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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 - 대기업이 미국을 바꿨다
잭 비어티 지음, 유한수 옮김 / 물푸레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대기업이 미국을 변화시켰다는, 어떻게 본다면 단정적이고 어떻게 본다면 무척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거상 - 대기업이 미국을 바꿨다’는 제목만 보아서는 어쩐지 경영전략이나 널리 알려진 경영자들에 관한 온갖 칭송(또는 분석)으로 가득한(그게 아니라도 대기업에 대한 무척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입장만이 담겨진) 내용으로 채워졌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되도록 균형 있는 시각으로(그런 시각을 갖고 바라보려는 노력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역사와 함께 미국경제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몇몇 순간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탐구하고 있다.
또한, 단지 그것들만이 아니라 그런 대표적인 순간들과 흐름들을 살펴봄과 동시에 그런 변화들 속에서 쉽게 변화될 수밖에 없는 여러 조건들과 상황들 그리고 일반인들의 삶에 대해서(혹은 살아남기 위한 온갖 노력들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려고 하고 있다.
저자의 관점은 무조건적인 칭찬도 반대로 비판도 아닌 앞서 언급했듯이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애쓰고 있고, 그런 시각을 통해서 미국이라는 그 어떤 토대도 없었던,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했어야만 하는 기업의 역사를 살펴보기 시작하면서 어떤 식으로 발전과 영광을 얻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그 영광을 어떻게 더욱 꽃피우려 했고 미국이라는 내부시장만이 아닌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한 다음 1970 – 1980년대의 대규모로 벌어진 규제철폐와 인수합병 그리고 그밖의 여러 내부적 외부적 원인과 혼란으로 인해서 서서히 몰락의 과정을 겪고 있는(저자의 관점에서 다시금 이전과 같은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재건의 가능성은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모습을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을 통해서(혹은 장면들과 각 경제주체들의 입장들을 통해서) 논의하고 있는데, 부분적으로는 저자의 관점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의견일 수 있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인 흐름과 시각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구석이 많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해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자료들을 검토하고 논문들과 서류, 소설과 여러 자료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간략하게 언급하거나 주석이나 각주로 다뤄내기 보다는 오해의 가능성을 줄이기도 하고 직접 읽음으로써 좀 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인지 다양한 글들을 수록해서 흥미로운 읽기가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다만, 아쉽게도 제목만큼 대기업이 어떤 식으로 미국을 바꿔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고 있는지(혹은 분석해내고 있는지) 조금은 의문스럽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기업 혹은 거대기업의 역사와 중요한 변화의 흐름들을 (되도록) 상세히 다뤄내고 있기는 하지만 점점 더 기업이라는 조직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연관되고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혹은 바꿨다는 점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그다지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혹은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아쉬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또한, 개인적으로 미국의 기업들에 관해서 그리고 경영전략이나 흐름 그리고 경영자들에 대한 이해나 정보 그리고 지식이 많이 없었기 때문인지 다들 알만한 내용들도 잘 모르기 때문인지 읽어내기가 더디거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읽어내게 되었던 것 같다.
피터 드러커의 저작을 몇 권 읽었다면 좀 더 이해가 쉽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일부러 그러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모르는 내용은 대충 훑어가며 읽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그리고 여러 자료들을 토대로 긴 역사적 변화들을 탐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읽어낸다면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조직-토대라고 볼 수 있는 기업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할 수 있는 내용이라 흥미를 잃지 않고 읽어내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에 속한 여러 조건들과 환경 그리고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내용들에 관해서는 인상적인 내용이 많기는 했지만, 기업 외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정치와 사회, 문화, 국제정세 및 기타 여러 조건들에 대해서는 자주 언급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다뤄내려고 하고 있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기업과 관련된 내용에 비해서는 표면적으로만 다뤄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체계가 잡혀있지 않던 영국의 식민지 시절의 미국의 풍경에서부터 시작해서 기업가 정신 혹은 자본주의적 정신이 어떻게 뿌리를 내리게 되는지를 살펴보며 내용은 시작하고 있고, 정부의 개입과 함께 경제적인 발전과 변화 그리고 그로 인해서 갈등과 논쟁을 겪게 되어 버리는 미국의 역사를 살펴볼 때 반드시 꺼내게 되는 노예제도에 관한 부분들로 앞부분은 채워져 있다.
점차 거대한 규모가 되어가는 기업의 외형의 확장과 여성과 아동의 노동시장 참여, 법과 제도와의 갈등, 미국의 경제발전과 모든 부분에서 역사적인 기틀을 잡는데 가장 중요한 결과물 중 하나인 철도의 완성도 살펴보고 있으며, 근대적 삶의 기초가 다져지는 상황과 함께 거대기업이 만들어지고 자본의 제국의 첫 제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록펠러에 관한 내용과 함께 그에 대한 논쟁적인 입장들, 착취의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하는 노조, AT&T의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는 광고와 독점에 대한 이야기,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여전히 다뤄지고 있는 테일러리즘, 서비스직 여성들에 대한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체계화되고 서비스직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변화되는지, 미국 기업역사상 그리고 수많은 경영자들 중에서도 단연 중심적인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헨리 포드와 그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포드 그리고 그에 대항하며 새로운 경영 그리고 생산과 판매방식을 만들어낸 GM의 사례는 무척 인상적인 내용들이었다.
헨리 포드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인 알프레드 슬론과 같은 인물은 무척 생소한 경영자이기는 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헨리 포드와 같은 화려함은 적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인물로 다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에 저자의 검토는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이 만들어낸 번영의 시대가 어떤 생활상의 변화들을 그리고 기업과 온갖 사회적인 변화들을 만들었는지 간략하게 다룬 다음 기업의 내부적 외부적 변화와 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다음 그에 대한 반박처럼 혹은 어둡고 일그러진 모습들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미국에 대한 경제적인 분석을 할 때, 혹은 사회적인 분석을 할 때도 자주 거론되는 군산복합체에 대한 논의 후 그보다 중요성을 더하고 있는 과학과 산업의 결합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며 이를 통해서 과연 어떤 방향을 가져야만 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올바른 입장인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의 경영전략과 운영에 대해서만이 아닌 사무실에서 실제로 업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살펴보기도 하는 등 저자는 무척 다각도로 살펴보려고 하고 있는데, 최고경영자들이 어떤 철학이 있는지 그리고 방향성을 갖고 있고 전망을 내놓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보는 등 무척 다양한 자료들을 토대로 여러 분석들을 해내고 있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던(혹은 군림하던) 시절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논의와 함께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린 것인가에 대한 분석들, 그리고 최근 비판적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적대적 인수와 합병에 대해서, 경영자들의 그릇된 선택과 그들 자신들만을 생각한 선택으로 인해서 직장에서 쫓겨나고 빈곤의 수렁으로 내몰려지는 노동자들에 대해서 살펴본 다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논의할 필요성이 느껴지기도 하고 좀 더 정교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는 기업의 이익과 문화적 영향성에 대한 논의들과 사회적인 발전이 거듭해서 이뤄졌지만 여전히 변화가 지지부진한 직업과 성의 역할과 구분에 대한 그리고 여성의 직업에 대한 여러 입장들까지 되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과 관련된 내용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여러 분석들을 해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익히 알고 있는 화해하기 쉽지 않은 갈등에 대해서 논의를 하면서 끝을 맺고 있는데, 이만하면 기업에 관한 다양한 관점과 내용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꽤 흡족한 책읽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다양한 내용들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어지럽게 느껴질 수 있는 구성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적절한 시각으로 논의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 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기업에 관한 생각을 정리할 때 꽤 도움을 받게 될 것 같다.
참고 : 어지간하면 되도록 번역에 대해서는 불평을 아끼는 편인데, 이번 ‘거상...’은 솔직히 말해서 뭔가 번역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다는 말을 꺼내게 된다. 동일한 이름이나 명칭이 조금씩 다르게 번역되기도 했고(문맥상 달리 번역될 여지가 없는 이름과 명칭들이다), 왠지 읽으면서도 어딘지 이상하게 이해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번역의 완성도에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무척 신경이 거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