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서사의 영토 2 - 실사와 허구 사이, 한문단편소설
임형택 지음 / 태학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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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사의 영토 01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91867681

 

 

 

한문서사의 영토 02’에 수록된 단편들은 대부분 조선시대 중후반기에 발표된(발표되었다고 추정되는)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고, 번역자의 총설에도 언급되었듯이 조선시대의 한문단편소설의 절정기-전성기 작품들에서부터 후반기의 완성도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작품들로 이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1편이 2편보다 좀 더 만족스럽게 읽혀졌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절정기의 작품들이 완성도에서는 우월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초기 작품들이 좀 더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소재들로 구성되었었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절정기의 작품들은 교훈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려고 (의도)하거나(작품의 말미에 별도로 작품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체제와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이야기가 안정감 있고 완성도가 높을지라도 무언가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이 들어서 재미의 강도가 이전만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2편에 수록된 작품들도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조선시대의 신분제와 주자학과 유교 문화,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로 대표되는 건조하고 딱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그와 반대로 그런 틈바구니에서도 그 당시의 시대정신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거나 이야기 진행과 구성으로 체제-시대의 모순되고 문제되는 점들이 지적하기도 하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런 시대와의 갈등에 대해서, 그 시대의 강압적인 부분들과 문제점들에 대해서 번역자는 되도록 언급하고 지적하기 보다는 두루뭉술하게 논의를 하고 있어서 좀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아쉬운 점들이 간혹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아쉬운 점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번역자 개인의 정치적 / 사회적 성향으로 인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게 되는 것 같다.

 

또한, 한문단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적되었고 전복하려는 시도들, (체제 / 시대에 대한) 변화의 요구들이 만족스럽게 현실에도 반영-수용되지 못하면서 조선의 몰락이 점차 진행되어갔음을 역사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를 통해서만-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조선시대를 이 작품을 통해서 좀 더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알게 되면서도 점점 더 견고해지고 굳어져만 갔던 사회가 어떻게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들을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체제에 순응하거나 일탈하거나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만 하는 선택의 갈림길만이 제시되어 그 두 가지와는 다른 다양한 다른 방식은 어떻게 알게 모르게 억압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정치적-사회적인 해석()이 이뤄지는 단편들만을 수록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의 생활, 사랑, 경제, 풍습, 웃음과 해학과 같은 말 그대로 그 시대의 삶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시각으로 혹은 하나의 모습만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미 1편에서도 지적했지만 각자의 방식에 따라 자신들만의 해석들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우선은 번역자가 기본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해석들과 추가되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더 많은 얘기들과 생각들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만 할 것 같다.

 

또한, 우리는 저자가 총설의 마지막에서 준엄하게 말하는 기본을-읽는 태도를 잃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문학을 논문 생산을 위한 자료로 사유화하고 화석화시키지 마라.

연구자가 문학을 문학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한다면

마침내 문학 자체는 물론 문학 연구도,

연구자 자신도 폐광처럼 황폐하게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풍요로움을 위해서 무언가를 읽고 생각하고 그것들을 얘기하는 것이지 그것을 망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니까.

 

기본을 잃지 않으며 남겨진 것들을 되살려내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참고 : 어떤 의미에서는 다양한 장르적으로 다양화가 이뤄지고, 이야기 구성과 구조의 특징들에 대해서 좀 더 많은 검토가 이뤄졌어야만 하는데, 그런 점들에 관해서는 그리 아는 것이 없어서 그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말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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