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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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2007년에 있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 이건희 일가에 대한 폭로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전혀 없다. 단지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소식을 뉴스를 통해서 접했을 뿐이었고, 그 중요성과 문제점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인식을 하기 보다는 일종의 가십과 화제로서만 이해했었을 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작 중요한 것은 알려고 하질 않는다.

 

삼성 / 이건희 일가의 비자금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접근이 필요한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사건의 진행도 그 흐지부지한 결말도 지나치듯 접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는 없을 것이고,지금과 같은 삼성만의 세상이 되어버린 (경제적인 논리와 돈만이 우선되는) 왜곡된 사회가 되도록, 나 또한 이 부패와 더러움이라는 비릿한 냄새로 가득한 사회가 되어버리도록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남과 다를 것 없는 그런 비겁함과 비열함으로 가득하다.

정직함과 올바름을 찾는 어려움을 각오하기 보다는

쉽기만 한 비겁함을 찾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조금 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삼성의 문제점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사회의 문제점와 맞물려서 경제문제를 이해하려고 하게 되었을 때부터2007년에 있었던 삼성 / 이건희 일가의 비자금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고, 뒤늦었지만 그 논란의 시작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어떤 과정 속에서 폭로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리고 삼성 / 이건희 일가가 어떤 비리와 부패를 저질렀었고, 삼성이 자신들이 보여지길 원하는 이미지 뒤에 어떤 추악함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는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으며 생각 이상으로 추잡한 그들이 모습에 조금은 놀라움을 느끼게 되기도 했고, 그들의 그런 그릇된 모습들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현재가 변할 수 있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실천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우선 제목부터 살펴본다면 삼성을 생각한다이지만 읽어 보게 된다면 그 제목보다 삼성과 검찰을 생각한다로 정했어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단순히 삼성에 대한 내용만이 아닌 저자가 삼성에 입사하기 전에 재직했던 검찰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지적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많은 이들이 얘기하고 있는 경제정의와 사회정의에 대한 논의 속에서도 저자의 논의들은 무척 의미 있는 들려줌인 것 같다.

 

언제까지 비겁함과 비굴함을 보여야겠나? 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 정서 속에서 저자는 삼성과 검찰 그리고 한국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전체적으로 삼성 / 이건희 일가와 관련된 비자금 폭로를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회상과 사건의 진행과정과 결말, 저자가 어떻게 삼성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비리들을 경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상세한 그리고 솔직한 회고, 저자 개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검찰과 삼성에서의 경험 그리고 폭로를 함으로써 얻고 잃은 것들, 폭로를 하면서까지 그리고 폭로로 인해서 모든 것을 잃으면서까지 말하고 싶었던 정의에 대한 문제, 삼성과 한국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까지 450페이지 가량의 분량 속에 빼곡히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검찰과 삼성에 관한 문제점들을 말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는 삼성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음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이 단순히 삼성만이 아닌 삼성에 의해서 장악되어버린 한국사회도 동일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비정상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엄청난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는 폭로들이 연이어 있었지만 그 내용이 전달되는 것이 언론에 의해서 차단되고 왜곡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절망감과 좌절, 최소한이라도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지만 어떤 것도 얻어내지 못한 법적인 결론, 충격적인 소식들을 접했음에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거나 다들 한통속이라는 식으로 부정과 부패 그리고 비리를 지나칠 정도의 관대하게 혹은 일상화시켜서 생각하게 될 정도로 혼탁해져버린 이 사회를 경험하면서 저자는 더욱 절망을 느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을 잃지 않고 / 잃지 않기를 바라며 간곡하게 정의가 바로 설 수 있기를 요청하고 있다.

 

저자의 그런 입장 때문인지 더욱 큰 큰 설득력과 울림이 있는 것 같다. 

 

단지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경영방식만이 아닌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이 존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삼성은 기형적인 모습이 더해지기만 하고 있고, 그 왜곡된 거대함이 더욱 부풀려지기만 하고 있는데,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위기상황 속에서 지금의 기형화가 어떤 문제점들을 만들어낼지를 걱정스럽게 예측하는 부분에서 보이는 저자의 입장은 올바름과 공정함의 추구가 단순히 도덕적인 입장만이 아니라 사회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대한 내용들도 인상적이었지만,

검찰 시절의 회상들도 인상적인 내용들이 가득했는데,

어쩌면 좀 더 놀라운 내용들은 검찰 시절에 경험했던 내용들에 더 많이 담겨져 있기도 한 것 같고, 그 경험들이 하나로 엮어지면서 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점인 경제와 사회정의 문제가 더욱 더 절실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저자가 바라듯이 이기는 것이 정의가 아닌 올바름이 승리하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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