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열쇠 대실 해밋 전집 4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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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와 두 번째 소설은 흥미로운 구석도 있지만 산만하다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진행이라 말할 수 있을 구성이었다면, 이번 유리 열쇠의 경우는 어떤 경지에 오른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물론, 읽다보면 좀 헤매기는 한다.

 

폭력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비정한 정치 세계를 그린 범죄 소설이다. 도시를 주름잡는 거물 폴 매드빅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기 위해 자신이 원래 호감을 갖고 있기도 했던, 상원의원의 딸 재닛 헨리와 결혼하려 한다. 마치 동생처럼 매드빅을 따르며 보좌하던 네드 보몬트는 이러한 매드빅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러던 와중에 매드빅의 딸 오팔의 연인이자 재닛의 오빠이기도 한 테일러 헨리의 시체가 발견된다. 네드 보몬트가 수사에 나서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붉은 수확과 유사한 점도 있지만 과격함은 덜하면서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더 말끔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어떤 의미에서는 파급력으로만 본다면 몰타의 매보다 후대에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도 그렇지만 왜 북유럽에서 이 작품에서 유래한 유리 열쇠 상 Glass Key Award’을 만들었는지도 이해될 것 같기도 하다. 그쪽 사람들이 좋아할 구성과 내용 그리고 마무리인 것 같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매력적인 인물들 그리고 냉소적이고 건조한 대사까지 어째서 범죄소설과 하드보일드가 항상 엮어지고 달라붙어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1931년 소설이지만 낡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혼란 가득하면서 음울하고 묵직한 마무리의 몰타의 매와는 다른 씁쓸하긴 하지만 명쾌함이 느껴지는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다.

 

안개 너머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사랑, 추악한 정치의 이면, 끝을 알 수 없는 불신의 미로가 보일 듯 말 듯 정체를 드러내며 독자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등장인물의 내적인 감정과 생각을 배제한 채 그들의 행동과 주변의 정황만으로 글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독자들이 어느 누구도 온전히 믿지 못하는 불신 속에서 전개가 반전을 거듭하여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건을 해결해 가는 주인공 네드 보몬트는 도박 중독에 목적을 위해서는 불법과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신념과 독립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또한 두뇌를 통한 추리뿐 아니라 거친 폭력의 현장에 뛰어들어 긴박한 혈전을 벌이기도 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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