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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우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8
샤를 보들레르 지음, 윤영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인생은 보들레르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
아마도 위의 말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말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보들레르에 대한 첫 인상은 위와 같이 무언가 강렬한 언급으로 기억나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그다지 보들레르에 대한 관심은 들게 되지 않았었고, 큰 관심 없이 지나치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언젠가는... 이라고 미루게 되는 수많은 작가들 중 한명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파리와 (근대)도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어가면서 보들레르는 무척 자주 접하게 되는 작가가 되었다. 파리를 지독할 정도로 사랑하였고, (근대)도시에서의 삶을 소재로 다양한 시를 썼다는 점 때문에 보들레르는 자주 언급-인용되었었고, 그렇게 보들레르는 관심을 갖지 않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도시에 관한 예민한 감수성과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을 자주 소재로 활용한 보들레르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파리의 우울’은 그 명성 때문에 어떤 작품일지 무척 궁금하기만 했었는데, 막상 실제로 읽어보니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딱히 생각하기가 어려운 작품이었다.
난해하다면 난해한 것 같지만... 그렇다기 보다는 어쩐지 쉽게 다가갈 수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다행히 옮긴이의 철저한,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해설과 주석 덕분에 조금씩 배워가며 보들레르의 글을 읽어낼 수 있기는 했지만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글이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읽었는지에 대해서 쉽게 말하기가 어렵게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해설과 마찬가지로 도시에 대해서 예민한 감수성과 파리에 대한 극진한 애정 그리고 온갖 것들에 대해서 그 자신만의 판단과 날선 시선을 확인할 수 있기는 했는데, 알 듯 말 듯 한 느낌으로 읽어냈기 때문에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다.
워낙 여러 방식으로 평가가 되었고, 해설을 통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무언가를 더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게 된다. 특별한 감흥은 없고 그저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었다.
다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음미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서 그의 괴팍하기만 한 시선과 생각들에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그렇게 되진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시도해보고 싶어진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읽어내면서 좀 더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 : 어쩐지 보들레르의 글은 말끔하게 정돈된 글이기 보다는 누더기들을 꿰매듯 쓰인 느낌이 컸다. 감정에 충실하게 써낸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글에서 느껴지는 들쭉날쭉함은 아마도 그의 까다로운-까칠하기만 한 성격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