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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평점 :
전작(‘1913년 세기의 여름’)을 그렇게까지 재미나게 읽진 못했었다. 인상적인 글쓰기 방식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밋밋하다는 느낌이랄까? 그 시대의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진 못했다는 생각이다. 겉돈다고 해야 할까? 혹은 독일이 중심이고, 주변 지역의 명사들이 간혹 등장하고 있을 뿐이면서 너무 거창한 것처럼 꾸민 것 같은. 너무 박한 평가라는 건 안다.
어떤 평을 하든 분명 인상적인 시도이고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난번은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의 시작점”인 1913년으로 되돌아가 모더니즘의 찬란한 태동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었다면, 이번 신작에선 세계사적으로 가장 불행했던 시기라고 할 만한 제1차세계대전 이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10년 동안인 1929년~1939년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플로리안 일리스는 일기, 편지, 잡지, 신문, 그림, 사진 등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베를린 황금기의 끝자락인 이 격동의 10년을 문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요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풀어냈다. 뉴욕 증시 폭락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대공황과 더불어 나치즘과 파시즘이 부상하고 불안과 증오가 악순환을 이루며 파국으로 치달았던 시대다.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끔찍했던 전쟁을 겪은 직후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과거를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시대. 사람들은 “그토록 정신없이 현재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예술가들은 열광적인 사랑에 빠졌다.“
11년 만의 후속작은 전작에 비해서는 흥미롭게 읽을 부분은 많았으나 이게 그렇게 대단한가? 라는 생각은 여전히 든다. 증오와 사랑이라는 극히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을 온갖 유명 인사와 지식인들을 등장시키면서 살펴보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진 않다.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고, 결국에는 유럽(중에서도 독일)을 중심으로 한 내용 이상은 아니기 때문에 동방의 구석진 나라에서 살아가는 배불뚝이 중년의 아저씨인 사람으로서는 적당한 흥미만 들게 될 뿐이었다. 어쩌면 증오나 사랑을 잘 몰라서 그런지도 모르고. 다만, 히틀러가 그리고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게 되어가는 과정에서 유대인 및 그쪽과 대립하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내쫓겨가고 불안감에 휩싸이는지는 무척 관심이 가며 읽게 됐다.
좀 더 젊은 사람들은, 혹은 언급되는 사람들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 읽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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