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 뚜벅이변호사 조우성이 전하는 뜨겁고 가슴 저린 인생 드라마
조우성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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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법을 믿기 보다는

법을 믿을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것의 필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다뤄지는지를 수없이 지켜보았기 때문에 더 이상은 믿을 수 없게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조금이나마 법을 믿고 싶어지고 존중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이런 책을 읽게 되거나 법을 통해서 정의와 신념을 이뤄내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인 것 같다.

 

우리는 생각보다 일상적으로 고소나 고발과 같은 단어들을 접하게 되기도 하고,

실제로 사건의 당사자가 될 때도 있다.

 

드라마와 영화 혹은 뉴스나 기사를 통해서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간간히 주변사람들의 경험 때문에 알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직접 경험을 하지 못해서 제대로 설명해낼 수 있진 않지만 아마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거나 /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면 누구나 마찬가지도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고 잊기 힘든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되도록 피하고 싶은...

원만하게 합의하고 싶은...

 

누구나 그렇게 정리되기를 바랄 것이고,

지지부진하게만 느껴지는 소송과 법적다툼은 생각하기가 싫을 것이다.

 

하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던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에 몰릴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본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된 다양한 사람들 / 이야기들을 모은 조우성 변호사의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은 단순하게는 개개인들 사이의 여러 법적인 다툼들과 그 다툼을 법적으로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깨닫게 되는 점들과 법과 관련된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어떤 자세-태도가 필요한지를 다루고 있다.

 

짧은 내용들의 묶음이기는 하지만 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고,

우리들이 흔하게 접하는 재산다툼, 애정관계, 부부관계 등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 좋을 법적인 지식-정보들과 그 개별적인 사건들에서의 각자의 행동과 뒷얘기를 통해서 인간적인 면에서 깨우치고 반성해야 할 점들이, 어떤 교훈을 찾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기도 하지만 좋은 내용이고 자주 생각나게 만들 내용이다.

 

저자 본인이 생각하는 법적인 다툼까지 각오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그 생각을 이으면서 결국 법적인 다툼보다 감정적인 다툼이 우선되기 때문에 법적인 다툼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생각은 한편으로는 너무 인간적인 면과 감정적인 면을 내세우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대부분은 실제로 그럴 것 같기도 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 같고, 저자 개인의 경험들 또한 그런 측면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경험들이 많아서 단호하게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그런 다툼을 풀어내는 과정 또한 법적인 논리만을 내세울 수 없는...

그것 또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태도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도록 만들고 있다.

 

저자가 경험한 법적인 다툼들을 통해서 똑똑함 보다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것이 어떤 것을 말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모든 것에 대해서 깊은 생각과 지난 일에 대한 반성과 교훈 그리고 때로는 단호함도 필요할 것 같다.

 

지식만을 앞세우고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지혜에 대해서 말해주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좋은 내용이기는 하지만 많은 것이 부족한 사람이라 이런 좋은 생각을 더 많이 함께 나눌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떠올려지지가 않는 것 같다.

 

그저 이런 글이라도 써서 좋은 책을 알리는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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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사의 영토 2 - 실사와 허구 사이, 한문단편소설
임형택 지음 / 태학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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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사의 영토 01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91867681

 

 

 

한문서사의 영토 02’에 수록된 단편들은 대부분 조선시대 중후반기에 발표된(발표되었다고 추정되는)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고, 번역자의 총설에도 언급되었듯이 조선시대의 한문단편소설의 절정기-전성기 작품들에서부터 후반기의 완성도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작품들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편이 2편보다 좀 더 만족스럽게 읽혀졌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절정기의 작품들이 완성도에서는 우월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초기 작품들이 좀 더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소재들로 구성되었었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절정기의 작품들은 교훈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려고 (의도)하거나(작품의 말미에 별도로 작품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체제와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이야기가 안정감 있고 완성도가 높을지라도 무언가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이 들어서 재미의 강도가 이전만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2편에 수록된 작품들도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조선시대의 신분제와 주자학과 유교 문화,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로 대표되는 건조하고 딱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그와 반대로 그런 틈바구니에서도 그 당시의 시대정신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거나 이야기 진행과 구성으로 체제-시대의 모순되고 문제되는 점들이 지적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런 시대와의 갈등에 대해서, 그 시대의 강압적인 부분들과 문제점들에 대해서 번역자는 되도록 언급하고 지적하기 보다는 두루뭉술하게 논의를 하고 있어서 좀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아쉬운 점들이 간혹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번역자 개인의 정치적 / 사회적 성향으로 인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게 되는 것 같다.

 

또한, 한문단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적되었고 전복하려는 시도들, (체제 / 시대에 대한) 변화의 요구들이 만족스럽게 현실에도 반영-수용되지 못하면서 조선의 몰락이 점차 진행되어갔음을 역사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를 통해서만-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조선시대를 이 작품을 통해서 좀 더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알게 되면서도 점점 더 견고해지고 굳어져만 갔던 사회가 어떻게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들을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체제에 순응하거나 일탈하거나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만 하는 선택의 갈림길만이 제시되어 그 두 가지와는 다른 다양한 다른 방식은 어떻게 알게 모르게 억압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정치적-사회적인 해석()이 이뤄지는 단편들만을 수록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생활, 사랑, 경제, 풍습, 웃음과 해학과 같은 말 그대로 그 시대의 삶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시각으로 혹은 하나의 모습만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미 1편에서도 지적했지만 각자의 방식에 따라 자신들만의 해석들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우선은 번역자가 기본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해석들과 추가되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더 많은 얘기들과 생각들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만 할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저자가 총설의 마지막에서 준엄하게 말하는 기본을-읽는 태도를 잃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문학을 논문 생산을 위한 자료로 사유화하고 화석화시키지 마라.

연구자가 문학을 문학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한다면

마침내 문학 자체는 물론 문학 연구도,

연구자 자신도 폐광처럼 황폐하게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풍요로움을 위해서 무언가를 읽고 생각하고 그것들을 얘기하는 것이지 그것을 망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니까.

 

기본을 잃지 않으며 남겨진 것들을 되살려내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참고 : 어떤 의미에서는 다양한 장르적으로 다양화가 이뤄지고, 이야기 구성과 구조의 특징들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검토가 이뤄졌어야만 하는데, 그런 점들에 관해서는 그리 아는 것이 없어서 그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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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누구의 책임인가 GPE 총서 4
하워드 데이비스 지음, 정성욱 옮김, 김정한 감수 / 책세상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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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발생해서 전세계를 휩쓸었던...

지금도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해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파급되었던...

 

주식과 금융과 같은 실물로서 확인할 수 없는 가상의 수치들로서만 평가되는 주식자본주의, 투기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와 같은 초기 혹은 그 이후의 자본주의와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에 막대한 위기를 초래한 금융위기는 여전히 그 원인에 대해서 여러 논쟁들과 회피 그리고 반박이 이뤄지고 있고, 어떻게 해야만 다시금 이런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조금은 활발함이 식기는 했지만 여전히 논란 속에서 논쟁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맑스(마르크스)주의자의 관점에서 본다면야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인해서 발생된 문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도 무작정 부정될 수 없겠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체제 내의 시각으로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일련의 금융위기에 관한 상세한 논의까지는 아닐지라도 위기에 관한 온갖 논의들을 간략하게라도 정리해서 확인할 수 있는 ‘금융위기, 누구의 책임인가’는 풍부하고 상세한 내용은 아니지만 금융위기를 통해서 벌어졌던 소란스러움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는 내용인 것 같다.

 

여전히 금융위기에 대해서 각자의 이해에 따라 원인과 대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지만 그로 인해서 벌어지게 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침체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고 아마도 꽤 오랜 기간 영향은 계속될 것 같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다양한 논의들이 있겠지만 그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씩 질문과 대답을 찾아야만 할 것 같다.

 

저자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의견들과 그 의견들에 대한 반론들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인 판단을 더해서 각각의 원인들에 대한 의견들을 평가하고 있지만 그 논의가 상세함을 보여주기 보다는 간략하고 대략적이거나 오갔던 논의들의 핵심만을 언급하는 수준에서... 철저한 분석을 해보거나 집요한 논박들이기 보다는 자세하게 써낸 경제신문 기사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반대로 이처럼 다양한 논의들이 있었다는 것과 그 논의들의 다양함을 통해서 얼마나 큰 위기였고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 파급력을 보였는지를 알 수 있는 예이기도 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한동안 활개를 쳤던 자유방임주의-온갖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의가 커졌으며, 개별 국가의 내부적으로도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심각함을 더해가는 부의 불균형과 지나치게 비대해져버린 금융자본에 대한 문제점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것 같고, 그와 함께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게 될 경우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초래하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도 생겨나게 된 것 같다.

 

물론, 이런 인식은 충분한 반성과 복기를 했던 사람들만이 느끼고 깨닫게 되겠지만.

 

또한,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서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혹은 그릇된 경제정책과 경제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점 또한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기도 했는데, 부도덕하고 비정상적인 운영을 보였음에도 거대한 규모라는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을 해야만 한다는 선택은 과연 이 사회가 누구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를 갖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한줌의 사람들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힘겨워지게 되는 세상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다.

 

어쨌든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함께 다시는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논의해야만 하고, 원인들을 찾아야만 하는데, 그런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논쟁들과 이해관계 그리고 정치적인 득실로 인해서 쉽게 원인파악과 대안은 찾아질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번에 있었던 금융위기는 진정한 위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을 갖게 되기도 한다.

 

‘금융위기, 누구의 책임인가’를 읽어본다면 어떤 하나의 원인을 찾기 보다는 총체적인 부실과 잘못된 전제들 속에서 이뤄진 당연한 결론-위기라는 생각도 갖게 되는데, 저자가 말하듯 더 이상의 거품의 붕괴가 일어나지 않게 만들 수는 없을지라도 왜 이번 거품 붕괴가 극적이고 파괴적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이해가 그리고 원인분석이 더 명확해져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이 우리가 찾아야만 하는 교훈일 것이고,

그 교훈을 통해서 지금과 같은 반복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만 할 것이다.

 

단순히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가 아닌

반대로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를 위해서가 아닌

우리와 우리 주변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해야만 할 것이고 찾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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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사의 영토 1 - 실사와 허구 사이, 한문단편소설
임형택 지음 / 태학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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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열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32516073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24936447

 

 

 

처음부터 한문소설-조선시대의 소설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관심도 없었고,

기억을 떠올려 본다고 해도 기껏해야 ‘정비석의 홍길동’ 정도만을 읽어보았을 뿐이고, 

그걸 과연 한문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 제대로 읽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대답일 것 같다.

 

그래도 이상하게 관심은 갔었다.

이유는 없다. 모든 것에 이유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최근 들어 조금씩 관심이 생겨나기 전까지는 조선시대의 소설들에 대한 관심은 없었으며 있었다한들 조선시대에 대한 일종의 고정관념(경직적인 사회 분위기와 구조, 신분제, 지나칠 정도로 견고하고 강건한 도덕관념-지배 이데올로기) 때문에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았었다.

 

삼강오륜을 소설로 만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아예 조선시대의 소설들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를 않았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저런 지식들을 접하게 되면서 조선시대도 그런 경직성에서 벗어나는 순간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견고한 사회구조를 흔드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과 단지 딱딱하고 틀에 박혀져 있는 구조-구성으로서만 바라볼 수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기는 했는데, 아쉽게도 그런 논의들을 산발적으로만 접했을 뿐이고 체계적으로 접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찾아볼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하나씩 알아가기에는 한계를 느껴 막연한 추측과 상상만으로 조선시대를 조금씩 다시 생각하게 되었었다.

 

궁금함을 궁금함으로써 그대로 둔다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는 알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두고 있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조건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그 길고 긴 시대로 인해서 어디서부터 관심을 갖게 되어야 할지도 마땅찮아서 간혹 생겨나던 관심도 그저 관심에서 머물렀을 뿐이고 항상 그렇듯 잠시 생각나다 사라졌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읽게 된 ‘책벌레들...’은 막연하게만 느끼던 관심을 조금은 채워줄 수 있는...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혹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야 할지를 담고 있었고, 무척 단순하게만 느껴졌던 조선시대가 그동안의 선입견과는 달리 다채롭고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렇게 조선시대에 대한 오해를 풀게 되면서 마치 유럽의 중세시대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을 뒤집어주었던 (그래서 여전히 충격적이고 항상 관심을 갖게 만드는) 아날학파의 논의들처럼 조선시대를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런 인식의 전환과 함께 좀 더 관심은 커져버렸지만 때때로 헌책방에서 구하게 되는 책들 위주로 읽게 되어서 앎의 진척은 더디기만 했고 그나마 ‘평민열전’과 같은 책을 통해서 조선시대의 길고 긴 시대처럼 단순함으로서 느껴지는 이면에 감춰진 다양하고 복잡한 시대의 풍경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우연찮게 빌려 읽게 된 ‘한문서사의 영토 01’ 또한 이런 조선시대의 다양함을 그리고 풍부함과 풍요로움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단편소설들로 채워진 소설집이고 실사와 허구 사이라는 부제처럼 실제 사실을 글-소설로써 남겨진 글이 있는가 하면, 사실이나 실제로 있었던 내용이기 보다는 창작에 의한 혹은 그 이전의 고전들을 그들 나름대로의 시대와 상황에 맞게 각색한 내용들도 있어서 다양한 관점에서 조선시대의 생활상과 그 시대의 사람들의 인식-사고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기도 하는 작품이었다.

 

탁월하고

빼어나다

다채로운 이야기에 넋을 잃고 감탄하게만 만든다.

 

전체 2권으로 되어 있어서 아직 모든 내용을 읽어내지 못해 절반만을 말하자면,

번역자는 1권에서는 조선건국 초기에서부터 임진왜란 직후까지의 시기 순으로 여러 한문단편들 중 번역자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선별한 작가와 작품들로 꾸며졌으며, 각각의 내용들은 단순히 기묘하고 독특한 내용의 이야기들로만 이뤄진 것이 아닌 그 당시의 시대를 최대한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와 함께 그 시대에 대한 이해도 알게 모르게 읽어가며 스며들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고전을 발굴하고 구성-배치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작품들이 어떤 연유에서 쓰인 글인지를 그리고 작가와 시대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 속에서 해석하고 해설해주고 있어서 그저 읽기만 할 뿐이라면 알아채지 못했을 내용들도 함께 알 수 있도록 만들어 더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번역자는 그런 해석과 덧붙임을 최대한 절제하고 최소한으로 제시하려고 해서 조선시대의 신분적, 지배 이데올로기적 특성과 그 해체-전복이 이뤄지는 순간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진행시키지 않아서, 반대로 어떤 지배 이데올로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 구성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논의들은 따로 다루지 않고 있어서 그런 이야기 이면에서 찾아야만 하는 해석들을 읽어내는 사람들이 직접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여백으로 남겨지게 되는 것 같다.

 

우리에게 충분한 길잡이를 해주었으니 우리들은 이제 그 만들어진 길을 따라서 향하거나 새로운 길들을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또한, 번역자 본인이 무척 중요한 시기로서 언급하는 임진왜란 시기에 대해서 예상보다 적은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체제존립이 뒤흔들어졌던 시기에 남겨진 글들을 통해서 그 당시의 지배계급-신분이 어떤 위기감과 체제유지를 위한 노력들이 있었는지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가 어렵기도 했다.

 

아마도 조선시대 전체를 다루다보니 분량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임꺽정이나 황진이와 같은 이들의 이야기들이 있는가 하면,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민중들의 구전을 통해서만 전해졌을 것 같은 이야기들 또한 함께 담겨져 있어서 당시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삶의 태도와 관념 속에서 살아갔는지를 좀 더 실감나게 이해될 수 있게 되었고, 조선시대를 떠올리게 될 때마가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강력한 도덕관념으로 무장된 지배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작동이 되었었는지를, 반대로 어떻게 흔들려지고 부정되어졌으며 전복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번역자는 그런 정치적 / 사회적인 해석만이 가능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닌 이야기 그 자체의 매력으로 충분한 글들도 수록하고 있고, 엇비슷한 이야기들이 어떤 차이와 유사성 그리고 변형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무척 다양한 방식으로 글들을 읽어낼 수 있는 여지를 계속해서 남겨놓고 있다.

 

이를테면 조선 초기와 중기의 이야기 구성이나 진행방향이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를 검토해보는 것도, 번역자가 자주 언급하는 서사의 구성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분석해 보는 것도 무척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 같다.

 

번역자는 이처럼 단순히 재미나고 매력적인 혹은 특이한 이야기들로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과 논의가 가능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수록해서 여러 방식들로 읽어낼 수 있도록 정교하게 채우고 있다.

 

번역자의 언급처럼 일반 독자, 문학 및 영상예술의 작가, 전문 연구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이 다채롭고 풍성한 잔칫상을 마음껏 즐기고 그 이후에 어떤 것들을 생각해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 같다.

 

1권에 수록된 단편 중 빼어난 실력의 악사가 자신의 음악을 글처럼 남기지 못함을 서운하게 생각하며 슬퍼하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생각을 이어가며 생각해보니 ‘책벌레들...’에서 결국 조선을 지탱해왔던 것은 글-책이라는 결론을 떠올리게 되고, 문(文)이 무(武보)다 앞세워진 이데올로기적 지평 위에 세워진 시대이고 공간이었다면 그들의 생각과 사고 그리고 그 시대와 관한 수많은 것들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이렇게 남겨진 글-이야기들을 통해서 우선 확인해야만-검토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쉽게 만들어질 수 없었던 시대에 만들어져서

쉽게 남겨질 수 없었던 시간들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남겨진 책들과 글들은 그런 이유로 인해서 나름대로의 남겨지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찾아내고 확인해가며 조선시대를 그리고 과거의 선조들의 생각들과 지혜들을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남겨진 이유가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하더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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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윈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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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말로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3626754

빅 슬립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3630168

안녕 내 사랑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95187485

호수의 연인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3817476

기나긴 이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3423765

 

 

 

레이먼드 챈들러의 세 번째 필립 말로 시리즈인 하이 윈도는 언제나처럼 자신만의 규칙을 지켜내는 필립 말로를 중심으로 추악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들을 허무감으로 찌든 시선으로 뒤쫓고 있다.

 

항상 그렇듯 피곤하고

언제나처럼 회의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스스로가 정한 규칙을 포기하려고 하진 않는다.

어떻게든 지켜내고 그 견뎌내는 과정을 통해서 알 수 없는 깨달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번역자나 해설자의 지적처럼 다른 필립 말로 시리즈에 비해서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닌 물건을 찾는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필립 말로 시리즈에서는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큰 차이로서 생각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우리들에게 레이먼드 챈들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어떤 이야기 구성과 의뢰된 사건을 해결해내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과 그 상황들에서 나타나는 우리들의 숨길 수 없는 본연의 모습들을 들춰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은 비겁하고

그 비겁함 속에서 각자 무언가를 지켜내려고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그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들이 그러는 모습들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다.

 

항상 강인한 모습만을 보이고

모든 것에 대해서 거리감을 갖고 냉소적인 말로 사람의 기분을 비비꼬이게 만드는 필립 말로의 말재주는 여전하고 그의 냉소와 재치 그리고 추악한 모습들을 보고 싶지 않지만 결국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서 스스로를 비관하면서도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는 모습을 통해서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타협하며 점점 더 자신이 정한 방식에서 멀어지게 되어가는 우리들의 모습들을 찾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매끄럽게 만드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지 계속해서 앞부분을 다시금 들춰보며 이야기를 쫓아가게 만들고, 잘 외워지지 않는 이름들을 확인하느라 짜증스럽게 책을 뒤적거리게 만들지만 필립 말로라는 매력적인 주인공 덕분에 귀찮고 짜증나면서도 흥미롭게 그의 고생담을 함께할 수 있었다.

 

탁월하다는 말만 나오게 되는 멋진 문장들이 곳곳에 담겨져 있고, 그 문장들을 읽어가며 도시를 그리고 하드보일드를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우면서도 지저분하게 써내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글재주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었다.

 

 

 

참고 : 무척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필립 말로의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좀 더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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