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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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6379320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는 그의 첫 작품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마찬가지로 사랑에 관한 심리를 무척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우리는...’이 남성의 시각을 중심으로 다뤄지는 내용이었다면, ‘우리는...’은 여성의 시각에서 사랑과 관계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삶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 기본적인 차이일 것 같다.

 

왜 나는...’ 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이 있기는 한데, 그 차이들에 대해서 알랭 드 보통의 팬이거나 그의 인간관계 3부작이라고 평가되는 작품들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나 여러 차이들에 대해서 말할 것 같고, 나머지 일반적인 독자들이나 나와 같이 지루함 속에서 읽어낸 사람들은 발견하거나 찾게 되었어도 특별한 의미를 느끼거나 흥미를 갖지는 못할 것 같다.

 

사랑과 감정의 변화들을 무척 섬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그의 글이 보여주는 매력은 여전하고, 글을 통해서 무척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그리고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놀라움과 매력보다는 지루함이 더 컸던 것 같고 불필요하게 길게 늘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화려함 속에서 어떤 공허함도 느끼게 되었다.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 엘리스라는 여성의 시각에서, 사랑에 대한 감수성 넘치는 그녀의 시각에서만 모든 것이 다뤄지고 있을 뿐이고, 그녀에 비해서 덜 감정적이고 무미건조한 존재로 다뤄지는 에릭은 일방적으로 관찰되는 존재일 뿐이라는 점 때문에 읽는 도중 불만스러운 느낌도 들기도 했는데, 에릭이 실제로 엘리스에 비해서 그들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그의 입장에서 어떠한 반박도 그리고 대응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알랭 드 보통의 시각과 글쓰기에 약간은 문제점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불만스러움은 에릭이라는 남성이 보이는 행동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나 또한 보이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불편함인지도 모른다. 일종의 연대 의식 때문에 이런 불만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평가되는 에릭에 대해서 애정을 느끼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은 사랑에 대해서 무언가라도 알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그 감정의 변화와 떨림에 대해서 글을 통해서라도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알랭 드 보통의 글에 충분한 공감과 만족스러움을 찾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감정과 떨림에 대해서 이미 충분한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냉소적인 기분으로 읽었을 뿐이고 그래서인지 왜 나는...’이 담고 있는 사랑과 감정과 관련된 많은 논의들이 그저 한때나 느끼는 감정일 뿐이라는 퉁명스러움을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 감정과 떨림을 다시금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에 혹은 그 기쁨과 고통 모두를 지나칠 정도로 깊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예민하면서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기본적으로 너무 건조한 인간이라 우리는...’에 별다른 언급 자체가 귀찮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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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945~2000
임석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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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890~1940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7989073

 

 

 

임석재 교수의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 1890~1940’은 분명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 좀처럼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떠올려지지 않는 것을 보면 당시에만 즐겁게 읽었을 뿐 제대로 이해하면서 읽어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다시 책을 펼쳐보며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생각해보고 싶긴 한데,

귀찮게 그럴 필요까지 있겠나 싶기도 하다.

 

모든 것을 더위 탓으로 돌리는 요즘 분위기를 따라서 자기 자신을 너무 피곤하게 만들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마냥 미루게 될 것 같다.

 

저자는 20세기의 미술과 건축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고 있는데, 하나는 시간적인 구분으로 나누고 있고,다른 하나는 일종의 그 시대의 주된 정서 혹은 시대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구분하려고 했는데, 그런 저자의 구분에 따라 건축과 미술이 만나다1945~2000’ 20세기 후반기의 건축과 미술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2차 세계 대전을 기준으로 그 이전의 건축과 미술과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관계에 놓인 건축과 미술에 대한 논의를 하고, 이후의 건축과 미술은 연관성이 적어지기는 했지만 건축과 미술 둘 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지지부진한 발전과 한계를 돌파 /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록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주장과 함께 그것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상호보완적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가 갖는 중요성과 의의를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존의 각 분야별로 점차 분화되고 독자적으로 독립적으로 되던 상황에서 융합, 통합, 종합, 통섭 등을 주장하는 것이 큰 의미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혀 다른 관점을 통해서 새로운 관점을 얻는 것이 아닌 단순히 물리적인 / 기계적인 결합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계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근 다양한 결합과 관련성을 찾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의견을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자의 논의를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1945년 이후의20세기 후반기의 건축과 미술은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과 한계에 대한 지적이며, 그런 입장 속에서 어떤 변화와 발전, 도약과 (모더니즘의) 미완성의 완성, 극복을 모색하는지를 논의하고 있다.

 

건축과 미술 둘 다 이전에 비해서는 다양하게 분화되고 좀 더 난해하고 복잡한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저자는 그런 다양하고 복잡한 흐름을 최대한 정리해주고 있고 그런 다양하고 복잡한 흐름들 속에서 중요한 흐름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흐름들이 어떤 입장과 논리 속에서 이뤄진 흐름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또한 지역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의 건축적 / 미술적 관점과 흐름이 이전보다 좀 더 거리가 벌어지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는데, 이런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기에는 분량의(370) 한계 때문에 상세한 논의가 어렵기도 했고, 그렇기 때문에 세부적인 논의보다는 몇몇 대표작들을 통한 대략적인 논의를 통해서 전달해주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생각 이상으로 방대하고 다양한 흐름들을 보인 20세기 후반의 건축과 미술이기 때문에 그 다양하고 방대한 내용들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음에도 저자는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혹은 알려지기 힘들었던 다양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주어 앞으로 20세기 후반의 건축과 미술에 대해서 좀 더 알려고 할 때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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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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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2007년에 있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 이건희 일가에 대한 폭로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전혀 없다. 단지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 접했을 뿐이었고, 그 중요성과 문제점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인식을 하기 보다는 일종의 가십과 화제로서만 이해했었을 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작 중요한 것은 알려고 하질 않는다.

 

삼성 / 이건희 일가의 비자금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접근이 필요한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사건의 진행도 그 흐지부지한 결말도 지나치듯 접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는 없을 것이고,지금과 같은 삼성만의 세상이 되어버린 (경제적인 논리와 돈만이 우선되는) 왜곡된 사회가 되도록, 나 또한 이 부패와 더러움이라는 비릿한 냄새로 가득한 사회가 되어버리도록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남과 다를 것 없는 그런 비겁함과 비열함으로 가득하다.

정직함과 올바름을 찾는 어려움을 각오하기 보다는

쉽기만 한 비겁함을 찾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조금 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삼성의 문제점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사회의 문제점와 맞물려서 경제문제를 이해하려고 하게 되었을 때부터2007년에 있었던 삼성 / 이건희 일가의 비자금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고, 뒤늦었지만 그 논란의 시작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어떤 과정 속에서 폭로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리고 삼성 / 이건희 일가가 어떤 비리와 부패를 저질렀었고, 삼성이 자신들이 보여지길 원하는 이미지 뒤에 어떤 추악함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으며 생각 이상으로 추잡한 그들이 모습에 조금은 놀라움을 느끼게 되기도 했고, 그들의 그런 그릇된 모습들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현재가 변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실천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우선 제목부터 살펴본다면 삼성을 생각한다이지만 읽어 보게 된다면 그 제목보다 삼성과 검찰을 생각한다로 정했어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단순히 삼성에 대한 내용만이 아닌 저자가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 재직했던 검찰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적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많은 이들이 얘기하고 있는 경제정의와 사회정의에 대한 논의 속에서도 저자의 논의들은 무척 의미 있는 들려줌인 것 같다.

 

언제까지 비겁함과 비굴함을 보여야겠나? 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 정서 속에서 저자는 삼성과 검찰 그리고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전체적으로 삼성 / 이건희 일가와 관련된 비자금 폭로를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회상과 사건의 진행과정과 결말, 저자가 어떻게 삼성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비리들을 경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그리고 솔직한 회고, 저자 개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검찰과 삼성에서의 경험 그리고 폭로를 함으로써 얻고 잃은 것들, 폭로를 하면서까지 그리고 폭로로 인해서 모든 것을 잃으면서까지 말하고 싶었던 정의에 대한 문제, 삼성과 한국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까지 450페이지 가량의 분량 속에 빼곡히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검찰과 삼성에 관한 문제점들을 말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는 삼성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음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이 단순히 삼성만이 아닌 삼성에 의해서 장악되어버린 한국사회도 동일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비정상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엄청난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는 폭로들이 연이어 있었지만 그 내용이 전달되는 것이 언론에 의해서 차단되고 왜곡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절망감과 좌절, 최소한이라도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지만 어떤 것도 얻어내지 못한 법적인 결론, 충격적인 소식들을 접했음에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거나 다들 한통속이라는 식으로 부정과 부패 그리고 비리를 지나칠 정도의 관대하게 혹은 일상화시켜서 생각하게 될 정도로 혼탁해져버린 이 사회를 경험하면서 저자는 더욱 절망을 느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을 잃지 않고 / 잃지 않기를 바라며 간곡하게 정의가 바로 설 수 있기를 요청하고 있다.

 

저자의 그런 입장 때문인지 더욱 큰 큰 설득력과 울림이 있는 것 같다. 

 

단지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경영방식만이 아닌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존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삼성은 기형적인 모습이 더해지기만 하고 있고, 그 왜곡된 거대함이 더욱 부풀려지기만 하고 있는데,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위기상황 속에서 지금의 기형화가 어떤 문제점들을 만들어낼지를 걱정스럽게 예측하는 부분에서 보이는 저자의 입장은 올바름과 공정함의 추구가 단순히 도덕적인 입장만이 아니라 사회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대한 내용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검찰 시절의 회상들도 인상적인 내용들이 가득했는데,

어쩌면 좀 더 놀라운 내용들은 검찰 시절에 경험했던 내용들에 더 많이 담겨져 있기도 한 것 같고, 그 경험들이 하나로 엮어지면서 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점인 경제와 사회정의 문제가 더욱 더 절실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저자가 바라듯이 이기는 것이 정의가 아닌 올바름이 승리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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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피델리티
닉 혼비 지음, 오득주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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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원작 소설인 하이 피델리티어바웃 어 보이피퍼 피치등으로 국내에 많이 알려진 닉 혼비의 또다른 성공작이고, ‘어바웃 어 보이만을 읽어본 나로서는 피퍼 피치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어바웃 어 보이와 마찬가지로 닉 혼비 특유의 어른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하이 피델리티에서는 여자 친구와의 실연)으로 인해서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고 조금은 성장한다는 전형적인 닉 혼비 작품의 이야기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닉 혼비의 작품답게 주인공 로브는 자조적으로 혹은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서글프게 느끼도록 무언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대부분은 음악에 관한 내용이고, 그밖에는 여성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하이 피델리티(/ )음악에 관한 온갖 잡스러운 내용들로 빼곡히 담아내고 있고, 계속해서 음악에 관한 온갖 리스트들을 말하고 있는데, 그런 리스트를 통해서 그(그리고 그들)가 얼마나 아직도 어른스럽지 못한지를 알려주면서 주인공 로브와 친구들의 지지리 궁상맞은 모습들을 보여주며 웃음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어쩐지 그들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하기 때문인지 딱하고 애처롭게 느끼면서도 그게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옹호하게 되기도 하다.

 

그들처럼 여전히 열정적인 음악광으로 지내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리스트들에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기도 하고, 어쩐지 나와는 조금은 다른 취향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다른 음반들을 추천해주고 싶기는 하지만 이건 그저 소설이니 그런 바보스러운 행동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하이 피델리티의 또다른 이야기인 성장은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여자 친구 로라와 결별을 한 다음에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을 곱씹으며 누군가의 잘못으로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받아들이며 그동안 사귀었던 여러 여성들과의 재회를 통해서 이전과 달라진 지금의 자신과 반대로 이전과 변함없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을 반추하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 로라에 대해서, 지금의 삶과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며 전혀 성장하지 않고 지금에 머물기 보다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를 다짐하면서 어른 아이의 모습에서 조금은 성숙하고 성장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많은 남성들이 갖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여러 환상들과 그 환상들이 깨어지는 현실을 경험하는 순간들 그리고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여러 꿈들과 (남성들만의) 수다스러움을 하이 피델리티는 잘은 설명하기가 어려웠던 남성들의 특징-유별남을 솔직하게 알려주고 있고, 간간히 통찰력이 느껴지는 삶에 대한 충고들이 더해지면서 아주 재미난 내용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어정쩡한 내용이 있음에도 충분히 공감하게 되고 끝까지 읽어나가도록 만든다.

 

어떤 의미에서는 남성들을 위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같은 느낌도 들게 되는데,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않는 지나칠 정도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30대 중반의 남성()이 여러 경험들을 통해서 어떻게 자신이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지를, 특별하고 설레기만 한 삶이 아닌 조금은 무덤덤함을 느끼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자신만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지를 담담하게 스스로에게 대답하며 결론을 내리고 있다.

 

거창하고 대단하진 않을지라도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고 주인공 로브의 선택을(그리고 로브의 주변사람들의 삶을) 옹호하게 되는 것 같다.

 

하이 피델리티를 읽는 / 읽을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색다른 경험을 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하이 피델리티를 읽는 것이 무척 지루하게만 느껴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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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 하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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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67275448

 

 

 

 

데니스 루헤인의 운명의 날 는 상권 말미에서의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서 긴박하게 그리고 엄숙함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고, 상권에서의 이야기들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일종의 사전 준비 작업이었다면 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그 끝을 향해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읽을 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읽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운명의 날은 전체적으로 20세기 초 보스턴을 배경으로 여러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고 그 이야기 속에서 지금 시대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얼마나 그 당시와는 다른 세상이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이야기를 세분화시켜서 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운명의 날은 단순히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 이 작품을 통해서 2012년 한국을 바라보게 되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정의에 대한 문제와 노동자들-보스턴 경찰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 그리고 그 부당한 대우에 대한 직접적이고 집단적인 대응이 벌어졌을 때의 대중들의 거부감과 파국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을 해보도록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운명의 날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들은 각기 별도로 분류를 해서 간단하게라도 논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을 분류한다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주된 내용으로 다루게 될 것 같다.

 

1. 주인공 대니와 아버지와의 갈등 : 그들의 갈등은 비슷한 성향이면서도 다른 시대와 환경 속에서 삶을 꾸려나가면서 생겨나는 갈등이고 계속해서 그들은 다투고 화해하고를 반복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각자의 삶의 방향을 찾게 된다.

 

2. 대니와 노라의 사랑 : 대니와 아버지 그리고 대니의 가족들과의 갈등의 핵심은 노라와의 관계에 있는데, ‘운명의 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지만 대니와 노라와의 사랑은 운명의 날의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대해서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3. 보스턴 경찰 파업 : 아마도 운명의 날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보스턴 경찰 파업일 것이고 이 작품에서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보스턴 경찰 파업을 위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스턴 경찰 파업을 통해서 대니와 아버지라는 세대 간의 갈등이 더욱 그 골이 깊어지고-표면화되고, 다양한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권력관계 그리고 노동자연합과의 연대와 이해관계에 관한 문제, 파업이 벌어졌을 때 파업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었을 때의 격렬한 반응, 파업으로 인해서 생겨난 폭동과 봉기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가 보스턴 경찰 파업을 통해서 다뤄질 수 있었고, 다뤄지고 있는 각각의 내용들은 그 당시의 실제 있었던 일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논의와 논쟁이 가능한 내용들이라 운명의 날을 읽어가며 어떻게 자신은 생각하는지를 그리고 만약 대니와 혹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이 과연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을지 생각해보도록 만들고 있다.

 

4. 루터와 흑인 및 인종차별 문제 : 이 작품에서의 주요 등장인물들 중 유일한 유색인종은 흑인 루터일 것이고, 그를 통해서 어떤 인종차별과 부당한 대우 그리고 여러 사회적이고 인종적인 문제를 겪는지를 다루고 있고, 그가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되고, 그 어려움과 곤경에서 벗어나기가 힘든지를 다루고 있다. 아주 집중적으로 다뤄지진 않지만 계속해서 언급하고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인종문제와 관련돼서 최근의 대중소설들 중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5. 변화된 시대와 새로은 세대 : 대니, 노라, 루터는 이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실제로도 그 당시의 시대 속에서 이방인과 같은 인물들이었다고 볼 수 있고, 그런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면서 세상과 싸워나가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지켜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사랑과 우정 혹은 신뢰에 대해서 특별하게는 아닐지라도 인상적인 느낌이 들도록 그들의 관계를 통해서 다루고 있다.

 

6. 사회문제와 사회정의 그리고 비판적 입장에 대한 매도 : ‘운명의 날에서는 보스턴 경찰 파업을 중심으로 당시 미국이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서 어떤 들끓는 분위기였는지를 그리고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를 상세하게 담아내려고 하고 있고, 부당함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 언론과 권력이 그 분노와 요구를 어떻게 왜곡하고 짓밟는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운명의 날은 여러 이야기들이 겹쳐지고 뒤엉키면서 진행되고 있고, 그 다양한 이야기들이 보스턴 경찰 파업과 이어지는 폭동을 통해서 갈등을 분출시키고 패배와 좌절의 끝맺음으로 마무리 하고 있는데, 이야기 자체는 묵직함과 함께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재미의 정도가 아주 크진 않기 때문에 읽어나가면서도 흥미가 계속되지도 않고, 열정적으로 읽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이왕 읽었으니 어떻게 끝낼지가 궁금해서 계속해서 보게 되는 내용이었지 누군가에게 추천하거나 만족스럽게 읽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그렇고 그런 수준의 내용이었고 재미였다.

 

하지만 위와 같은 주제와 내용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끝까지 읽은 다음 생각을 해보니 지금 한국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기도 하고, 지금 우리들이 시급하게 논의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서 간접적 / 부분적이라도 연관시켜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운명의 날을 읽은 다른 사람은 이런 생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읽어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읽어본 사람이라면 지금 한국의 상황을 대입해서 노동자들이 어떤 부당한 대우와 열악함 속에서 불평등과 싸우려고 하는지를 그리고 그 싸움에서 언론과 권력은 그리고 함께 연대해서 싸우기도 하고 그 싸움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기도 하는 우리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처럼 운명의 날은 빼어난 작품은 아닐지라도 무척 시의적절한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점들이 미흡하게 느껴지더라도 상세하게 논의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데니스 루헤인이 이전 최고의 범죄소설가라는 위치에서 좀 더 다른 위치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도 할 수 없겠지만(비판적인 입장이 아니라 그의 범죄소설들을 읽어보질 못해서 어떤 판단도 가능하지가 못하다) 그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의문스럽고 그가 어떤 소설들을 앞으로 써낼지에 대해서도 이런 결과물로서는 의구심만 커지게 되는 것 같다.

 

겐지 / 제나로 시리즈를 한두권 읽어봐야지 데니스 루헤인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 내용을 끝까지 다 읽었지만 여전히 베이브 루스에 대한 이야기를 왜 집어넣었는지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그를 통해서 변하는 시대를 좀 더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대니에 대한 조금은 다른 입장의 인물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그 시대의 보스턴에서 있었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뉴욕 양키즈로의 이적)였기 때문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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