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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 하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평점 :
운명의 날 – 상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67275448
데니스 루헤인의 ‘운명의 날 – 하’는 상권 말미에서의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서 긴박하게 그리고 엄숙함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고, 상권에서의 이야기들이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일종의 사전 준비 작업이었다면 하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그 끝을 향해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읽을 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읽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운명의 날’은 전체적으로 20세기 초 보스턴을 배경으로 여러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고 그 이야기 속에서 지금 시대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얼마나 그 당시와는 다른 세상이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이야기를 세분화시켜서 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운명의 날’은 단순히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보게 되는 것만이 아니라 이 작품을 통해서 2012년 한국을 바라보게 되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정의에 대한 문제와 노동자들-보스턴 경찰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 그리고 그 부당한 대우에 대한 직접적이고 집단적인 대응이 벌어졌을 때의 대중들의 거부감과 파국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을 해보도록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운명의 날’에서 다뤄지는 이야기들은 각기 별도로 분류를 해서 간단하게라도 논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을 분류한다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주된 내용으로 다루게 될 것 같다.
1. 주인공 대니와 아버지와의 갈등 : 그들의 갈등은 비슷한 성향이면서도 다른 시대와 환경 속에서 삶을 꾸려나가면서 생겨나는 갈등이고 계속해서 그들은 다투고 화해하고를 반복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각자의 삶의 방향을 찾게 된다.
2. 대니와 노라의 사랑 : 대니와 아버지 그리고 대니의 가족들과의 갈등의 핵심은 노라와의 관계에 있는데, ‘운명의 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지만 대니와 노라와의 사랑은 ‘운명의 날’의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대해서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3. 보스턴 경찰 파업 : 아마도 ‘운명의 날’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보스턴 경찰 파업일 것이고 이 작품에서의 모든 이야기는 결국 보스턴 경찰 파업을 위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스턴 경찰 파업을 통해서 대니와 아버지라는 세대 간의 갈등이 더욱 그 골이 깊어지고-표면화되고, 다양한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권력관계 그리고 노동자연합과의 연대와 이해관계에 관한 문제, 파업이 벌어졌을 때 파업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었을 때의 격렬한 반응, 파업으로 인해서 생겨난 폭동과 봉기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가 보스턴 경찰 파업을 통해서 다뤄질 수 있었고, 다뤄지고 있는 각각의 내용들은 그 당시의 실제 있었던 일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논의와 논쟁이 가능한 내용들이라 ‘운명의 날’을 읽어가며 어떻게 자신은 생각하는지를 그리고 만약 대니와 혹은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이 과연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을지 생각해보도록 만들고 있다.
4. 루터와 흑인 및 인종차별 문제 : 이 작품에서의 주요 등장인물들 중 유일한 유색인종은 흑인 루터일 것이고, 그를 통해서 어떤 인종차별과 부당한 대우 그리고 여러 사회적이고 인종적인 문제를 겪는지를 다루고 있고, 그가 어떤 곤경에 처하게 되고, 그 어려움과 곤경에서 벗어나기가 힘든지를 다루고 있다. 아주 집중적으로 다뤄지진 않지만 계속해서 언급하고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인종문제와 관련돼서 최근의 대중소설들 중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5. 변화된 시대와 새로은 세대 : 대니, 노라, 루터는 이 작품에서도 그렇지만 실제로도 그 당시의 시대 속에서 이방인과 같은 인물들이었다고 볼 수 있고, 그런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면서 세상과 싸워나가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지켜내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사랑과 우정 혹은 신뢰에 대해서 특별하게는 아닐지라도 인상적인 느낌이 들도록 그들의 관계를 통해서 다루고 있다.
6. 사회문제와 사회정의 그리고 비판적 입장에 대한 매도 : ‘운명의 날’에서는 보스턴 경찰 파업을 중심으로 당시 미국이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서 어떤 들끓는 분위기였는지를 그리고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를 상세하게 담아내려고 하고 있고, 부당함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 언론과 권력이 그 분노와 요구를 어떻게 왜곡하고 짓밟는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운명의 날’은 여러 이야기들이 겹쳐지고 뒤엉키면서 진행되고 있고, 그 다양한 이야기들이 보스턴 경찰 파업과 이어지는 폭동을 통해서 갈등을 분출시키고 패배와 좌절의 끝맺음으로 마무리 하고 있는데, 이야기 자체는 묵직함과 함께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재미의 정도가 아주 크진 않기 때문에 읽어나가면서도 흥미가 계속되지도 않고, 열정적으로 읽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이왕 읽었으니 어떻게 끝낼지가 궁금해서 계속해서 보게 되는 내용이었지 누군가에게 추천하거나 만족스럽게 읽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그렇고 그런 수준의 내용이었고 재미였다.
하지만 위와 같은 주제와 내용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끝까지 읽은 다음 생각을 해보니 지금 한국의 모습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기도 하고, 지금 우리들이 시급하게 논의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서 간접적 / 부분적이라도 연관시켜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운명의 날’을 읽은 다른 사람은 이런 생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읽어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읽어본 사람이라면 지금 한국의 상황을 대입해서 노동자들이 어떤 부당한 대우와 열악함 속에서 불평등과 싸우려고 하는지를 그리고 그 싸움에서 언론과 권력은 그리고 함께 연대해서 싸우기도 하고 그 싸움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기도 하는 우리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처럼 ‘운명의 날’은 빼어난 작품은 아닐지라도 무척 시의적절한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점들이 미흡하게 느껴지더라도 상세하게 논의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데니스 루헤인이 이전 최고의 범죄소설가라는 위치에서 좀 더 다른 위치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도 할 수 없겠지만(비판적인 입장이 아니라 그의 범죄소설들을 읽어보질 못해서 어떤 판단도 가능하지가 못하다) 그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의문스럽고 그가 어떤 소설들을 앞으로 써낼지에 대해서도 이런 결과물로서는 의구심만 커지게 되는 것 같다.
겐지 / 제나로 시리즈를 한두권 읽어봐야지 데니스 루헤인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 내용을 끝까지 다 읽었지만 여전히 베이브 루스에 대한 이야기를 왜 집어넣었는지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그를 통해서 변하는 시대를 좀 더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대니에 대한 조금은 다른 입장의 인물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그 시대의 보스턴에서 있었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뉴욕 양키즈로의 이적)였기 때문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