 넘기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고 여러 과정을 거쳐서 결국 지금은 어떻게 되었다기 보다는 어떤 과정을 거쳤다에서 다른 얘기로 넘어가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몇권이나 책을 쓴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간만에 머리나 식힐려고 펼친 책이었는데...

열만 더 받았다.

 

역시나 뭘 구입하던 잘 생각해보고 구입해야 한다니까.

어설픈 충동구매는 시간과 돈이 낭비된다는 결론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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