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과 창조의 시간 밀리언셀러 클럽 135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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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2496786

죽음의 한가운데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3455909

800만 가지 죽는 방법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3455963

무덤으로 향하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5072329

 

 

 

움직이는 손가락이 쓴 글은 영원히 존재한다.

너의 모든 독실함과 기지를 모아도

한 행의 절반도 지우지 못하며,

너의 모든 눈물로도 단어 하나 씻어 낼 수 없다.

 

 

 

 

범죄소설-하드보일드 소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지루할 정도로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더더욱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로렌스 블록의 대표적인 작품인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로렌스 블록의 글쓰기가 갖고 있는 매력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 매튜 스커더의 독특한 개성 덕분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독보적인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을 정도는 아닐지라도 깊이 공감되고 함께 여러 난관들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 기분을 잘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유난히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매튜 스커더의 내면적 갈등과 스스로가 만든 어둠을 이겨내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으로 인해서, 작품에서의 등장인물 모두가 각자의 어둠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무척 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만드는데, 바로 그런 점이 매력적이지만 반대로 그런 점으로 인해서 불편한 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도록 만들어 로렌스 블록의 작품을 멀리하려고 하려는 사람도 있게 되는 것 같다.

 

하나의 사건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해내는 것이 아닌 때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하다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뚜렷하게 잡혀지지 않는 실마리를 찾아내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흥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고, 개인적인 갈등과 고민 그리고 복잡한 기분을 끊임없이 독백하는 내용들을 통해서 좀 더 인간적인 면을 그리고 죄책감과 함께 다양한 감정의 조각들을 확인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여러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려고 만들고 있다.

 

사건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홀로 골똘히 생각해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무신경하게 내버려두지만 반대로 어떤 순간에는 누구보다도 집요하게 달려들면서 조금씩 진실을 향해서 접근하는 과정은 박진감이나 긴박감과 강렬한 짜릿함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흥미롭기 때문에 중독된 것처럼 계속해서 매튜 스커더 시리즈를 찾게 되는 것 같다.

 

한 번 알게 된다면

한 번 읽게 된다면

 

매튜 스커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언제나처럼 술에 찌들어 있고, 피곤함으로 가득하며, 투덜거리는 것인지 죄책감과 괴로움 속에서 이런 저런 고민들을 내뱉고 있는 것인지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매튜 스커더의 매력을 잘 살려내고 있는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던 아버지들의 죄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함을 느꼈던 죽음의 한가운데에 비해서는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매튜 스커더는 항상 그렇듯이 주어진 의뢰에 대해서 굳이 받아들이고 싶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없이 (마치 운명처럼)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조사의 과정을 통해서 하나씩 무언가를 알아가면서 인간의 본성과 추악함을 그리고 그런 암울함 속에서 매튜 스커더는 최선을 다해서 사건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깊숙하게 개입되면서 원하지 않던 갈등을 겪게 되고 진실을 마주치게 된다.

 

그저 시간을 낭비하기 위해서 온갖 사람들을 들쑤시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점점 더 의문으로만 가득하던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고 혼란스러운 윤곽을 다듬어내면서 숨겨져 있던 진실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감춰진 진실이 어떤 추잡함을 폭로하게 되는지를 빼어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떤 식으로도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을 사람의 의뢰를 받아들이게 되고, 저마다 충분히 의뢰자를 살해할 이유가 있는 이들 중에서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려고 하고 있는 살인과...’는 조금은 복잡할 수 있는 진행을 부족함 없이 그리고 복잡함 없이 진행시키고 있고, 헤매지 않는 진행 속에서 충분한 살해동기와 여러 이유들을 그리고 개운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결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완성시키면서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과 추악한 뒷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좀 더 복잡한 구성을 의도했는지 후반부에서 지나치게 비비꼬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을 갖고 불만을 말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마무리를 흠잡고 싶기도 하지만 그것조차도 그럭 저럭 참아내게 되는 것 같다.

 

어차피 이야기의 중심에는 매튜 스커더가 있고, 그가 어떻게 사건에 개입하게 되는지, 어떤 식으로 진실에 접근하고 그 과정 속에서 여러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가게 되는지가 핵심인데, 로렌스 블록은 어떤 식으로 위기를 만들어내고 고민을 만들어내야 할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매튜 스커더가 실마리를 찾아내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는 등 여러 모습들을 잘 살려내고 있었다.

 

매튜 스커더라는 독창적인 개성을 갖고 있는 등장인물을 갖고 어떻게 이야기를 꾸미고 진행시켜야 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보다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을 어려움 없이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약간의 아쉬운 점들을 얘기하게 된다면, 이후의 작품들에서 좀 더 도드라지게 되는 사회적인 기준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정의가 아닌 매튜 스커더 개인이 생각하는 정의와 함께 그 자신의 판단에 따른 선택에 대해서 어떤 고민이 뒤따랐는지를 별다르게 설명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버지들의 죄에서 보여주었던 묵직한 마무리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들게 될 것 같다.

 

또한,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서 애꿎은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에 대해서 이후의 작품들이었다면 좀 더 심각한 분위기로 이끌어져서 무척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로 짓눌려졌을 것 같은데, ‘살인과...’는 그런 분위기들을 약간은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뇌의 시간과 방법도 이후의 작품들과는 조금은 가볍게 다뤄지고 있어서 ‘800만 가지 죽는 방법과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던 사람들이라면 무척 의외의 느낌도 들게 될 것 같다.

 

어떻게 본다면 조금은 간략하게 압축해서 진행시켜서 속도감을 만들어내고 가벼움을 느낄 수 있기도 한데, 그게 의도된 선택인 것인지 그게 아니면 아직까지는 명성을 얻기 전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피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쉽게 판단되지 않게 된다.

 

느린 진행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느슨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기도 하지만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항상 법이나 도덕이 제시하는, 사회적으로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해결을 제시하기 보다는 매튜 스커더 본인이 생각하는 올바름과 현명함을 내세우는 경향이 컸는데, 이번에도 그 자신이 생각하는 적절한 선택을 보여주고 있고, 그 선택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과 의견들을 내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후의 작품들을 생각한다면 무고한 이를 자살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죄의식이 계속해서 떠올려지고 매튜 스커더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 같았는데, 그게 너무 흐지부지하게 지나치고 있기 때문에 의외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를 협박하게 되어서 가뜩이나 뒤쫓기는 감정으로 힘들어 하던 사람을 결국 스스로에게 총구를 겨누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쉽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척 아쉬운 내용이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입장에 내가 놓였다면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이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하지만 매튜 스커더가 경찰 생활을 그만두고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된 원인을 생각한다면 그게 영 개운하지 않은 내용으로 남겨지게 된다.

 

설정 자체가 독특하기도 하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의 모습들 속에서 흥미로운 내용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었는데,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특징들을 매튜 스커더 방식의 범죄소설-하드보일드에 적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꾸밀 수 있는지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워나 매튜 스커더의 매력이 크기 때문에 읽기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짧은 분량(230)의 내용 덕분에 무척 빠른 속도로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로렌스 블록과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팬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매튜 스커더 시리즈도 번역도 벌써부터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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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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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좋아할만한 제목은 아니지만 부제가 인상적이었고, 부제와 함께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게 된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제목부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대충은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그런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예상을 조금씩은 벗어나기도 했다.

 

법륜 스님에 대해서도, 정토회나 그밖의 내용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어서 법률 스님의 종교적 위치나 명성에 대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글로만 본다면 꽤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분인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에 대해서 무척 불만투성이의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좋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글이었기 때문에 신나게 반박하고 다른 생각을 내세우면서 읽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도 하겠다는 느긋한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문득 들게 되는 생각들

갑작스러운 경험으로 좌절감에 허우적거릴 때

뒤늦은 후회로 인해서 당황스러울 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삶에 회의를 하게 될 때

 

슬픔과 낭패감 그리고 뒤돌아보았을 때의 허무와 공허에 빠진 이들에게 삶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삶을 받아들이고 인생을 즐겨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는 인생수업...’은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고 다양한 삶을 지켜보았을 종교인이 말해줄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의 이야기들과 해법을 들려주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다는 마음과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번갈아가며 떠올려지는 내용들이 많았었다.

 

읽고 있을 때는 그렇겠네...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히 그런 문제만은 아닐 것 같은데? 라는 생각으로 가득하게 된다고 해야 할까?

 

법륜 스님이 말하듯 욕망을 내려놓아야 하고, 삶이 무엇인지를 좀 더 편하게 생각해야 할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소박함과 겸손함, 검소함과 함께 좀 더 삶에 대한 만족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이미 알고 있지만, 일상의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이고, 부부생활과 결혼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고, 부모에 대해서 자식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덜 기대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하지만, 수많은 긍정들을 찾게 되고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여야 함을 알게 되지만 그런 내용들이 너무 가볍게 눈에 들어오고 있어서 그런지, 그리고 쉽게 눈에 들어와서 가볍게 머리에서 사라지기 때문인지 삶의 덧없음처럼 인생에 대한 이런 저런 세심한 조언들 또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실컷 알려줘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 그걸로 그만일지도 모르지만, 받아들이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기도 하고 이해하게 되기도 하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만, 개개인의 받아들임에 대해서만 말해주고 있을 뿐 그 존재들의 살아가는 밑바탕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절반의 깨달음만 안겨주게 되는 것 같다.

 

흠을 잡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기도 하지만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반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달리 본다면 그런 것 말고도 여러 고민들을 함께 살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종교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식의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삶에 대해서 더 많은 이해와 앎을 알고 있는 분의 말씀에 대해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 반박하고 좀 더 이것저것 따지고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갖고 짜증스럽게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도 저렇게 보기도 하는구나... 저렇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읽어보면 그만일 것 같다.

 

어차피 인생이라는 것, 살아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법이다.

 

경험하기 전에는 이런 저런 말들을 할 수 있겠지만... 정작 자신에게 밀어닥쳐지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매일같이 자신을 가다듬고 삶의 교훈들을 찾아내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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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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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혀지지가 않아 오랜 시간 낑낑거리며 읽게 된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어렵사리 읽어냈기는 했지만 결국 어떤 내용의 논의인지에 대해서 쉽게 말하기가 어렵기만 한 난해함으로만 가득한 책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책이라고 언급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읽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한나 아렌트야 워낙 명성이 있는 학자이기 때문에 별도로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녀의 저작 중 혁명론도 그렇고 이번 인간의 조건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쉽게 읽혀지지도 않고 논의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지 잘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만 들게 된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평가라 쉽게 말도 꺼내지 못하겠지만.

 

인간의 조건은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근대사회에서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탐구하고 있는 저작이고, 인간이 활동하고 있는 근대사회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를 그리고 어떤 밑바탕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인간의 세 가지 근본활동인 노동, 작업, 행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그 세 가지를 통해서 점점 더 세부적으로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에 한나 아렌트의 기존의 논의들이나 혹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철학들과 칸트, 헤겔, 마르크스 등과 같은 근대 철학자들의 논의들에 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없는 (나와 같은) 경우에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읽어나가게 될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난해함으로 인해서 괴롭기만 했지만 간혹 흥미로운 견해나 분석을 보여주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게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우리가 어떤 환경과 구조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고 행위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구분하고 분류하며 분석하고 있는 저자의 지적인 노력에 대해서는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앞으로도 알기 쉽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기분이 들지는 않을 것 같지만 나중에 한두번 꺼내들어 무슨 내용이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때도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참고 : 절대 관련지어서 생각할 사람이 없겠지만...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과는 전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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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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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책이 영 어렵게만 읽혀지고 쉽게 넘겨지질 않아서 답답한 기분만 들었는데, 무거워진 머리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고 싶은 기분에 책장에 꽂혀진 책들을 쳐다보다 저런 책도 있었네... 라는 기분으로 꺼내든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은 잠시 편안한 기분을 찾고 싶을 때, 혹은 가벼운 기분으로 자신의 삶을 생각해보고 싶을 때 읽어볼만한 책이 될 것 같다.

 

부피도 가볍고, 내용도 만족스럽다.

주말 하루 편한 기분으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커피나 한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추천해주고 싶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좀 더 어울리는 내용이 될 것 같은데, 저자인 마스다 미리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들이 여성들만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그렇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더 직접적인 공감이 이뤄질 수 없는 구석도 있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국적을 넘어서 30대 중후반의 그리고 40대 초반의 여성이라면, 혹은 한때는 노처녀라고 일컬어졌고 지금은 골드미스나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라고 얘기되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그래... 맞아... 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을 내용이라 그녀가 들려주는 얘기들에 쉽게 공감하고 그녀의 조용한 수다를 따르게 될 것 같다.

 

저자인 마스다 미리는 국내에 꽤 많은 저작이 소개됐는데, 처음 접하게 된 작가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 같고, 그렇기 때문인지 여전히...’가 그녀의 작품들 중에서 어느 수준에 위치한 작품인지는 그녀에게 좀 더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한 그림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그녀의 감정을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게 담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과 일상을 경험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는 여전히...’39살에서 41살의 시기를 지내면서 떠올려지는 생각들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 생각들의 대부분은 10대 시절(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미련과 그 미련을 여전히 잊지 않고 지내는 (이제 늙었음에 대해서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지금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과거에 대한 감미로운 기억과 그것이 떠올림이 되어버렸음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감수성은 여전하지만 육체적으로는 변해버린 현재를 생각하며 이런 저런 고민과 생각들을 들려주고 있고, 그런 솔직한 생각과 고민들에 많은 (비슷한 또래의 혹은 비슷한 생각의) 여성들이 깊은 공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보이기에는 변해버린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언가를 찾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어색함과 불일치에 대한 갈등과 고민이 대부분인데,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을 얘기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스스로에게 배려를 해주고 싶어지고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춘과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늙어버렸다고 생각되는 자신에 대한 서글픔을 말하고 있는데,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과 아픔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그걸 통해서 삶에 대한 그리고 인생에 대한 약간의 깨달음 또한 들려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바라본다면 저자는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로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것 같기도 하지만 다행히 저자는 그런 아쉬움과 미련을 말하면서도 지금 현재에 대한 긍정 또한 말하고 있는데, 다만 그 긍정이 일종의 합리화이거나 어쩔 수 없는 받아들임처럼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았던 젊음이 이제는 끝났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물론, 그런 깨달음이 쉽지는 않고, 실제로 나 자신도 자신 있게 그런 것들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피해의식과 같은 심정으로 자신의 늙어졌음을 미소를 띠며 말해주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쉽게 동질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무언가 자신을 이끌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던 모습에서 이제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책임과 선택을 하려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 저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들도 유난히 인상 깊다.

 

결국 저자는 일상을 소재로 때늦음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는 것 같고, 그걸 통해서 어떤 만족을 그리고 긍정을 말하는 것 같다. 그때 그 시절의 두근거림을 말하면서 지금 현재의 두근거림을 얘기해주고 있다.

 

이걸로 좋을까?

아마 이것도 좋을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삶에 대한 긍정을 말해주고 있고,

저자의 말처럼 그걸로 좋은 것이고 충분할 것이다.

 

그녀와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녀에게 그걸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생각이 다르면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면 된다.

피해주는 것도 아니니 뭐라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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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무조건 즐겁게 (특별부록 : 이크종 캐릭터 수첩) - 뭘 좀 아는 이크종의 백수지향인생
이크종(임익종) 글.그림.사진 / 예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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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종 : http://blog.naver.com/ppiiick

 

 

 

 

웹툰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일상을 재미나게 만들어내는 웹툰 또한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크종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그의 책을 읽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는 못했었다.

 

이것도 나름대로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선배 직원 분께서 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간간히 본인이 읽은 책들 중 (아마도) 보관할 정도의 수준은 아닌 책들을 넘겨주고 있는데, 주는 책들마다 넙죽넙죽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하기만 해서인지, 그리고 이런 저런 책을 읽지 않을 핑계를 진부하게(, , , ...) 만들고 있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쌓여가고만 있는 책들을 보게 될 때는 조금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게 될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이 들면... 책을 읽으면 되는 것인데... 그게 또 쉽지가 않다.

모든지 마음처럼 된다면... 얼마나 세상은 아름답겠나.

그렇지 않으니 세상은 시궁창이지만.

 

최근에 물려받은 책들 중에서 읽게 된 책은 ‘ZERO에서 시작하는 도시형 수렵채집생활이었는데, 그것과 이번 그래도, 무조건 즐겁게를 읽게 되니 어쩐지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취향을 고집하려고 하고 다른 삶의 속도와 태도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게 아니면 홀로 지내는 다양한 모습들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혹시... 게으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 때문일지도 모르고.

 

반대로 전달받은 책들 중 유독 그런 책들만 골라서 읽은 내 자신이 그런 취향이고 생각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처럼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하면서 조금은 내 자신을 쳐다보게 될 때가 있다.

 

되도록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의 독자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내가?

혹은 그분이?

 

조금은 거창한 얘기들을 혹은 쓸데없는 얘기들을 꺼내게 되었지만, ‘그래도...’는 한 웹툰 작가가 백수를 지향하며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속도로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일상의 사소한 사건들과 이야기를 재미나게 엮어놓고 있고, 거기에 더해서 개인적인 취향들을 무척 흥미롭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 맥주, 영화, 커피 등등).

 

저자는 다른 사람들처럼 삶의 속도를 그리고 태도를 갖기에는 본인의 적성이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데, 반대로 그래서인지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혹은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는 어떤 흥미로운 모습을 찾을 수 있는지를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게으름에 대한 예찬을 하고,

인생을 노래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런 남들과 다름이 좀 더 삶을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리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직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핀잔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는 그런 가르치려고 하는 시선보다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를, 그 솔직함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에 대한 애정과 주변에 대한 애정을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감동을 더 얘기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남다른 취향과 관심들에 대해서 엿보는 재미를 느끼게 되기도 하고,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될 수 있을까? 라는 기발함에 감탄하게 되기도 하지만 인생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나저나... 웹툰 작가들은 다 그렇게 살아가나? 라는 자칫하면 편견과 오해로 가득한 생각도 들게 된다.

 

그들은 도대체 어떤 성장과정을 통해서 그런 남들과 조금은 다름을 찾아내고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인가?

 

호기심으로 가득하게 저자의 삶을 바라보니 어쩐지 건조하고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이 모습이 조금은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저자가 나와 같은 삶을 살아가기 힘들어 하듯 나 또한 그런 삶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르니 질투하거나 부러워하기 보다는 곁눈질을 하더라도 저자처럼 내 자신의 삶도 충분히 재미나고 흥미롭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좀 더 생산적인 삶의 태도일 것 같다.

 

저자가 보여주는 일상에 대한 다른 관점의 시선들과 여러 흥미로운 삶의 속도와 태도들에 대해서 본받을 점들도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게 되기도 했다.

 

즐거움을 찾게 되고,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존중하지만, 나 또한 그렇게 살려고 애쓰지만, 과연 그것만을 통해서 올바르지 않은 방식으로 향하는 지금 세상이 제대로 된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인데, 제대로 된 균형이 무엇이냐고 우선 반문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앞만 보고 달려가도록 만들고 옆을 바라보지 않고 주변을 쳐다보지 않도록 만드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 즐거움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삶을(물론, 그것만으로도 힘겨운 일이지만), 그러기만 할 뿐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끼어들기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과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런 삶의 모습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이해도 하지 않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즐거움을 찾으려는 것인지 즐거움만을 찾으려는 것은 아닌지 헷갈려지게 되고,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정작 진짜 찾아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 어떤 식으로든 긴장관계는 필요한 것 같다.

그런 긴장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지금 세상인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악순환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을 통해서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떠올려지고 궁금해지는데 어쩌겠나?

 

 

 

 

 

 

참고 : 홍대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울시민도 아니고 홍대를 가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람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홍대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종의 해방구이거나 자유로움으로 가득한 장소처럼 생각되기도 하는데, 이건 순전히 외부의 시선일 것 같고, 좀 더 홍대를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꼭 그걸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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