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죽음 1
진중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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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진중권'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당연히 각자의 생각에 따라서 '진중권'이라는 사람은 다양하게 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두가지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정치 /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발언하고 논쟁하는, 어느 한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존재로서의 '진중권'일 것이다. 이러한 진중권의 모습은 그를 싫어하던 말던 그리고 관심이 없던 그에 대해서 조금만 노력해도 그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고 최근의 '디 워' 논쟁은 그가 여전히 지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체력이라도 길렀는지 더더욱 독종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둘째는 '미학자'로서의 진중권일 것이다. 미학자로서의 진중권에 대해서는 세상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 언제 미학이나 예술을 논한적이나 있나?(그전에 먹고 살기 바빠죽겠는데... 라는 말이 꼭 앞에 붙을 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을 것이니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싸움닭으로서의 진중권만 알고 있는 사람들은 미학자로서의 진중권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어쨌던 그는 미학과를 나왔고 석사 학위도 취득하였으니 우습게만 생각할 것은 아닐 것이다(물론, '하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석사'에 대해서 별로 대단하게 보지 않게 되었으며, '신정아' 덕분에 학력은 무조건 반신반의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는 EBS에서 미학에 대한 강의까지 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 성격에 대충 공부했을 것 같지는 않다.

 

진중권 본인도 두가지를 결합시키거나 동시에 진행시키기 보다는 미학이면 미학, 시사면 시사로 나눠서 활동하는 것을 택한 것 같기 때문에 두가지는 철저히 나눠진 느낌이다. 이런 것으로 따지고 들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던, 내가 생각하는 진중권은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발언자로서의 진중권보다 미학자로서의 진중권을 보다 좋아하는 편이다. 그의 발언들이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이고, 최선 현안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발언하기 때문에 많은 생각할 꺼리들을 제공하는 것도 사실인데... 솔직히 게을러서 일일이 그의 글들을 보고 이슈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귀찮고 그렇게 하는 것도 바보같은 생각도 들어서 그런 쪽으로는 포기했고, 그의 미학에 관한 책들은 학자로서 내용도 충실하고 미학에 관심은 있어도 뭐부터 해야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좋은 지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에(지극히 초보자로서의 생각이다) 보다 편하면서도 보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글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항상 한국사회에 대해서 의미있는 발언을 하는 발언자이기도 하면서 꽤 대중적인 미학자이기도 할 것이다. 전자에 가려서 후자가 별로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지만...

 

미학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기 때문에(난 여전히 마르셀 뒤샹의 변기통을 보면서 감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는 척 하려고 별짓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면서 저건 미술관에 돈쳐발라서 걸게 아니라 만원짜리 티셔츠로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꼴통이고. 난 고전 미술을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최신의 현대 예술은 왜 좋아해야하고 대단한 것인지 아무도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물론 항상 얘기하지만 '전부'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감탄하게 만들고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대체적으로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예술은 점점 더 퍼포먼스가 되어가는 것 같다. 예술조차 '순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그리스 / 로마 시대의 미술부터 현대예술까지 깊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최소한은 알아먹을 수 있게 설명해주는 그의 책들은 언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까지 '미학 오디세이', '앙겔루스 노부스'를 읽으면서 조금씩 주제를 바꿔나가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미학과 관점의 변화에 대해서 좋은 글들을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헌책방에서 싸게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냉큼 집어들어서 읽기 시작한 '춤추는 죽음'은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죽음에 대응하며 살아갔는지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두권이나 되는(합해서 700페이지 정도? 물론 꽤 많은 그림들이 있어서 어렵게 읽을 필요가 없이 아주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다르겠지만) 책을 써냈기 때문에 그도 어느정도 야심작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써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에서 계속 거론하는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진중권 본인이 얼마나 그의 영향권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읽었기 때문에 대충은 아리에스가 어떤 관점을 갖고 있었는지 알고 있어서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진중권은 충분히 엘리아스를 의식하면서 아리에스가 말한 죽음 앞에서의 인간들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충분한 자료들과 그의 다양한 지식들을 통해서 독자들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최근의 젊은 학자들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상요란한 유럽 학자들의 이름들을 덜 들먹이면서 말이다(개인적으로 외국 학자의 이름이 페이지마다 있는 책들은 조금 짜증나게 생각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대책없는 이론들의 놀이터는... 정말... ㅠㅠ).

 

아직은 1권까지 읽지 못했기 때문에 전체적은 평가는 잠시 미뤄둬야 할 것 같다.

1권은 '중세'로 분류되기 직전의 시대부터 '르네상스', '바로크'로 분류되는 시대까지 '죽음'에 대해서 당시의 시대를 살던 사람들과 시대의 지배적 분위기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당연히 당시는 기독교(라기 보다는 '하느님을 믿는 일신교'라고 말하는게 더 적합할 듯?)가 세상을 지배하고 당시의 일반인들의 의식구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기 때문에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많은 힌트는 '종교'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인 진중권은 다양한 그림과 도판을 통해서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분석하려고 했고, 중세시대에 대한 아날학파들의 몇몇 작품들을 읽은 나로서는 틀린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그들이 보았던 것 이외의 새로운 것들을 보지는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점이 있기는 했지만.

 

학자로서의 진중권은 파격보다는 철저히 안내자의 역활에 만족하고 목표를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친절한 설명을 통해서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미학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수없이 문화라는 산업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고 볼 수 있고 관심도 갖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가장 적절한 전략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뭔가 아쉽다는 느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이런 면에서는 의외로 모범생과 같은 느낌이 들게 되는데,

그는 철저히 그리스 / 로마 미술과 유럽의 미술에 국한되서 설명을 하고 있고 그것들을 통해서 자신이 관심을 갖던 주제를 풀어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가 동서양의 미술과 넓게는 제3세계의 미술까지 알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조금은 다른 것들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초보자치고는 너무 과한 요구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읽고 있는 2권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얘기는 2권을 다 읽은 다음에 해야할 것 같다.

그래봤자 별로 할 얘기는 없이 이렇게 불필요하게 길게 써내려가고 있지만.... -_-;;;;

어쨌던 다른 평가는 다 필요없을지라도 그가 우리가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인해서 좌절하게 만드는 미학과 미술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을 써내준 그에게 고마울 뿐이다.

 

나같은 일자 무식도 읽어낼 수 있게 만들기 쉽지는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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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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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기억하기로는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90년대에 이미 번역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구입을 했었는데,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고 내버려 두다가 이사하다가 버렸거나 잃어버렸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아쉽다.

 

운이 좋게도 다시 출판이 되었고,

이렇게 헌책방에서 구입을 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읽게 되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흥미거리로서 읽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조금은 이것 저것에 관해서 알게 되었기에(한마디로 머리 좀 컸다) 약간은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 '연쇄살인'이나 '정신분석', '프로파일링'에 대해서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었다. 왜? 라는 물음에는 딱히 대답하지 않고 '그냥 재미있어서'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이런 물음에는 어쩐지 막연한 추측을 하게 되기는 하지만...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살인자들...'은 크게 세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첫째는 미국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연쇄살인 사건들과 검거된 살인범들을 통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느지와 어떻게 그들을 검거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건일지와 같은 내용.

두번째는 그렇게 검거된 살인범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얻어진 자료를 통해서 얻어진 연쇄살인범들이 어떻게 살인기계가 되어갔는지와 살인의 유형을 통해서 어떻게 분석을 해낼지 기술적 / 이론적인 부분.

세번째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연쇄살인 / 무작위 살인(근대화와 도시화가 되면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죽여나가는 사건은 단지 미국이나 몇몇 선진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을 통해서 범죄의 심각성과 새로운 차원의 범죄가 되어감에 따라서(어쨌던 이러한 것들도 근대로 이행하게 되면서 나타난 부산물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저자와 그와 동일하고 유사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방식의 수사기법(프로파일링과 범죄들에 대한 정보화와 네트워크화 등등)이 발달하고 새로운 부서와 조직이 창설되어가는지에 대한 연대기.

 

이렇게 세가지의 이야기를 (되도록) 시간순으로 풀어나가서 다양한 독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몇몇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생각 이상으로 잔인한 내용들도 있어서 비위가 약한 사람이면('신체훼손'이라는 말 이상의 것들이 내용에 있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읽어야 할 것 같다.

 

국내에서도 점점 더 책에서 다뤄지는 것과 유사한 살인사건이나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독자들에게는 이러한 범죄를 벌어게 되는 사람들이 어째서 이렇게 살인사건들을 벌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약간의 사전지식과 함께 이런 범죄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평소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와 그들의 유혹을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우리는 영화 / 소설 등을 통해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여러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정보는 이런 편견과 오해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국내에는 이런 서적이 거의 번역되지 않아서 이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열광하게 만들만한 내용과 정보가 무궁무진한 책인 것 같다.

되도록 학술서적까지는 아니어도 이렇게 현장에서의 경혐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책들이 더욱 번역되거나 출판되기를 바란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책에서 다뤄지는 범인들의 모습이나 관련 사진들을 첨부하거나 국내에 있는 관련 학자나 실제 연쇄살인 담당자들의 해설이나 읽기전에 갖고 있을 사전지식을 알려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농담처럼 한마디 할게 있는데,

저자가 다루는 '연쇄살인범'들은 정말로 다양하고 잔혹한 살인사건들을 벌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정신상태와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들이 '살인에 이르는 길'을 추척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인들을 분석하고 프로파일링하는 그들도 좋은 방식으로 승화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살인범과 그들의 살인에 대해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일종의 살인범들과 유사한 정신구조였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잠재적인 살인자들이라는 과도한 표현을 쓰려고 하는 것이나 모욕을 주려는 것은 아니라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되서 풀어내기 힘들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저자가 말했듯이 살인범들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좋지 앟은 유년기와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에 최악의 결과로서 지금의 그들의 되었다면, 범죄자를 분석하고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끝없이 매진하는 그들도(물론 잔인한 범죄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육체적 /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살인'에 탐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무례한 말을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던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분명 존경해야 하고 이렇게 필요 이상의 의심을 갖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참고 : 1. 이 책은 다양한 독자들과 관점에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쇄살인범은 기본적으로 '성적인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는 부분에서는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과 자신이 공부하는 것과 연관해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범죄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의 범죄인에 대한 연구방법이 일정한 학문의 틀로 자리 잡아가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어떠한 기능을 갖게 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자료일 수 있다.

추리 / 범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설과 현실의 차이나 실제 사건들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지 알 수 있는 자신들의 관심사를 보다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푸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범죄인 / 비이성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 '연쇄살인범'들을 통해서 어떻게 지식 / 진리 / 담론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통해서 사회는 어떻게 또다른 담론과 진리를 통해서 구성되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보면, 

한도 끝도 없다.

각자의 입맛에 맛게 맛나게 즐기시리를...

단, 정말로... 당신은 따라하지 말기를...

 


       2. 책을 펴자마자 니체의 유명한 글귀가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그건 '차라투스트라'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 있던 글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누가 확실히 알고 있는 분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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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지식 나남신서 88
콜린 고든 지음 / 나남출판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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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지식 - 미셸 푸코와의 대담
요즘에는 머리가 복잡해서 조금은 편하게 읽을 책을 고르다가 오랜만에 푸코의 책을 하나 읽으려고 했다. 물론 푸코에 관한 책이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무모한 발언을 할 정도로 막나가는 인간은 아니니까.

 

대담집이라고 하니까 골때리게 어려운 사람도 말로 하면 나름 알아먹기 쉽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과 대담집이니 지가 아무리 그래도 나름 상도덕이 있으면 쉽게 말하려고 노력하겠지... 하는 마음에 읽었는데...

 

쉽기는 커녕 어려워서 머리쑤셔서 짜증이 더 생겼다.

가뜩이나 요즘 스트레스 투성인데.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코는 나름대로 최대한 성의있고, 상대방에게 자신이 무슨 의도로 작품을 구성했고 얘기하려는 것인지 노력하는 티가 역력하다.

또한 자신이 저작들이 어떤 오해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오해에 관한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있다.

 

번역가나 편집자가 말했듯이 대담집이기는 하지만 대담을 한 사람들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관심과 푸코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서 질문의 방식과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첫번째로 나오는 마오주의자들과의 논쟁은 날카로운 느낌이 묻어나는 대담이었다면,

어떤 대담은 푸코의 작업에 대한 흥미와 지지를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다른 대담은 푸코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뭔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이 묻어나는 대담도 있었다.

 

때문에 이 대담집에서는 푸코의 사상적 변화나 혹은 그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는지 하는 '삶과 철학'식의 내용은 아니다.

그런 책을 원한 사람에게는 약간의 실망과 혼란이 올 수 있으며(시기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시기순으로 대담을 정리한 것도 아니다), 푸코에 대해서 보다 혼란스럽게 느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푸코의 저작들을 읽으려고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각각의 대담에서 그가 자신의 작품에서 어떤 것을 의도하고 저술을 했는지, 혹은 어떻게 자신의 관심이 변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말을 해주고 자신이 어떠한 말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이러 저러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했으니 한번 이런 것에도 생각해주세요' 식으로 말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의 저작을 읽으려는데 도대체가 어떤 내용인지 감도 잡기 힘든 사람들은 한번쯤 자신이 읽으려는 책에 관한 대담을 찾아본 다음에 읽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푸코에 대한 각자의 평가는 다르겠찌만 그가 '니체'를 거론하며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말했듯이, 우리도 그의 사상을 엿보며 어떻게 써먹을지 생각해보는 것이 보다 긍정적인 방식일 것 같다.

 

좋던 싫던 푸코 이후에 푸코를 빼놓고 생각하기는 글러먹은 것 같으니까.

 

대담집이라 읽는데 수월하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힘들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어렵게 말하니... 친하게 지내기는 힘든 친구였을 것 같다. ^^;;;

이번에는 진짜로 편하게 읽을 책을 골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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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 카이에 소바주 2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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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자와 신이치의 '카이에 소바주' 2권도 생각보다 빠르게 읽게 되었다.

예상보다 더 만족스러운 내용이있기 때문에 2권도 즐거운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는 각각 독립된 내용이기도 하지만 유기적인 완결성도 신경쓰기 때문이지 1권을 읽은 사람들은 보다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각각 독립된 완성도도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관심대로 무작정 읽어도 상관없겠지만.

 

1권에서 신화가 어떻게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어떤 의미들이 있는지와 저자가 자주 말하는 '대칭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면, 2권은 신화에서 분석했던 대칭성의 사회인 고대 사회가 어떤 생각을 갖고 당시의 사회를 살아갔는지와 어떻게 그런 사회가 '국가'로 변화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2권에서도 여전히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과 분석방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레비스트로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보다 관심을 갖을만한 작품이기도 하며, '국가'가 아닌 대칭성의 사회인 고대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국가'로 향하게 되었는지 신화와 구전되어 왔던 전설과 의례 등등을 통해서 약간은 저자의 직감에 의존한 내용도 있기는 하지만 그의 기본 논릭구조를 어느정도 받아들인다면 꽤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대칭성의 사회'로 말하고 있는 고대 사회를 이야기 하면서 아예 현실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가간의 전쟁과 테러 등 현재의 갈등들을 당시의 세계관과 비해서 얼마나 오만한 방식으로 변화되었는지에 대해서 끝없이 비판한다.

그리고 그는 '국가' 자체가 '야만'이기 때문에 저자가 강의를 하던 당시(이책은 내용은 강의록을 정리한 것이다)에 벌어졌던 9/11 테러와 '문명 대 야만'식으로 몰아가던 분위기에 대해서 일침을 놓는다.

어차피 '국가'라는 것 자체가 야만이며, 그들이 벌이는 것은 '야만 대 야만'일 뿐이라고.

 

나카자와 신이치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주제를 갖고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도 군더더기 없고, 적절한 예들과 신화들을 분석하며 논리적으로도 탄탄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생각보다 더 괜찮은 작품인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는 묻혀있기에는 정말 아까운 작품들인 것 같다.

아쉽게도 3권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은 그의 작품을 읽기는 힘들 것 같지만... 나중이 기회가 된다면 나머지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큰 영향을 받게 된 책이 되어버려서 자주 써먹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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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 카이에 소바주 1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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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뒤늦게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것이 04년도 였으니..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고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다지 관심을 갖던 사람도 아니었다.

좋은 수업을 해주던 교수님이 있었는데, 평소에 그다지 칭찬에 인색하던 분이었는데,

신이치 교수가 쓴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에 대해서 꽤 괜찮은 책이라는 말에 뭔가 제목도 독특해서 그의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그게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의 3권이라는 것과 5권짜리 시리즈로 국내에 번역되었다는 것을 추가로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시리즈인 경우 내용이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되도록(말이 되도록이지 그렇지 않은 경우 거의 없다) 순서대로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성격이기 때문에 미루고 또 미루고 있었다.

가격도 저렴했는데... 그냥 읽으면 되는 것을...

 

그렇게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다가,

오랜만에 들린 헌책방에서 시리즈 1권을 구하게 되었다. (^^)/ 

감격!!!!

 

어떤 멍청한 인간인지 이렇게 괜찮을 책을 팔았는지는 모르겠지만(물론 책에 대한 취향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멍청한건 멍청한거다. 순전히 주관적인 입장이지만... ^^;;;), 책을 발견한 다음에 곧장 집어들어서 꼬오옥~ 감싸안았다.

근데... 살까 말까 고민한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논고'는 살껄 그랬다. 어쩐지 가격과 부피로 포기했는데... 아쉽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을 수 있겠지. 어차피 갖고 있어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리고... 이제 학생들보다 더욱 수월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건... 다음 기회에 얘기하기로 하고.

 

그의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는 강의록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라 되도록 쉽고 서적으로서는 건조한 문체가 아닌 이야기 해주듯이 만들어진 꽤 좋은 책이었다.

내용면에서도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던 신화에 대해서 강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최근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레비스트로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내용이라 레비스트로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간접적으로라도 그의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은 신화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와 그것이 그렇게 내용이 구성되는 것은 단순한 상상만이 아니라 현실과 중요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내용을 시작하고 몇몇 신화들을 검토하고 분석하면서 그것이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세상과 삶에 대한 예리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중반부는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는 '신데렐라' 신화를 분석하며 신데렐라가 급하게 도망치며 떨어뜨린 잃어버린 신발 한짝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검토하며 신데렐라 신화가 오이디푸스와 어떤 유사함이 있는지 설명해준다.

그리고 마무리에 가서 신화와 현실과의 관계와 우리가 신화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어준다.

 

특히나 마무리에 가서 저자의 삶과 현실에 대한 시각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잊고 살아가는 것 같아서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다.

지금은 시리즈 2권을 읽고 있는데(이것도 선물로 준것을 살짝 빌려서 혹은 뺏어서 읽기 시작했다) 2권도 1권의 연장선상에서 내용이 다뤄지니 그다지 어렵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레비스트로스의 시각과 신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책일 것 같다.

그리고... 신화를 분석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꼭 도움이 될 것 같고.

 

2권까지는 이렇게 되었는데... 정작 3권은 어떻게 읽어야하나...

그냥 살까?

 

 

참고 : 3권은 라깡과 맑스 그리고 마르셸 모스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지 수월하게 읽힌다고 한다. 나는 못 읽었으니... 그렇다고 하더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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