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이 윈도 ㅣ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2월
평점 :
필립 말로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3626754
빅 슬립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3630168
안녕 내 사랑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95187485
호수의 연인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3817476
기나긴 이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43423765
레이먼드 챈들러의 세 번째 필립 말로 시리즈인 ‘하이 윈도’는 언제나처럼 자신만의 규칙을 지켜내는 필립 말로를 중심으로 추악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들을 허무감으로 찌든 시선으로 뒤쫓고 있다.
항상 그렇듯 피곤하고
언제나처럼 회의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스스로가 정한 규칙을 포기하려고 하진 않는다.
어떻게든 지켜내고 그 견뎌내는 과정을 통해서 알 수 없는 깨달음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번역자나 해설자의 지적처럼 다른 필립 말로 시리즈에 비해서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닌 물건을 찾는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필립 말로 시리즈에서는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기 때문에 큰 차이로서 생각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국 우리들에게 레이먼드 챈들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어떤 이야기 구성과 의뢰된 사건을 해결해내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과 그 상황들에서 나타나는 우리들의 숨길 수 없는 본연의 모습들을 들춰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은 비겁하고
그 비겁함 속에서 각자 무언가를 지켜내려고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그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그들이 그러는 모습들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고 있다.
항상 강인한 모습만을 보이고
모든 것에 대해서 거리감을 갖고 냉소적인 말로 사람의 기분을 비비꼬이게 만드는 필립 말로의 말재주는 여전하고 그의 냉소와 재치 그리고 추악한 모습들을 보고 싶지 않지만 결국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서 스스로를 비관하면서도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는 모습을 통해서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타협하며 점점 더 자신이 정한 방식에서 멀어지게 되어가는 우리들의 모습들을 찾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매끄럽게 만드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지 계속해서 앞부분을 다시금 들춰보며 이야기를 쫓아가게 만들고, 잘 외워지지 않는 이름들을 확인하느라 짜증스럽게 책을 뒤적거리게 만들지만 필립 말로라는 매력적인 주인공 덕분에 귀찮고 짜증나면서도 흥미롭게 그의 고생담을 함께할 수 있었다.
탁월하다는 말만 나오게 되는 멋진 문장들이 곳곳에 담겨져 있고, 그 문장들을 읽어가며 도시를 그리고 하드보일드를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우면서도 지저분하게 써내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글재주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었다.
참고 : 무척 당황한 모습을 보이는 필립 말로의 모습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좀 더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