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시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5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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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이번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은 “할리우드 생활 후 6년 만에 발표한 작품으로, 할리우드에 대한 챈들러의 애증이 작품 전체에 녹아들어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 평가에 일정하게 동의가 가능하게 수시로 할리우드에 대한 필립 말로의 냉소와 감상평이 내뱉어지고 있고. 다만, 애증보다는 환멸과 혐오가 더 크진 않을까?

종잡을 수 없는 진행이 여전하지만 세세하게 따지기 보다는 진행 과정과 필립 말로의 내면에(만) 국한을 해서 읽게 되니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최소한 전작인 ‘하이 윈도’나 ‘호수의 여인’에 비해서는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읽는 즐거움이 더 커진 건 내용도 좋았지만 이전 소설들을 읽었을 때에 비해서 마음가짐이 변해서 그런 건 아닐까?

“어느 여름날, 캔자스 출신의 시골 아가씨 오파메이 퀘스트가 말로의 사무실에 찾아와 오빠 오린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세상사에 닳고닳은 자신 앞에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내숭을 떠는 오파메이가 귀여워서였을까, 아니면 너무 심심해서였을까. 말로는 단돈 20달러에 이 묘한 수사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말로가 어슬렁어슬렁 찾아간 베이시티의 싸구려 하숙집에선 마약 냄새와 피 한 방울 안 나게 얼음 송곳을 놀리는 전문 킬러의 흔적이 발견되고, 사건은 점차 수수께끼 같은 범죄로 변해가는데...

뒤이어 정체불명의 사내가 말로에게 모종의 물건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해온다. 약속장소로 찾아간 말로는 다시 같은 방법으로 살해된 시체를 마주하고, 얼굴을 가린 미모의 여성에게 얻어맞고 쓰러진다. 말로가 발견한 것은 한 쌍의 남녀가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사진. 그러나 이 한 장의 사진 때문에 그는 갱단과 영화계, 마약상들의 커넥션에 점점 깊이 개입하게 된다.”

복잡하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는 구성은 여전하지만 영화판에서 활동하다가 이번 책을 쓰게 되었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는 덜 복잡하다는 느낌은 든다. 다만, 어떤 환멸의 기분은 더 짙어지고 깊어지고 있다.

이미 읽었던 다른 챈들러의 소설들을 다시 꺼내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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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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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 해밋의 소설들을 읽게 되니 레이먼드 챈들러가 생각나는 건 당연한 건 아닐까? 챈들러의 대표작을 읽긴 했지만 그래도 못 읽은 게 있고, 그의 단편이나 쪽글들 또한 꽤 훌륭하다는 말에 이 모음집을 읽게 됐다.

 

하드보일드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작가, 편집자, 독자 들에게 쓴 편지 가운데 68편을 묶었다. 그동안 폴 오스터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등을 통해 일부분만 접할 수 있었던 챈들러의 통찰력 있는 견해들을 감상할 수 있다.

챈들러는 이 편지들을 통해 자신의 글쓰기 방식에 대하여, 글을 써서 먹고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소설''추리소설'의 관계에 대하여, 이 타락한 세계에서 모름지기 탐정이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노벨문학상의 가치에 대하여, 좋은 글쓰기의 필수적인 요소에 대하여 간결하게 서술한다.”

 

일반적인 편지의 형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챈들러 본인의 생각을 꽤 상세하게 풀어놓는 경우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전하기도 하는 등 필립 말로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챈들러 이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게 아니면, 현실에서 존재하는 필립 말로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짧은 편지 속에서도 통찰력을 혹은 꼬장꼬장함과 어떤 확고한 신념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와 편집자 그리고 번역자가 챈들러에 대한 깊은 애정을 알 수 있기도 했고.

 

잘 나눠 정리하면서 읽는 재미를 혹은 어떤 주제나 흐름을 만들면서 소소한 뒷얘기 혹은 첨언을 더해주고 있어 읽는 맛이 더해졌다.

 

그의 장편 소설 중 아직 읽지 않았던 리틀 시스터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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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대실 해밋 전집 3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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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의 시작과 끝. 어쩌면 전부.

 

반복해서 읽을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고 더 인상적으로 기억될 몰타의 매하드보일드 탐정의 대명사격인샘 스페이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말할 수 있을 특징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대실 해밋의 소설과는 분명하게 다른 어떤 확고한 짜임새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강렬함으로 가득하다. 수많은 평론가들과 작가들이 이 소설을 왜 그렇게 칭송하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더 자세히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혹은 앞으로도

 

하드보일드의 시작이면서 끝은 결국 몰타의 매일 것이다. 너무 단순하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호들갑 떤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읽었다면 쉽게 수긍할 것이다.

 

탐정이 있고

뭔가를 감추고 있는 매력적인 여인이 있으며

살인과 여러 상황들이 벌어지고

어리둥절함 속에서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덮치듯 등장해서

끌려가듯 쫓기듯 그리고 뿌리치듯 사건을 파헤쳐내고

개운함 보다는 씁쓸함이 감도는 마무리를 짓는다.

 

이후의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자주 보는 공식을 완벽하게 만들어내고 있으며,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꿍꿍이를 감춘 대화들로 가득하다. 냉소적이기도 하고 냉혹하기도 한 글자 그대로 건조함 가득한 이 소설의 매력은 많은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잃지 않고 있다.

 

대실 해밋만이 해냈고 그 자신도 혹은 이후의 그 누구도 올라서지 못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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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없는 남자 대실 해밋 전집 5
대실 해밋 지음, 구세희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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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 해밋의 마지막 장편 그림자 없는 남자는 그의 앞선 결과물과는 꽤 다른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다만, 미로를 헤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여전하다. 악몽까진 아니지만 여전히 어지러운 꿈이긴 하다. 때때로 짓궂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탐정 일을 그만두고 아내 노라와 함께 조용히 생활하던 닉에게 옛 친구 와이넌트의 딸인 도로시가 찾아온다. 그녀는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를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제라도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한다. 하지만 이즈음 와이넌트의 비서가 죽은 채 발견되고, 와이넌트 역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다. 과연 비서를 죽인 자는 누구인가?”

 

도시 이면의 추악함, 여과 없는 묘사, 감정이 절제된 등장인물, 거칠고 폭력적인 사람들, 팜므 파탈 등 그가 잘 만들어냈으며 하드보일드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부분들이 이 소설에서는 덜하거나 의도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있다. 다른 스타일을 모색했던 것일까? 그게 아니면 유쾌한 분위기를 찾아보려고 했던 것일까?

 

결과적으로는 데인 가의 저주와 함께 가장 별로인 완성이라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몇 안 되는 장편을 남겼을 뿐인 그였기 때문에 아쉽긴 하더라도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순간들을 찾아보게 된다.

 

그래도... 아쉽긴 아쉽다.

 

아쉽긴 하지만 그걸 뒤로하고 이제 몰타의 매를 다시 읽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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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열쇠 대실 해밋 전집 4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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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와 두 번째 소설은 흥미로운 구석도 있지만 산만하다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진행이라 말할 수 있을 구성이었다면, 이번 유리 열쇠의 경우는 어떤 경지에 오른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물론, 읽다보면 좀 헤매기는 한다.

 

폭력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비정한 정치 세계를 그린 범죄 소설이다. 도시를 주름잡는 거물 폴 매드빅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자신이 원래 호감을 갖고 있기도 했던, 상원의원의 딸 재닛 헨리와 결혼하려 한다. 마치 동생처럼 매드빅을 따르며 보좌하던 네드 보몬트는 이러한 매드빅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러던 와중에 매드빅의 딸 오팔의 연인이자 재닛의 오빠이기도 한 테일러 헨리의 시체가 발견된다. 네드 보몬트가 수사에 나서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붉은 수확과 유사한 점도 있지만 과격함은 덜하면서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더 말끔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떤 의미에서는 파급력으로만 본다면 몰타의 매보다 후대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도 그렇지만 왜 북유럽에서 이 작품에서 유래한 유리 열쇠 상 Glass Key Award’을 만들었는지도 이해될 것 같기도 하다. 그쪽 사람들이 좋아할 구성과 내용 그리고 마무리인 것 같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매력적인 인물들 그리고 냉소적이고 건조한 대사까지 어째서 범죄소설과 하드보일드가 항상 엮어지고 달라붙어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1931년 소설이지만 낡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혼란 가득하면서 음울하고 묵직한 마무리의 몰타의 매와는 다른 씁쓸하긴 하지만 명쾌함이 느껴지는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다.

 

안개 너머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사랑, 추악한 정치의 이면, 끝을 알 수 없는 불신의 미로가 보일 듯 말 듯 정체를 드러내며 독자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등장인물의 내적인 감정과 생각을 배제한 채 그들의 행동과 주변의 정황만으로 글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독자들이 어느 누구도 온전히 믿지 못하는 불신 속에서 전개가 반전을 거듭하여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건을 해결해 가는 주인공 네드 보몬트는 도박 중독에 목적을 위해서는 불법과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신념과 독립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또한 두뇌를 통한 추리뿐 아니라 거친 폭력의 현장에 뛰어들어 긴박한 혈전을 벌이기도 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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