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밀리언셀러 클럽 10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내 안의 죽음

내 그걸 네게 주마

무덤의 저편에서

너를 기다리마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는 이야기는 좀 더 강해졌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촘촘한 구성에 악몽 같은 상황은 이전 보다 더한 끔찍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그 어둠이 너무나도 흥미를 끌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가득해서 책을 덮기 보다는 더 집중해서 읽게 되고 읽음의 더딤에 더 빨리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기분만 들도록 만든다.

 

이미 첫 번째 작품에서 등장했던 여러 인물들을 마찬가지로 등장하고 있고(부바, 데빈, 오스카, 필립 등) 그들에 더해서 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심은 켄지 / 제나로이며 그들이 겪게 되는 일련의 악몽들과 그 악몽을 겪어내며 생겨나는 그들의 좀 더 강해지는 유대감-사랑은 핏빛 비린내로 인해서 좀 더 더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켄지 / 제나로의 싸늘한 농담과 냉소는 그 매력을 잃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이야기는 엽기적인 살인사건과 그 살인사건의 연쇄살인으로 이어지도록 만들고 있고, 기존의 켄지가 아버지에 갖고 있던 증오와 원한을 그리고 과거에 대한 기억들을 더하고 함께 엮어내도록 구성시킴으로써 다시금 켄지는 아버지와 조우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그 만남과 함께 기존의 연쇄살인범들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공포를 전달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는 알렉 하디만과 같은 인물의 만들어냄은 작가의 상상력과 글쓰기가 빼어나다는 뜻이기는 하겠지만 그 인물을 좀 더 잘 활용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러 뒤엉킨 이야기들이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매끄럽게 이야기가 정리되기 보다는 조금은 아쉽게 정리되는 부분들도 있었고, 필요 이상으로 부풀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이야기의 진행이 갖고 있는 힘 때문에 그런 아쉬움과 어수선함들은 쉽게 잊혀지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역시나 켄지 / 제나로로 대표라는 하드보일드-범죄소설에서 보기 드문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로 채워진 작품이기 때문에 쉽사리 읽기를 그만두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이 흥미진진하고 잔혹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에 어떤 비난을 들이대기 보다는 그저 이야기의 읽는 재미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여전히 읽으면서 영화와 만화의 영향성을 언뜻 느끼게 되기는 하지만 그게 어떤 비판의 의미가 있을지 고민되기도 하고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스스로에게 의문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 번째 작품 신성한 관계를 읽으면서 좀 더 생각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 자체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이야기의 진행 도중에 곳곳에 켄지 / 제나로의 유머와 냉소들과 함께 켄지의 내뱉듯 던져내는 독백들의 매력을 느끼고 있는 팬들이라면 이번에도 아쉬움 없는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더 좋아서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찾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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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기 보다는 최근작들을 접하기만 했을 뿐이었는데(살인자들의 섬, 운명의 날), 어쩐지 명성에 비해서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작품들이라 왜 그런 명성을 얻었는지 의문되었고 그 섣부른 의심 속에서도 아마도 그의 진정한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접해야만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에 대한 평가를 되도록 미루기만 했었다.

 

그리고... 켄지 / 제나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전쟁 전 한잔을 접하니 그런 판단을 했던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마터면 이렇게 뛰어난 작가를 오해하기만 해서 놓칠 뻔했다.

 

전쟁 전 한잔(아마도)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이 여전히 매력적인 장르이고 그 매력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는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을 그다지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척 호건의 타운을 꼭 읽어보고 싶기는 한데...) 확신을 갖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은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의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이 전해줄 수 있는 멋진 매력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지금 현재의 시대 속에서 갖게 되는 여러 문제의식들을 더하며 단순히 대중소설이고 자극적인 내용의 소설이 아닌 일종의 사회소설의 영역으로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애호가가 갖고 있는 야심 / 희망을 이뤄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좀 더 과거로 향하고 전통소설의 영역으로 접근하고 싶은 것 같은, 작가 개인의 야심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최근작들에 비해서 야심보다는 이야기 자체의 힘을 통해서 좀 더 묵직함을 만들어내고 있는(그래서 이런 작품들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켄지 / 제나로 시리즈는 하나의 범죄 사건을 통해서 지금 현재의 사회를 바라보고 있고, 그 바라봄 속에서 우리들의 추악함과 도덕적-내면적 갈등, 당대의 사회문제들과 가정폭력과 아버지(상징적 / 실제적)에 대한 문제의식이 뒤엉켜 있지만 그것들이 난해함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무척 재미나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켄지와 제나로라는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과 복잡하고 비비꼬이기만 한 이야기 구성이 아닌 짜임새 있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냉소와 허무 그리고 위트로 범벅된 대사와 독백들을 통해서 전통적인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영향 아래에서 지금 시대만이 담아낼 수 있는 무엇들을 잘 담아내는 것에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울하고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희망을 놓치지 않는 작가-켄지 / 제나로의 시선과 함께 추악하고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더러움으로 가득한 시궁창 속에서 고개를 돌리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어떻게든 바라보려고 애쓰는 그들(작가-등장인물)의 노력은 세상과 싸우기를 포기하고 좀 더 쉽게 타협하려고만 하는 이들에게 조금은 덜 그러기를 요구하는 것 같이 느껴지게 되기도 하다.

 

또한 기존의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주인공들에 비해서는 허술함이 크고, 나약함이 느껴질 때도 있는 켄지의 모습을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내용들과 그의 냉소와 허무로 가득한 독백들 그리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워내지 못하고 그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까지 설득력 있는 전달을 통해서 단순한 하드보일드-범죄소설에 비해서 등장인물의 내면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삶을 살아가며 온갖 경험들을 다해본... 닳고 닳은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차갑고 차분한 하지만 때때로 분노가 치미는 시선을 보여주고 있는데, 작가의 성장과정이 어떠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세상에 대한 작가-켄지의 시선을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느껴지기만 하다.

 

항상 홀로 활동을 하던 이전의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주인공들에 비해서는 켄지가 갖고 있는 능력은 보잘 것 없고 장점도 그다지 찾아보기 힘들지만 반대로 켄지의 주변에 있는 여러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좀 더 다채로움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째서 데니스 루헤인을 최고로 꼽게 되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그의 최근작들 보다는 오히려 이전의 켄지 / 제나로 시리즈를 접해야지만 좀 더 명확하게 그의 탁월함을 깨닫게 될 것 같다.

 

지독한 현실과

그 씁쓸함을 맛보여주면서도 잠시 함께 고민을 하자고 권하기도 하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재미로 가득한 이야기로 채워진...

이 빼어남으로 가득한 소설을 어떤 식으로든 많은 이들이 즐겼으면 좋겠다.

 

 

 

 

 

참고 : 하지만 어쩐지 켄지 / 제나로 작품은 하드보일드-범죄소설의 영역에 있으면서 만화-코믹스-그래픽 노블의 영역에 조금은 걸쳐져 있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들게 되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인간적이기 보다는 특정한 성격을 좀 더 강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들기 때문인데, 이를테면 부바와 같은...,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조금은 고민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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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황홀 - 김도언 문학일기
김도언 지음 / 멜론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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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도언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 같은 이름인 것 말고는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한심한 수준의 앎이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확인을 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겸 이런 저런 직함이 더해지는 (결국)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해보니 그런 알려짐-명성이 있으니 이와 같은 문학일기라고 덧붙여진 책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문학일기라는 부제가 붙기는 했지만 정직하게 말해서는 문학일기 보다는 작가의 솔직한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그리고 예민함과 함께 복잡함 / 다채로움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문학일기라고 말한다면 할말은 없게 되지만 그것과는 조금은 다른 글들을 접하는 기분이 든다.

 

저자는 독백으로서 글을 남긴 것 같기도 하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글을 남긴 것 같기도 한 그 중간 어딘가의 느낌을 받게 되는 글을 써내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기의 형식이면서도 그보다는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일종의 존재하지 않는 읽는 이와의 대화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더 들게 되는 글을 써내고 있다.

 

저자가 자랑스럽게 말하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주고 있듯이-자기 자신을 자극하듯이 일반적인 작가와는 달리 (출판사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기는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경험하게 되는 직장인으로 지내면서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독특한 입장이기 때문에 그 경계를 오가는 위치로 인해서 느끼는 여러 내면적인 갈등 혹은 기쁨과 함께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뒤죽박죽 뒤엉켜서 써내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혹은 지나칠 정도로 살아 있는 / 날것의 감정을 접할 수 있는 글들을 전하고 있다.

 

모든 작가들이 저자와 같은 성격도 아닐 것이고 어쩐지 그와는 조금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쉽게 들게 되기도 하지만 저자의 글들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고도 있기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많은 작가들이 실제로도 저렇지는 않을까? 라는 선입견을 만들어낼 정도로 저자의 글들은 여러 고민들이 겹쳐지면서도 그 복잡함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다짐이 읽혀지기도 하고, 바로 그 읽혀짐으로 인해서 좀 더 단순하게 생각될 수 있는 글과 글쓴이의 구분과 연결을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시간적으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내용 구성이라 읽다보면 저자의 고민과 복잡한 심경 그리고 여러 관심과 혼잡스러움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도 하지만 점차 정제되기도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어떤 성숙을 이뤄내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하고, 온갖 잡다함과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문학과 시와 작가, 글과 글쓰기에 대해서, 자신의 주변과 개인적인 평가, 삶의 풍경과 일상과 반복을 어떻게 이겨내고 견뎌내는지... 그것들을 통해서 어떻게 자신의 글을 완성시켜나가는지를 접하면서 그저 이렇게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쓰는 나와 같은 사람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지 잠시라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솔직하지만 담백하진 않다.

여러 고민과 내면의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인 느낌이고, 그렇기 때문에 읽어나가며 잠시 글과 생각에 머물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머묾 속에서 내 자신의 생각들을 비춰보기도 하고 되돌아보기도 한다.

아마도 더 떠올려지는 여러 생각들은 이곳에 쓰기에는 약간은 민망하기도 하니... 그냥 마음속에 담아두고 잊으면 될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불안의 황홀을 읽으면 자신만의 생각에 잠시 머물게 될 것 같다.

이 머묾은 아주 좋은 기회였고,

이런 기회를 맛볼 수 있도록 책을 건넨 분에게 다시금 감사함을 느낀다.

 

 

 

참고 : 작가 김도언에만 해당될지는 모르지만 생각 이상으로 이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큰 관심과 지식(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이 많이 거론된다)을 갖고 있는데, 그런 점들이 과연 작가에게 어떤 글쓰기의 변화 / 왜곡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도움이 되기는 할까? 오히려 너무 깊이 고민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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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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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전 손택에 관한 여러 명성들은 이미 익히 들어서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명성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게으름과 귀찮음은 모든 것을 미루도록 만든다.

 

이처럼 미루고 미루던 수전 손택과의 만남이 가능하게 된 것은 항상 그렇듯 우연함으로 인해서였고, 그 우연함을 통해서 접하게 된 타인의 고통은 읽는 동안 그저 단순히 생각하던 관점과 입장이 그렇게 단순하게 선택하고 자리 잡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함수 관계가 있어왔음을 알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인지 조금은 간결하고 명쾌하면서도 뭔가 어려운 선택에 내몰리게 되는 기분이 들게 되는 타인의 고통이 짧은 분량과 난해하지도 않은 내용이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 생각하도록 만드는... 고민과 숙고를 거듭하게 만드는 힘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전 손택은 우리들이 어째서 점점 더 타인들의 고통에 대해서 우리들의 고통이 아닌 우리와는 무관한 고통으로서 바라보고 인식하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 속에서 그 무감각함이 되어버린 이유를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

 

쉽게 접하게 되고,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잔혹함들로 인해서 느끼게 되는 지루함과 진부함이 어떻게 우리들의 인식의 틀을 변화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수전 손택은 그가 꽤 이전에 검토했었던 사진에 대한 논의들을 다시금 검토하려고 하고 있고, 너와 나 / 우리와 타자들이라는 구분에 대한 그 명확한 것 같으면서도 이렇다 할 구분 없음에 대한 적극적인 물음을 우리들에게 던지려고 하고 있다.

 

수전 손택은

전쟁에 대해서

사진에 대해서

잔인함에 대해서

어떻게 과거에는 좀 더 외부의 것들이 우리들 내부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으면서, 반대로 우리 내부에 존재하던 무언가가 어떻게 외부로 밀려나고-배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려고 하고 있는데, 어떤 설명과 표현을 통해서 느끼도록 만드는 글과 직접적인 장면 자체를 우리들에게 제공하는 영상과는 다른 입장에 놓인 사진이라는 순간을 담아낸 정지된 장면-고정된 이미지를 통해서 무엇을 전달할 수 있고 전달받을 수 있는지를 그리고 어떤 수많은 것들이 사진에 담겨질 수 있고 갈등과 투쟁, 조작과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비의 발달과 함께 점차 단순하게 무언가를 사진으로 남기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만의 혹은 미학적인 무언가를 담아내기 시작하는 사직작가의 등장을 통해서 점차 더 커져가는 영향력을 사진은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사진을 통해서 가장 강렬하게 담아내고 전달할 수 있는 (언제나 TV와 경쟁하기는 하지만) 전쟁이 어떻게 사진을 통해서 담겨지게 되는지와 그 장면-이미지를 통해서 전쟁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과거와 차이점을 갖는지를 수전 손택은 예리하게 구분해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수전 손택은 다시금 고통이라는 것에 대해서 논의를 이어가며 보는 것을 통해서 / 사진을 통해서, 그 순간-장면-이미지를 고정시키고 정지되도록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점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지를 정밀하게 분류하고 구분하며 논의하려고 하고 있다.

 

이미지의 중요성이 커져가면서 생겨나게 되는 이미지의 권력화와 주도권을 갖고 있기 위한 갈등(위계적 구조를 바라는 이들과 수평적 구조를 바라는 이들의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다툼)과 함께 그 과정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앞에서 잠시 논의가 되었었던) 너와 나 / 우리와 다른 타자들이라는 구분에 대해서 다시금 논의를 접근시켜 한층 더 진지한 검토를 시도하고 있다.

 

어떻게 우리들이 받아들이고 잠시라도 진지함을 갖도록 만드는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되는지를... 그 최적화된 예술에 가까운 적당함이 가능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며 그럼으로써 갖게 되는 거리감과 그 거리감으로 인해서 충격의 강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그렇게 점차 더 강한 자극에도 무덤덤함이 가능할 수 있게 된 이유를 알아내려고 한다.

 

수전 손택은 각각의 논의들이 개별적이면서도 하나의 유기적인 논의가 되도록 의도하고 있으며, 각각의 논의들이 조금씩 순서를 바꿔가면서 다른 논의와 긴밀함을 얻도록 하면서도 각각의 논의들이 각기 다른 속도 속에서 논의가 진행되면서도 결국 하나의 논의로 완성되도록 하는 빼어난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데, 어쩌면 불필요하게 복잡한 방식으로의 논의를 진행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 나름대로 의미 있는 논의 방식인 것 같고, 그럼으로써 좀 더 여러 생각들이 가능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상상이나 이론이 아닌 계속해서 현실 속에서-현실에서 머물며 조금 더 좋은 방식의 변화가 가능할 수 있음을 희망하기는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니 아쉽게만 느껴지는데, ‘타인의 고통을 통해서 좀 더 현실을 둘러싼 주도권을 갖기 위한 권력과의 갈등-다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이미지와 함께 타자들에 대한 생각까지 많은 것들을 넓게 펼쳐놓게 되기도 하면서 여러 고민들을 하나씩 연결해보고 이어가며 더 강한 상관관계-연관관계를 찾아보게 되기도 한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었고, 독서였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수전 손택의 다른 저서들도 찾아 읽어서 수전 손택의 문제의식()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다가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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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개정2판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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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최장집 교수의 저서들을 꽤 읽기는 했지만 그의 저서 중 가장 탁월한 분석력을 보여준다고 알려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계속해서 읽기를 미루고 있었고 어쩐지 읽고 싶은 기분이 들 때보다는 나중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어쩐지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책을 펼치게 되었고, 다뤄지고 있는 내용들이 책을 집필하고 출판되었던 그 당시 상황 속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진 내용들이었을 것인데도 지금도 중요시 되어야 하고 필요한 논의들이라고 생각된다는 사실에, 그 여전한 유효함에 최장집 교수의 분석력과 통찰력 있는 시각에 감탄하게 되면서도 어떤 해결도 이뤄내지 못한 한국 사회에 대한 불편한 마음만 커지기도 했다.

 

분석의 뛰어남보다 어떤 해결도 해내지 못한 한심함에 좌절하게 된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분석들이고 질문과 문제제기들이며, 그 해결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문제들로 확산되고 있고 문제점은 더욱 커지고 있을 뿐이다.

 

얼마나 더 심각해지게 될 것인가?

그저 그 심각함이 더해질 것에 두려움이 커질 뿐이다.

우리는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어떤 반성,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엉망으로 향해질 뿐이다.

 

최장집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어째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 확대되고 민주화가 진행되지 못하고 퇴행되어버리거나 민주화 이전의 잔재들-문제점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지를(그리고 그 문제점이 더 커져가게 되는지를) 분석하려고 하고 있고, 그 분석을 위해서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인 변화들을, 그 역사적인 흐름들을 검토하고 그 검토 속에서 정교한 분석과 문제인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장집 교수 본인은 정교함 보다는 대략적-개략적 혹은 일종의 유형을 만들어내고 있는 듯이 말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좀 더 채워야 할 점들을 찾아내고 부족한 점을 지적할 수 있을지도 몰라도... 그 분석()은 정교하고, 탁월하다는 생각이다.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그 분석과 검토들을 근거로 제시되는 문제점들이,

아마도 누구나 혹은 이미 익히 알고 있었고 예상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그 당시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예전부터 자주 논의되었던 문제들이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고, 발생되고 있고, 중요시되는 문제들로 여전히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최장집 교수는 매우 이상한 방식으로 예언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을 예측하거나 예상하기를 의도하지 않았지만 진단하고 결론내리는 내용들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문제되고 있거나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탁월한 안목과 분석력에 감탄하게만 되는 것 같다.

 

여러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그 검토 속에서 중요한 점들을 말했는데, 바로 그것들이 예언처럼 지금도 여전히 문제의 핵심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 더욱 좌절감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서 정당의 중요성에 대해서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고, 그 정당이 지금과는 다른 입장과 움직임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제시되는 여러 의견-생각들과 현재의 문제점을 통해서 제시되는 최우선 과제들에 대해서 이제는 더는 미루지 말고 어떤 대답들을 혹은 결론과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무언가 대답해야만 한다.

계속해서 미뤄진다면 상황은 더욱 더 악화가 될 것이고,

더 지독한 상황으로 몰려갈 것이다.

 

우리가 벗어나야 하는 것들.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것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

 

그런 것들을 최장집 교수는 다양한 방식으로 검토하고 분석하며 찾아내려고 하고 있고, 그런 분석과 제안들이 어쩌면 그의 다른 저서들에서 이미 지속적으로 언급되었고 주장되었던 것들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필요하고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반드시 이뤄져야만 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그 분석-검토들을 계속해서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만들게 된다.

 

더는 어떤 핑계나 알리바이를 말하며 피하진 말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점점 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결론으로 향하고 있고,

해결할 수 있는-해낼 수 있었던 여러 많은 기회들을 놓치게 되어서 결국 악순환으로 향하고 있음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들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기에 최장집 교수의 고심 속에서 이뤄진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들이 해야만 하는... 좀 더 적극성을 가져야만 하는 무엇들을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세상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에만 한정된 분석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고 다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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