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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ㅣ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수전 손택에 관한 여러 명성들은 이미 익히 들어서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명성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게으름과 귀찮음은 모든 것을 미루도록 만든다.
이처럼 미루고 미루던 수전 손택과의 만남이 가능하게 된 것은 항상 그렇듯 우연함으로 인해서였고, 그 우연함을 통해서 접하게 된 ‘타인의 고통’은 읽는 동안 그저 단순히 생각하던 관점과 입장이 그렇게 단순하게 선택하고 자리 잡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함수 관계가 있어왔음을 알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인지 조금은 간결하고 명쾌하면서도 뭔가 어려운 선택에 내몰리게 되는 기분이 들게 되는 ‘타인의 고통’이 짧은 분량과 난해하지도 않은 내용이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 생각하도록 만드는... 고민과 숙고를 거듭하게 만드는 힘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전 손택은 우리들이 어째서 점점 더 타인들의 고통에 대해서 우리들의 고통이 아닌 우리와는 무관한 고통으로서 바라보고 인식하게 되는지에 대한 의문 속에서 그 무감각함이 되어버린 이유를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
쉽게 접하게 되고,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잔혹함들로 인해서 느끼게 되는 지루함과 진부함이 어떻게 우리들의 인식의 틀을 변화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수전 손택은 그가 꽤 이전에 검토했었던 사진에 대한 논의들을 다시금 검토하려고 하고 있고, 너와 나 / 우리와 타자들이라는 구분에 대한 그 명확한 것 같으면서도 이렇다 할 구분 없음에 대한 적극적인 물음을 우리들에게 던지려고 하고 있다.
수전 손택은
전쟁에 대해서
사진에 대해서
잔인함에 대해서
어떻게 과거에는 좀 더 외부의 것들이 우리들 내부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으면서, 반대로 우리 내부에 존재하던 무언가가 어떻게 외부로 밀려나고-배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려고 하고 있는데, 어떤 설명과 표현을 통해서 느끼도록 만드는 글과 직접적인 장면 자체를 우리들에게 제공하는 영상과는 다른 입장에 놓인 사진이라는 순간을 담아낸 정지된 장면-고정된 이미지를 통해서 무엇을 전달할 수 있고 전달받을 수 있는지를 그리고 어떤 수많은 것들이 사진에 담겨질 수 있고 갈등과 투쟁, 조작과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비의 발달과 함께 점차 단순하게 무언가를 사진으로 남기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만의 혹은 미학적인 무언가를 담아내기 시작하는 사직작가의 등장을 통해서 점차 더 커져가는 영향력을 사진은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사진을 통해서 가장 강렬하게 담아내고 전달할 수 있는 (언제나 TV와 경쟁하기는 하지만) 전쟁이 어떻게 사진을 통해서 담겨지게 되는지와 그 장면-이미지를 통해서 전쟁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과거와 차이점을 갖는지를 수전 손택은 예리하게 구분해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수전 손택은 다시금 고통이라는 것에 대해서 논의를 이어가며 보는 것을 통해서 / 사진을 통해서, 그 순간-장면-이미지를 고정시키고 정지되도록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어떤 점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지를 정밀하게 분류하고 구분하며 논의하려고 하고 있다.
이미지의 중요성이 커져가면서 생겨나게 되는 이미지의 권력화와 주도권을 갖고 있기 위한 갈등(위계적 구조를 바라는 이들과 수평적 구조를 바라는 이들의 언제까지나 끝나지 않을 다툼)과 함께 그 과정 속에서 확인하게 되는 (앞에서 잠시 논의가 되었었던) 너와 나 / 우리와 다른 타자들이라는 구분에 대해서 다시금 논의를 접근시켜 한층 더 진지한 검토를 시도하고 있다.
어떻게 우리들이 받아들이고 잠시라도 진지함을 갖도록 만드는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적당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되는지를... 그 최적화된 예술에 가까운 적당함이 가능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며 그럼으로써 갖게 되는 거리감과 그 거리감으로 인해서 충격의 강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그렇게 점차 더 강한 자극에도 무덤덤함이 가능할 수 있게 된 이유를 알아내려고 한다.
수전 손택은 각각의 논의들이 개별적이면서도 하나의 유기적인 논의가 되도록 의도하고 있으며, 각각의 논의들이 조금씩 순서를 바꿔가면서 다른 논의와 긴밀함을 얻도록 하면서도 각각의 논의들이 각기 다른 속도 속에서 논의가 진행되면서도 결국 하나의 논의로 완성되도록 하는 빼어난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데, 어쩌면 불필요하게 복잡한 방식으로의 논의를 진행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 나름대로 의미 있는 논의 방식인 것 같고, 그럼으로써 좀 더 여러 생각들이 가능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상상이나 이론이 아닌 계속해서 현실 속에서-현실에서 머물며 조금 더 좋은 방식의 변화가 가능할 수 있음을 희망하기는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들)을 생각하니 아쉽게만 느껴지는데, ‘타인의 고통’을 통해서 좀 더 현실을 둘러싼 주도권을 갖기 위한 권력과의 갈등-다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 이미지와 함께 타자들에 대한 생각까지 많은 것들을 넓게 펼쳐놓게 되기도 하면서 여러 고민들을 하나씩 연결해보고 이어가며 더 강한 상관관계-연관관계를 찾아보게 되기도 한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었고, 독서였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수전 손택의 다른 저서들도 찾아 읽어서 수전 손택의 문제의식(들)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다가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