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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6379320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는 그의 첫 작품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마찬가지로 사랑에 관한 심리를 무척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우리는...’이 남성의 시각을 중심으로 다뤄지는 내용이었다면, ‘우리는...’은 여성의 시각에서 사랑과 관계 그리고 지금 이 시대의 삶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 기본적인 차이일 것 같다.
‘왜 나는...’ 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이 있기는 한데, 그 차이들에 대해서 알랭 드 보통의 팬이거나 그의 인간관계 3부작이라고 평가되는 작품들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나 여러 차이들에 대해서 말할 것 같고, 나머지 일반적인 독자들이나 나와 같이 지루함 속에서 읽어낸 사람들은 발견하거나 찾게 되었어도 특별한 의미를 느끼거나 흥미를 갖지는 못할 것 같다.
사랑과 감정의 변화들을 무척 섬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그의 글이 보여주는 매력은 여전하고, 글을 통해서 무척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그리고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게 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놀라움과 매력보다는 지루함이 더 컸던 것 같고 불필요하게 길게 늘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화려함 속에서 어떤 공허함도 느끼게 되었다.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 엘리스라는 여성의 시각에서, 사랑에 대한 감수성 넘치는 그녀의 시각에서만 모든 것이 다뤄지고 있을 뿐이고, 그녀에 비해서 덜 감정적이고 무미건조한 존재로 다뤄지는 에릭은 일방적으로 관찰되는 존재일 뿐이라는 점 때문에 읽는 도중 불만스러운 느낌도 들기도 했는데, 에릭이 실제로 엘리스에 비해서 그들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그의 입장에서 어떠한 반박도 그리고 대응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알랭 드 보통의 시각과 글쓰기에 약간은 문제점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불만스러움은 에릭이라는 남성이 보이는 행동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나 또한 보이고 있기 때문에 느끼는 불편함인지도 모른다. 일종의 연대 의식 때문에 이런 불만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평가되는 에릭에 대해서 애정을 느끼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은 사랑에 대해서 무언가라도 알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그 감정의 변화와 떨림에 대해서 글을 통해서라도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알랭 드 보통의 글에 충분한 공감과 만족스러움을 찾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감정과 떨림에 대해서 이미 충분한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냉소적인 기분으로 읽었을 뿐이고 그래서인지 ‘왜 나는...’이 담고 있는 사랑과 감정과 관련된 많은 논의들이 그저 한때나 느끼는 감정일 뿐이라는 퉁명스러움을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 감정과 떨림을 다시금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에 혹은 그 기쁨과 고통 모두를 지나칠 정도로 깊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예민하면서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기본적으로 너무 건조한 인간이라 ‘우리는...’에 별다른 언급 자체가 귀찮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