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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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의 그리고 필립 말로의 두 번째 이야기인 안녕 내 사랑은 그들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성향을 보여주고 있는 내용일 것 같다. 조금은 뜬금없는 방식으로 사건에 휘말리고 점점 이상한 상황에 끌려들어가면서 어떤 진심 가득한 사랑을 말하는 마무리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다른 챈들러 / 말로의 이야기에 비해서는 특별한 끝맺음을 느끼게 해준다. 다만, 그게 진정한 사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건 사람마다 달리 평가하겠지만 레이먼드 챈들러가 만들어내고 있어서 무척 특색이 있는 것 같다.

 

사립탐정 필립 말로는 센트럴 로를 걷던 중 우연히 무스 맬로이라는 거한이 저지르는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맬로이는 감옥살이를 하느라 8년 전에 헤어진 빨강머리 애인을 찾는 중이었다. 말로는 그녀의 행방을 알고 있을 노파를 찾아나서지만 노파 역시 처참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한편 말로는 한 남자로부터 어느 귀부인의 도난당한 비취 목걸이를 찾는 데 동행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런데 그 의뢰인은 현장에서 살해당하고, 말로 역시 속수무책으로 폭행을 당하고 만다.

사랑하는 여인을 좇아 사라진 맬로이, 사라진 비취 목걸이의 행방, 거듭되는 살인사건. 흩어진 사건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던 말로는 결국 8년 전의 빨강머리 여자를 찾아내는데...”

 

항상 말하지만 내용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아리송하면서도 언제나처럼 들쭉날쭉한 진행이기 때문에 읽다보면 헛발질을 할 때도 있고,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필립 말로라는 길동무를 따라간다면 아주 길을 잃지 않으면서 이야기의 전체를 조금은 알아가게 된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는 좀 더 이 이야기를 음미할 수 있었다. 조금은 여유를 갖고 이야기를 즐기게 되니 전보다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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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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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길을 끌어 보게 된 애니메이션 배를 엮다는 참신한 소재가 인상적이었다. 이야기 진행은 그렇게까지 대단하다 할 순 없어도 사전 출판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꽤 그럴싸하게 만들어냈었다.

 

이야기는 사전 <대도해> 편찬을 준비하고 있는 대형출판사 겐부쇼보의 사전편집부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없는 날카로운 언어적 센스를 가진 마지메가 오면서 시작된다.”

 

애니가 마음에 들어서 원작을 찾게 되었고, 읽어보니 크게 다르진 않지만 몇몇 달라진 부분들을 발견하면서 애니와 마찬가지로 재미나게 읽게 됐다. 출판에 관해서만 자세하게 다뤄낸다면 그리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해, 연애 이야기가 함께 곁들여져 있긴 하지만 그게 그리 신통찮은 느낌이 들긴 하다. 너무 단조롭다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면 진부할 정도로 교과서적이라고 해야 할까?

 

언뜻 지루할 것만 같은 사전 편집 이야기. 하지만 작가 미우라 시온은 그 과정을 소설 안에서 지금 이 사회가 잊고 지내는 다양한 아날로그적 가치의 소중함을 리얼한 에피소드와 섬세한 감정 묘사로 녹여 낸다. 가벼운 문자보다 진중한 말과 정성스런 손글씨, 열정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일, 인간관계 안에서의 고민,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람들. 무언가를 위해 성실히 일하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예상치 못한 웃음과 눈물, 따스한 감동을 담아 엮은 작품이다.”

 

재미도 분명하게 있고, 읽다보면 눈길을 끄는 문장도, 출판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부분들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충실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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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윈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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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챈들러의 혹은 필립 말로의 세 번째 작품이지만 뭔가 착각을 하고 그()의 두 번째 모험이라는 생각으로 읽게 됐다. 그게 큰 잘못도 아니고 그렇게 읽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겠지만.

 

말로가 찾아 헤매는 것은 어느 부잣집 여주인의 사라진 희귀동전 '브라셔 더블룬'. 그 탐색 중에 많은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얽힌 관계를 찬찬히 파헤쳐가면서, 부유층의 타락, 가난한 자에게 실현되지 않는 사회정의, 그들에 대해 어찌할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의 무기력을 말로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피력한다.”

 

전보다는 더 노골적으로 필립 말로는 부패함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빅 슬립에서 보여주듯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시선 보다는 반감과 분노가 더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라 할 수 있고. 반대로 좀 더 정의감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레이먼드 챈들러가 생각하는 필립 말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늦게 태어나서 살아가는 원탁의 기사를.

 

처음에는 희귀한 동전을 찾으려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다가 결국에는 챈들러의 다른 필립 말로 이야기처럼 인간의 내면을, 그만의 인간 군상을 냉정하고 차갑게, 말 그대로 하드보일드하게 그려내고 있다.

 

언제나처럼 복잡한 이야기 구성은 읽기가 힘들기도 하지만 필립 말로를 놓치지 않고 뒤따라가면 적당하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챈들러의 작품을 단번에 이해하는 사람은 무척 대단한 사람이 아닐까? 혹은 인간에 대한 어떤 기본적인 통찰력이나 냉소적인 시선이 가득한 사람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은 필립 말로처럼 어떤 절대적인 패배와 환멸을 겪은 사람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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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오리지널 인터뷰집
맷 슈레이더 엮음, 백지선 옮김 / 컴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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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blog.naver.com/ghost0221/221283931043

 

 

 

다큐멘터리 스코어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있지만 영화음악에 관해서는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거나(듣거나) 알고 있는 것이(그냥 유명 작곡가 이름만 아는 정도의)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좀 더 부끄러운 말을 꺼내야 할 것 같다. 그걸 봤음에도(알게 되었음에도) 영화를 볼 때... 여전히 음악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아직도 영화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언제쯤 영화를 조금이나마 알게 될 수 있을까? 꼭 알아야 할 건 아닐지라도.

 

스코어(Score)는 악보라는 뜻으로, 영화음악에서 악보를 사용해 음악을 연주하기 때문에 영화음악을 스코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최초의 영화음악 다큐멘터리이자 각종 영화제 수상 후보로 오른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의 오리지널 인터뷰집으로 영화 속 인터뷰이들의 심층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이 책은 다큐를 만들기 위해서 나눴던 인터뷰 중 (아마도) 아쉽지만 빠져야만 했던 내용들이 못내 아쉬워 이렇게 책으로라도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건 아닐까? 다큐가 마음에 들었다면 이 책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여러 작곡가/음악가들의 인터뷰가 좀 더 상세히 담겨져 있어 읽는 재미도 컸고, 다큐에서 보았던 내용들을 글로 다시 읽게 되니 새롭게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고 영화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다만, 알려는 주고() 있지만 그것들 모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시대가 변하면서 영화 음악을 연출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배경음에 불과했던 영화음악이 지금 이렇게 음악으로서 영화 팬들에게 사랑받기까지, 거장들이 어떠한 음악적 시도들을 했었는지 이 책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영화의 배경지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전 세계를 다니며 녹음을 한다든지, 독특한 소리를 얻기 위해 일부러 음이 맞지 않는 피아노로 작업을 하거나, 원하는 하프소리를 만들려고 낡은 피아노로 거대한 에올리언 하프를 만드는 등 색다른 작업 방식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은 영화음악 작업방식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클래식과 대중음악 등 장르가 국한되는 다른 분야의 작곡가와 달리 영화음악 작곡가는 온갖 종류의 악기로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다룬다. 이러한 영화음악의 제작과정은 그야말로 상상을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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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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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hard-boiled - 무감각한, 정에 얽매이지 않는, 딱딱한, 일체의 감상이나 수식 없이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대실 해밋의 소설들을 순서대로 읽으니 자연스럽게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에 손이 가게 되었다. 둘을 꼭 묶어서 생각할 필요는 없겠으나 하드보일드를 말할 때면 항상 함께 언급되는 그들이니 대실 해밋에 이어서 이번에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혹은 필립 말로의 소설들을 순서대로 읽어봐야겠다.

 

모아진 경찰 조사를 바탕으로 사건을 밝혀내거나 부러진 펜촉 하나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방식이 아닌 이제는 익숙하고 진부하다 말할 수 있는 현대식 탐정의 원형을 만든, “하드보일드 탐정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만들어내 훗날 이 장르를 개척한 대표적인 탐정으로 각인시킨 필립 말로의 첫 번째 이야기인 이 소설은 너무 많이 알려져 있으니 더 덧붙일 말은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이미 읽어봤고 영화도 접한 다음 다시금 읽게 되니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복잡한 구성과 혼란스러움이 덜하면서 필립 말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챈들러의 매력은 그가 도시의 비정함, 쓸쓸한 분위기를 탁월하게 그려낸다는 점이다. 필연적으로 무자비하고 냉혹할 수밖에 없는 도시의 질서. 도시의 생리. 이야기 내내 비가 내리고 음모와 애증이 난무한다. 탐정이 가는 곳마다 죽음이 따르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도시는 회색빛. 모든 이에게 때가 묻어 깨끗한 사람은 없다. 아무리 비가와도 인간의 죄악은 쉽게 씻기지 않는다.”

 

단번에 챈들러의 소설을 즐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필립 말로와 같은 쓰디씀을 겪어봤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가장 훌륭한 하드보일드 소설을 접하게 되었고 이것 이상으로 탁월한 하드보일드는 없을 것이니 다시금 그의 소설들을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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