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
에티엔 바랄 지음, 송지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3월
평점 :
대학교를 다닐 때,
문화사회학 관련 수업에서 이 책에 대해서 발표가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내용이 표면적으로만 다뤄졌다면서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었다.
개인적으로는 읽지 않았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었지만 당시에는 ‘오타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몇몇 영화잡지들과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고작이었기 때문에(지금도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부분이 많았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의 경우나 기타 일본 이외의 사회에서는 ‘오타쿠’라는 의미가 꽤 긍정적으로 다뤄지고 있었는데(최근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되어가는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오타쿠’라는 의미는 일본의 정치-경제-사회적인 조건과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이외의 국가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고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008년 현재의 한국은 일본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불안한 예상을 하게 된다)
저자는 프랑스 인이면서 일본에서 오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외부인이면서도 일본의 내부적인 상황을 보다 깊이 있게 인식하고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의 논의를 보다 심도 있게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자주 사회-경제적 조건을 고려해야 하며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일본 사회의 부조리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하는 방식은 미셸 푸코나 에드워드 사이드의 시각을 생각하게 만들고 사회학적인 시각으로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들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오타쿠라 불리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오타쿠’라는 집단이 내성적이고 지저분한 복장에 집에 틀어박혀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단순화하고 있는 것을 해체시키고 있기도 하지만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인터뷰를 통한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와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저자가 미리 단정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자신의 생각했던 것들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물어봤는지 궁금하게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저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아서 어떻게 그들은 저자의 판단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아쉽게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일본 미디어의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과 집단적인 사회구조에 대해서 자주 지적을 하고 있지만 본인도 오타쿠의 자극적인 부분에만 치우쳐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보다 일본의 사회-경제-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오타쿠’라고 불리는 이들의 인터뷰를 더 많이 활용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었으리라 생각되었지만... 당시로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오타쿠’라는 집단에 대해서 일본인이 아닌 관심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독특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오타쿠’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책이 될 수 있겠지만 다양한 인터뷰와 저자의 분석은 사회에 대한 다양한 분석의 시선을 보다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 곱씹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일본의 교육제도와 사회구조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정확한 분석은 아니라고 발문에서 다뤄지고 있지만 좋지 않은 부분은 일본과 닮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 썩 괜찮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오타쿠의 과대망상이 부정적이고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으로 옴진리교를 분석한 부분은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한다.
오타쿠라는 집단에 대해서 최근은 보다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지적하게 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기본적으로는 퇴행적이라는 것과 현실과 환상 중에서 환상에 우위를 두고 있는 집단이라는 부분에서는 부정적으로 봐야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다 단정적으로 다루기 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참고 : 개인적으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결론을 내었었지만 이책을 읽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오타쿠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나와 동일한 결론을 내게 되어서 약간은 놀라게 되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일본 사회는 전부 오타쿠가 되어갈 것이라는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