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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5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평점 :
고전을 좋아하고, 되도록 많은 고전을 읽으려고 하지만 스탕달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적과 흑’이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꽤 괜찮다는 평은 들었어도 특별히 다른 고전들에 비해서 많은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다른 고전들과 마찬가지로 구색 맞추는 수준의 작품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세계고전모음집과 같은 전집류에 들어갈 만한 작품 같다는 느낌?).
스탕달에게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니체가 그의 몇몇 저작에서 스탕달에 대해서 극히 이례적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심술쟁이 영감이(평소 남 칭찬하는데는 인색한) 얼마나 좋은 책이었으면 이렇게 칭찬을 할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 책을 고르게 되었다.
그리고... 니체같이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 칭찬을 했기 때문인지 (단순한) 나는 별로 이해를 하지 못하면서 지금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
지금은 하권을 읽었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주인공 쥘리엥 소렐이라는 청년의 기행문과 같다는 생각이랄까? 물론 그가 드넓은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폴레옹이 실각한 이후의 프랑스에 살아가고 있는 몇몇 계급 혹은 집단들을 경험하는 것이지만.
주인공 쥘리엥은 파리에서 떨어진 시골에서 살고 있는 청년인데, 그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형들과 살아가면서 그들과는 다르게 섬세하고 책을 좋아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런 행동이 그들과는 다른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며 더욱 그를 좋은 시각으로 보지 않는 아버지에게 어느날 쥘리엥을 떠나보낼 좋은 기회를 잡고 쥘리엥의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는 특출난 능력인 라틴어 실력과 책을 통한 지식이 필요했던 시장의 집에 돈을 받고 가정교사로 보내버린다.
지식에 대한 열정과 섬세한 성격이면서도 때로는 무책임하고 건방진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쥘리엥이라는 캐릭터는 몰입되기 보다는 거리감을 갖고 그를 지켜보게 만드는 캐릭터이고 그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유치한 의도는 조금은 뻔뻔하면서도 때로는 웃게 만들게 된다.
유치한 감정에서 시작한 사랑과 자린고비 정신의 부르주아 계급의 집안에서의 몇몇 일화는 스탕달이 쥘리엥을 통해 하나의 사회소설을 쓰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집단들을 경험하게 만들면서 당시의 사회가 어떤 모습을 갖고 있었는지 살짝 엿볼 수 있게 만든다.
이후 시장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몇몇 일화들과 그것들로 인해서 교회로 가게 돼서 겪게 되는 일화들은 당시의 종교에 대한 스탕달의 비판적인 시각을 볼 수 있다.
당시의 종교사회에서 볼 수 있는 맹목적인 믿음과 시기심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쥘리엥은 조금씩 성장하기도 하고 그의 이방인과 같은 성향을 보다 강화하게 만들게 된다.
상권의 말미에서 다시 파리 쪽에 거주하고 있는 보다 명문 집안의 가정교사로 가게 되는데, 그의 여행이 어떤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들 것 같은 책은 아니지만 니체가 어째서 이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약간은 알 것 같기는 하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