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
에릭 J. 카셀 지음, 강신익 옮김 / 들녘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단지 제목이 인상적이라(마음에 들어서) 손에 집게 된 책이라고 말하기에는 읽는 동안 너무나 감탄스러워 계속해서 어떻게 이런 책이 우연하게라도 손에 들어온 것인지 놀라울 뿐이었던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는 그저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에 한정된 내용도 아니고 질병과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라는 (읽게 된다면 단순하게 그런 식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겠지만) 대립적이고 논쟁적인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은 무척 의미 있는 내용과 입장, 시선과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인상적이라 책의 제목 때문에 의학과 관련된 서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의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이(혹은 사람이어야)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생각할 사람들이라면 그런 선입견에서 벗어나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고 읽어내기 시작한다면 정말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고 기존에 갖고 있던 앎이 좀 더 새롭게 전환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

 

아픔과 고통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아픔과 고통을 느끼기 마련이다. 때로는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고통과 아픔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제로 느끼게 되는, 육체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서 알 수 있는(확인할 수 있는) 아픔과 고통이고, 쉽게 낫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병이라고 생각되는 신체적인 문제점으로 나타나게 될 때도 있다.

 

그런 아픔과 고통을 동반하는 질병을 얻게 될 때, 우리는 당연하게 병원과 의사를 찾기 마련이고 그 공간으로 향하고 그 공간에서 존재하는 그들을 찾게 됨으로써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거나 지우거나 혹은 해소하기 위한 진료와 진단 그리고 처방을 받게 된다. 물론, 때로는 수술이라는 과정도 겪을 때도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개인이 아닌 환자라는 존재-신분이 되고, 의사라는 존재들과 끊임없이 마주하며 그들과 일반적인 인간관계와는 전혀 다른 관계를 맺게 되는데, 바로 그 과정에 대해서 저자는 매우 흥미로운 관점과 논의들을 내놓으며 우리들이 익숙하게 생각하고 의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일종의 대안의학처럼 다뤄질 수 있는 논의일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그런 대안의학의 입장이 아닌 의학에 대한 옹호와 의학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으면서도 지금 현재의 의학이 갖고 있는 입장과 지식체계에 대해서 근본적인 회의 또한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그런 입장 속에서 새로운 전환-깨달음을 요구하고 있고, 여러 사례들과 관점들 그리고 의심 없이 생각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선입견을 비판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기를 주장하고 있다.

 

저자의 관점은 섬세하고 여러 어려움들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좀 더 바꿔지기를 나아지기를 희망하고 있고, 그리고 새롭게 접근해주기를 요청하고 있는데, 지금과 같이 좀 더 거대해져만 가고 있는 (경제적인 목적이 더욱 더 우선되는) 의료산업이 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저자의 논의는 점점 더 목소리를 잃을 것 같다는 안타까움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바로 그런 현실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저자의 입장을 받아들이든 읽는 이라면 저자의 주장에 대해서 온당한 의견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저자의 생각들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빠져들게 되기도 할 것 같다.

 

또한, 단지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만으로써 생각하는 것이 아닌 저자의 논의들을 인간관계에 대입하거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해석해서 생각하게 된다면 좀 더 다양한 생각들을 해보게 될 때도 있고, 무언가에 대해서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보다 진지하게 검토해야만 할 것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

 

의학과 과학의 입장을 검토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논의를 더욱 확장시켜서 사회까지 고려하면서 질병과 환자를 생각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언뜻 당연한 말처럼 느껴졌음에도(혹은 지나치게 논의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읽는 동안 앞선 논의() 말고도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들과 생각들을 너무 많이 접하게 되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읽어내게 된 것 같다.

 

의사와 환자

질병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존재-사람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들을 내놓고 있고, 그리고 폭넓게 논의를 확장하기도 하면서 단순히 의학에 관한 논의를 넘어서 인간에 대한 논의를, 다시 말해서 인문학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경탄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아쉽게도 저자의 저서들 중 국내에 번역된 것은 아쉽게도 고통받는...’ 뿐인 것 같은데, 다른 저서들도 번역되기를 희망하게 된다.

 

그리고 (아마도) 한동안은 자주 떠올리게 될 것 같고,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과 중요한 내용들이라고 생각되지만 쉽게 잊을지도 모르는 논의들 때문에 때때로 펼쳐보며 어떤 논의들이었는지를, 어떤 생각이고 입장이었는지를 다시금 곱씹게 될 것 같다.

 

저자의 폭넓은 사고와 깊이 있는 통찰력 그리고 드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식견에 거듭 감탄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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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안명희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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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축구를 좋아하게 된지는

축구에 흥미를 느끼게 된지는

야구에 비해서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국가대표 경기나 월드컵과 관련해서만 조금은 관심을 갖게 되었을 뿐 크게 관심을 갖게 되지는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야구보다도 축구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을 정도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전에는 보기가 쉽지 않았던 유럽 축구 클럽들의 경기를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여러 내용들을 알게 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는데, 유럽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야구가 1년 중 대부분의 기간 동안 경기가 이뤄지고 있듯이 축구경기들이 진행되기 때문에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 것 같다.

 

이렇게 관심이 높아지게 되면서 축구에 관한 정보들과 역사 그리고 다양한 뒷얘기들에 관심이 생겨났는데,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는 이런 관심을 가득 채워주기에는 조금은 부족함이 있기는 했지만 흥미로운 시선으로 축구를 들여다보고 있기에 재미나게 읽게 됐다.

 

축구는...’은 일반적인 축구에 대한 이야기들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유명 축구선수나

유명 축구팀이나

축구에 대한 역사나

축구와 관련된 전술이나

여러 역사적인 경기들에 대해서 논의하지는 않고 있다.

 

축구는...’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 지구화-세계화를 축구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를 탐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축구 이론서나 축구와 관련된 책들에 비해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축구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고 있다.

 

오히려 지구화-세계화에 대한 읽는 이들의 생각들을 가다듬게 만들어주는 내용이라고 해야 할까? 지구화-세계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장점과 단점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각 사회들이 변화를 보이게 될지를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

 

축구는...’은 축구가 어떻게 사람들의 열정을 쏟게 만들게 되는지를, 문화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인종적으로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계급적으로 그리고 그밖의 방식으로 어떤 의미들을 만들어내게 되는지를 다뤄내고 있으면서 어떤 방식으로 축구가 그 집단-사회에 여러 모순들과 문제점들 혹은 갈등들을 표출하게 만드는지를 검토하려고 하고 있다.

 

몇몇 부분들에서는 좀 더 파고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분석을 하다가 흐지부지 되면서 일종의 흥미만을 느끼게 만드는 지나가는 이야기들을 다루면서 길을 잃기도 해서 아쉬운 점들이 있기는 했지만 어떤 내용들에서는 통찰력을, 어떤 부분에서는 전혀 모르던 정보들도 알게 되어서 많은 흥미를 갖으며 읽게 된 것 같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축구에 관한 내용들이 많기는 하지만 되도록 다양한 논의들을(지역을 대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내용을 다루기 위해서)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중동-이슬람지역까지 살펴보고 있었는데, 아시아 지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느끼게 되지만 과연 어떤 논의들을 끄집어 낼 수 있을지도 궁금해지기도 한다.

 

고민스럽게 읽어내기 보다는 가볍고 재미나게 읽어내게 만드는 내용이기는 했지만 때때로 의미심장한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읽는 이들에 따라서 좀 더 여러 방식으로 내용을 파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독특한 방식으로 축구를 얘기하는 이런 책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지구화와 세계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조금은 가볍게 느껴질 소재일지도 모르지만 하나의 운동경기를 통해서 다양한 사회들을 분석해내고 파악하고 있는 저자의 접근방식에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무언가를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 : 2013-2014년 유럽 축구 시즌이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는데, 과연 각 리그들 중에서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떤 팀이 우승하게 될지를 예상하면서 읽어내도 괜찮은 재미를 느끼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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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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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평가를 한다고 해도 지금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 중 김훈을 빼놓고 얘기를 한다는 것은 일부러 빼놓지 않고서야 가능하진 않을 것 같다.

 

그의 글에 매혹되고 매력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의 글에 담겨진 시선과 관점에 대해서는, 은연중에 느껴지는 그의 생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무작정 동의하지도 못하겠고 생각의 거리를 진지하게 따져보고 여러 방식으로 검토해야 할 점들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글이 이 시대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그를 추켜세우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김훈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중요 작가 중 한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 김훈의 작품들 중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조금은 소박한 소품과도 같은 모양새를 갖고 있는 ...’는 한편의 우화이면서도 항상 그렇듯 삶을 관찰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는 김훈 특유의 구성을 잃지 않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명확하게 어떤 지역인지에 대해서(수몰이 예정된 지역이라는 것과 바닷가라는 점을 빼놓고는 되도록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시대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지 않으며 진행시키고 있는 ...’는 그래도 어쨌든 비교적 최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몇몇 소품들(휴대전화, 자동차 및 기타 등등)을 등장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현재와 과거를 겹쳐놓도록 의도하면서 불필요하게 어떤 시대인지를 알려주려고 하질 않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우화 같으면서도 무척 현실적인 분위를 만들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기존 김훈의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좀 더 온화하고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김없이 김훈이 갖고 있는 냉소와 허무가 느껴지기도 하고 인간 세상에 대한 차가운(혹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기 때문에(그러면서도 환멸의 시선을 갖지는 않고 있다) 김훈의 작품답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김훈의 시선과 관점을 잃지 않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개의 입장에서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어쩐지 그저 개의 입장에서가 아닌 좀 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혹은 김훈이 생각하는 요구사항들을, 그게 아니면 김훈이 생각하는 (그게 옳건 그르건 맞던 틀리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혹은 받아들여야만 하는) 세상의 법칙을 알려주려고 하는 듯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야만 온갖 것들에 눈치를 살피는 개의 본성과 이유들에 대해서 그리고 주인에 대한 개의 여러 입장과 생각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에 대해서 왜 그렇게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는지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언제나처럼 육체에 대한 집착과 냄새에 대한 풍부한 표현(집요할 정도로 냄새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과 같이 김훈의 작품들에서 자주 접해왔던 관심들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다.

 

김훈은 다른 작가들이 다뤄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무척 상세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있다. 물론, 반대로 다른 작가들은 김훈이 놓치거나 무관심한 것들에 대해서 열중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김훈의 관심이 좀 더 눈길을 끌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이렇듯 ...’는 지금껏 김훈에게서 느껴지지 않던 모습들을 접하게 되기도 하면서 항상 김훈에게서 찾게 되었던 점들도 함께 겹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항상 그렇듯 김훈은 예민한 감각으로 우리들에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살아남는 것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알려주고 있고, 단지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김훈의 입장과 생각에 많은 공감을 하거나 동의하진 않아도 존중하고 함께 그 생각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훈은 그 살아남고 살아감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항상(은 아닐지라도) 그런 얘기를 하는 존재들이 남성-수컷이라는 점이라는 것이(중심에 놓여있다는 것이) 인상적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다양한 논의를 끌어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런 남성-수컷들이 피곤으로 얼룩지고 항상 좌절하고 패배하게 된다는 점도 관심이 가지만 이런 우화에서조차 김훈은 어김없이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비극과 낭패 그리고 절대적 패배를 숨겨놓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일 것 같다.

 

그는 어떤 순간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소품처럼 느껴지고 조금은 자신만의 방식을 억제하고 있는 ...’에서 좀 더 그만의 모습들을 더 찾게 되고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결론은 그에게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참고 : 작가들에게 개라는 동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당장은 폴 오스터의 동행이 떠올려지기는 하지만 그건 읽기는 했어도 전혀 기억나지도 않고 단순히 몇몇 작가들의 글을 통해서 무언가를 비교하거나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있기 때문에 그저 생각이 떠돌기만 하는 것 같다. 단순히 인간에게 가장 친밀한 동물이라는 식으로 가볍게 정리하기에는 조금은 아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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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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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워낙 순식간에 수많은 것들이 변해버리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무언가에 미치고 싶어도 시간에 쫓기기만 한, 촉박하게만 느껴질 뿐이고 잘게 잘려진 종잇조각처럼 시간은 한없이 부족한 기분이 들고 초조함에 시달릴 뿐인 시대인 것 같다. 그러니 이런 세상에서 무언가에 집착하고 집요하고 파고드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수준의 미치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빠져들기에는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애써본다고 해도 쉽지는 않은 일이 된 것 같다.

 

아니, 혹시 그 반대이진 않을까? 돈과 관련된 것이라면, 혹은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라면 세상 사람들 누구나 미쳐있고 그 누구보다도 높은 경지에 올라서려고 애쓰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따져본다면 지금 시대에서 무언가에 미쳐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떤 것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삶을 살아가면서 그다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매달려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언가에 대해서 파고들지 않고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영역으로, 그곳에 겨우겨우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이들의 통찰력과 정곡을 꿰뚫는 이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접할 때면 그까짓 돈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넘어서 그렇게 열중하고 한없는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삶을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필요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열중이 어떤 통찰력을 혹은 날카로운 시선을 갖도록 만드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것에 통달한 사람은 다른 것에도 쉽게 이해하기 마련이니까.

 

조금은 선정적인 제목인... 하지만 내용을 읽었다면 앞의 미쳐야와 뒤의 미친다의 단어가 비슷하면서도-닮았으면서도 닮지 않고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미쳐야 미친다는 조선 시대를 살아간, 옛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내면과 삶의 태도 그리고 그들이 살아갔던 시대의 풍경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깊은 애정 속에서 조선 시대의 선비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고, 그들의 다양한 관심과 지적 탁월함 그리고 뛰어난 글재주와 함께 우정과 낭만, 가족에 대한 애정과 같은 따뜻한 정서들을 다루기도 하면서도 주류에서 벗어난(그들이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울분과 슬픔 혹은 좌절과 낭패 혹은 절망감 또한 다뤄내고 있다.

 

3개의 장으로 나눠져 있고, 각 장마다 여러 자그마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미쳐야 미친다는 앞서 언급했듯이 조선시대를 살아간 지식인들의 삶을 엿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조선시대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혹은 옛 고전들과 옛 시절의 삶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옛 시절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기보다는 그 시절을 살아간 탁월한 글쟁이들의 혹은 지식인들의 빼어난 글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매혹되어 지금 시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글-문장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본다면 무척 해괴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상한 것들에 집착하고 열중하는... 자신의 목숨조차 내놓을 정도로 무언가에 파고드는 선비들에 대한 이야기인 1장 벽에 들린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은 그런 저런 내용들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읽는 재미가 적기는 했지만 옛 시절의 글들이 만들어내는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아쉬움이 있음에도 그저 즐겁게 글들을 즐기게 되었던 것 같다.

 

우정과 특별한 만남과 같은 주제들에서는 아주 크게 관심을 갖게 만드는 내용이 없어서 조금은 느슨해지는 읽기가 되었지만 깨달음에 대해서 그리고 문장의 구조와 이어짐 그리고 어떠한 것에 대해서 읽어내는 것에 대해서는(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사물과 관계 및 기타 다양한 해석과 분석 그리고 이해에 대해서) 곱씹어 생각할만한 내용들을 담아낸 3장은 나른한 기분으로 읽게 만들면서도 순간순간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번뜩이는 통찰력을 느끼기도 했다.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옛 글들을 찾게 되고 꾸준히 읽어나가게 되는 것 같다.

지금 시대의 글쟁이들은 어떤 식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글과 문장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소중한 글들과 이야기들을 단정하면서도 한없이 그리움을 간직하며 써낸 저자의 복잡한 심경이 담긴 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저자의 글에서 느껴지는 정서가 미쳐야 미쳤던 이들의 삶이 다른 시대이고 다른 관점과 태도들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의 천박함으로만 똘똘 뭉쳐진 시대를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그래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연 나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지금 세상을, 이 시대를 생각하고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참고 : 조선 지식인들의 내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조선 지식인이 아닌 저잣거리의 평민-민중들의 삶에 대해서는 조금은 무심하게 느껴져 아쉬웠었다.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어쩌면 지식인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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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 민음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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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야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야구란 무엇인가는 야구만이 아닌 그밖의 것들을 혹은 야구 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대입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무척 흥미로운 저작이었다.

 

이렇게까지 인상적인 작품을 읽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좀 더 흥미진진하게 읽혀지게 되었고 여러 생각들을 겹쳐놓으며 읽어 나가게 되었던 것 같다.

 

단순히 공을 던지고 그걸 방망이로 치는 경기가 아닌 때로는 과학이 되기도 하고 그걸 넘어서 예술이 되기도 하는 야구라는 운동경기에 대한 온갖 내용들을 담아내고 있는 야구란 무엇인가는 수십 년간 야구 기자 생활을 해왔던 저자의 경험과 관찰 그리고 오랜 세월을 겪으면서 얻게 된 깨달음과 통찰력으로 가득하면서 그것이 단순히 야구에 대한 이해와 지혜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시선과 관점으로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식견으로 가득한 것 같다.

 

야구경기가 이뤄지기 위한 여러 조건들과 각 선수별 위치에 대한 해박한 설명과 함께 야구에 관한 규칙들 그리고 경기가 이뤄지고 진행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며 그것들이 어떤 역사적 변화들을 겪었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단순히 야구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야구를 둘러싸고 있는 온갖 것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야구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도록 해주고 있다.

 

쉽게 말해서 야구장 안에서 벌어지게 되는 것들만이 아닌 야구장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게 알려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야구에 대해서 폭넓게 이해시켜주고 있다.

 

야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관심을 갖고 있었기는 했지만 내용을 읽어낼수록 그동안 몰랐던 내용들과 재미난 내용들이 계속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보물 같은 책을 우연하게라도 읽게 되었다는 것에 큰 기쁨을 얻게 되었고 온갖 경험들을 다 겪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관점들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와 함께 그것들 중에서 어떤 것들을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서둘지 않고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야구 경기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관계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런 여러 관점들과 생각들을 조망하고 있는 저자의 폭넓은 관점에 감탄하게 된다.

 

무언가에 대해서 한없이 애정을 갖고 그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한다면 저자와 같이 누구보다도 먼 곳을 그리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게 될 수 있는 것인가?

 

때로는 그런 통찰력과 지혜가 부럽기만 할 뿐이고,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깝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욕심처럼 그런 현명함과 통찰력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고 싶지만...

그건 항상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것 같다.

 

좀 더 많은 것을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일 것 같다.

 

그것 자체를 사랑하고 그것을 인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무언가를 찾아내게 될 것이다.

설령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결과는 안타깝지만, 과정 또한 소중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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