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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세계체제 1 - 자본주의적 농업과 16세기 유럽 세계경제의 기원 ㅣ 근대세계체제 3
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나종일 외 옮김 / 까치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과연 무엇일까?
역사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사라는 것은 지금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서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면 지금처럼 세상이 보다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시라는 것도 결국 누가 어떤 시각으로 어떤 자료들로 정리하는가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역사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끝없이 변화하고 유동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사에 관심은 있지만 그다지 체계적으로 읽지도 않았고 이것 저것 내키는데로 읽었으니 특별히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 1’을 읽으면서 흥미롭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이해하기 많이 힘들었다.
아마도 한국에서 ‘근대세계체제’의 수많은 논의들을 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드물지 않을까? 내용이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것이 장점이기는 하지만 한국처럼 미국 / 영국 / 프랑스 역사에 대해서만 잔뜩 알고 있지 포르투갈, 에스파냐 등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접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1권의 내용을 따라가기는 많이 힘들 것 같다.
역사학과 출신이라면 보다 수월하게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학과 출신이 아니라서 수업시간에 월러스틴에 대한 내용은 우연히 듣게 되었을 뿐이라 사전지식 없이 읽게 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아날학파와 브로델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월러스틴이 브로델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의 논의를 자본주의체제가 어떻게 성립되게 되었는지에 적용해서 풀어낸 작품이 ‘근대세계체제’라는 말을 들어서 우연히 저렴하게 구할 수 있게 된 월러스틴의 책으로 브로델의 논의를 곁눈질 할 수 있겠거니 하며 읽었다가 제대로 어려운 책을 잡아서 힘겹게 읽게 되었다.
학생도 아니고 직장을 다니는 일반인이 읽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워낙 끊어 읽어서 무슨 내용인지도 이해하기 힘들게 되었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맑스(마르크스)주의나 기타 다른 학자들이 분석해내는 자본주의체제의 성립과정에 비해서 보다 다양한 논의와 자료를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힘겹게 읽게 되겠지만(혹은 너무 자세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바탕에 두기 때문에 자본주의체제가 성립되는 과정이 확연하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모호하게 생각될 수 있겠지만) 시간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핵심부-주변부-반주변부에 대한 거시적인 시각과 각 지역별, 국가별 내부에서의 정치적 계급적 갈등으로 인한 변화에 대한 미시적인 시각이 균형있게 다루고 있고 짜임새 있어서 월러스틴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읽어나가게 된다면 몇몇 부분에서는 읽는데 힘겹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떤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책의 두께에 주눅들게 된다면 우선 서론과 마지막 장인 이론적 재고찰을 읽은 다음에 본문을 읽는다면 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론적 재고찰에서 간략하게 다루기는 하지만 계급과 국가에 대해서 논의되는 내용은 꽤 의미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근대세계가 저지른 그 온갖 잔인한 짓들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태어난 것은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 좋은 일이다.”과 같은 문장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큰 감동을 안겨준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불만스런 혹은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면서도 그 추악한 부분을 끌어안으려는 월러스틴의 생각은 자크 르 고프의 ‘연옥의 탄생’과 일부분은 유사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 같다.
브로델에게 관심을 갖게 돼서 월러스틴을 읽게 된다는 희한한 과정으로 읽게 된 ‘근대세계체제’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책일 것 같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손에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직 2, 3권을 읽어야 할 처지이기 때문에 남들한테 권하지는 못하겠지만...
이걸 읽으면서 브로델은 무슨 수로 읽을 수 있을지 난감한 기분이 들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