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히드라 이야기
페르낭 브로델 지음, 김홍식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르낭 브로델

 

아날학파에 대해서 그리고 역사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에 대한 명성을 익히 들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무척 관심을 갖고 있었기는 하지만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와 같은 저작은 읽고 싶어도 조금은 부담감을 느껴서 쉽게 찾게 되지는 않았었다.

 

그렇게 명성으로만 접하던 혹은 그와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던 다른 아날학파 학자들의 글을 접하던 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 핵심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추려내서 발표했던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를 뒤늦게 알게 되었고, 곧장 읽게 되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는 그의 주저라고 말할 수 있는 (혹은 페르낭 브로델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에 대한 내용을 강연을 통해서 대략적으로 혹은 어떤 입장으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길잡이라고 볼 수 있고 저자의 생각을 무척 솔직하게 알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무척 의미 있는 내용들로 꾸며졌다고 볼 있고, 강연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읽기 전 접하기에 혹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가 조금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조금이나마 관심을 채울 수 있는 내용이 될 것 같다.

 

옮긴이의 친절한 해제까지 더해져 있어서 별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고, 페르낭 브로델의 강연 또한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고 이해될 수 있을 것 같기에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을 하고 싶지는 않다.

 

짧은 분량이니 누구나 쉽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강연이지만 무척 예리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고, 짧은 내용 속에서도 여러 생각들이 떠올려지게 되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많았다.

 

어떻게 해야만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될 수 있는 것일까?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좀 더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읽고 싶어지게 된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세심하게 살펴본 위대한 학자의 시선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어서 기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이 고플때, 때때로 여행
김현학 지음 / 예담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과는 달리 마음의 고픔(만)을 채우는 것만이 아닌, 스스로의 감수성을 확인하고 있는, 그리고 마음과 감수성과 함께 주린 배를 채우는 여행을 들려주는 김현학의 ‘마음이 고플 때, 때때로 여행’은 요즘 점점 더 관심이 높아져만 가고 있는 여행과 그리고 음식을 곁들인 내용으로 꾸며져 있고, 나름대로 알려졌다고 하는 저자가 직접 겪었던 여행담과 음식에 대한 생각들이 잔뜩 담겨져 있다.

 

대부분의 여행지는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이라 여행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가봤을 장소들이지만 저자는 저자 나름대로의 시선-경험으로 유명 관광지를 탐방하였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감수성을 확인하고 발견하기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꺼내게 된다.

 

20대 – 30대의 예민한 감수성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쩌다보니 손에 쥐게 된 책이고 그래서인지 그다지 저자의 감수성과는 조금은 다른 감성을 갖고 있어서인지 무난하게(만) 읽어내며 (저자의) 여행을 통한 경험과 생각들을 살짝 엿보기는 했지만 특별한 공감을 하게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저자의 생각들 중에서 몇몇 부분들은 흥미를 느끼게 될 때도 있었고, 어쩐지 조금은 다른 생각들을 혹은 약간의 반박을 하고 싶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보다는 여행이라는 것이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들고 내면에 담고 있는 생각들을 혹은 감정들을 새롭게 자리를 잡게 만들게 되는 것인지 살펴보게 되는 것 같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서 좋기는 했는데, 워낙 저자의 감수성과는 다른 생각과 감수성인지 너무 무덤덤하게 읽은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공감능력이 너무 많이 무뎌지게 된 것인가?

그게 아니면 전형적인 아저씨가 되어가는 것인가?

 

아마도... 둘 다겠지.

 

허전함이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것 같다.

그 공허를 채울 수는 없다.

 

그저 그걸 알고만 있을 뿐이다.

 

 

참고 : 별다르게 관심이 들지는 않는 내용이었는데, 한 가지 조금은 관심을 갖게 만드는 내용이 있었다. 저자는 한국적인 맛에 대해서 고유의 맛에 대해서 무척 보수적인 입장이고 한국의 맛이라는 것에 대한 고집을 말하고 있었는데, 과연 그것을 그렇게만 생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조금은 의문을 느끼게 된다. 음식의 역사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특유의 맛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변하지 않는 맛이라는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과 특정하고 고유한 맛의 변할 수 없음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수긍하기도 그리고 반론을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임 패러독스 - 시간이란 무엇인가
필립 짐바르도.존 보이드 지음, 오정아 옮김 / 미디어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악명 높은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토대로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주었던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다른 저서를 알아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인 시간에 대한 책도 발표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존 보이드라는 학자와 함께 연구한 내용인 것 같은데, ‘루시퍼...’와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고 이런 저런 흥미로운 논의들이 있기 때문에 재미나게 읽게 되었다.

 

다만, 시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시간에 대한 심리적인 분석은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운 기분으로 읽게 되기는 했다.

 

‘루시퍼...’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확장된 현재와 같은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인간의 시간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했는데, 그런 내용들은 간략하게만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약간은 두꺼운 부피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쉽게 읽어낼 수 있고, 내용도 약간은 자기개발 책들에서 다뤄질만한 내용들도 있어서 단순히 시간에 대한 이해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시간관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시간관을 비교해서 좀 더 조화로운 균형을 찾아낼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다.

 

저자들은 시간의 중요성과 어떻게 우리들은 시간의 중요성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 다음 시간에 관한 여러 특징들을 알려주고 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시간에 대한 이해 또한 그리고 중요성 또한 변화되는 과정과 함께 좀 더 과학적 그리고 분석적으로 시간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여러 관점들을 분류하고 있으며 그 구분에 따라 각각의 시간관과 시간관에 따른 심리와 행동들에 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다양한 특징들과 사례들을 토대로 설명을 해주고 있고, 수많은 설문조사를 통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적인 혹은 체제-체계-구조에 의해서 강요되는 시간관과 형성된 시간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다뤄내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접근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자살 테러에 관한 흥미로운 해석과 함께 그밖에도 여러 사례들과 논의들이 함께 더해지고 있어서 읽는 재미는 충분했기 때문에 불만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고, 약간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결론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모범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그런 제안 말고 어떤 제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충분히 이해되는 결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저자들은 어떤 쪽으로든 한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 시간관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각각의 시간관을 받아들이고 (혹은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좀 더 삶을 풍족하고 풍요롭게 다채롭게 만들기를 제안하고 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고, 어떤 식으로 선택하든 흘러가고 밀려오는 그리고 머물려고 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들은 존재하게 될 것이니 저자들이 알려주는 시간에 대한 이해를 조금은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남자 - 색다르게 인생을 정주행하는 남자들을 찾아서
백영옥 지음 / 위즈덤경향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다른 남자 - ...’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작가가 각 분야를 대표하는, 혹은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는데, 평소에도 이미 이름을 접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생소하고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많아서 조금은 호기심을 갖고 흥미 있게 읽게 되었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많고,

여러 영역들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인터뷰집을 접하니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자신만의 고집과 원칙 속에서 멋진 생각을 그리고 태도와 입장을 말하는 것을 보게 되니 나 자신의 한심함에 조금은 부끄럽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다짐을 해보게 되기도 한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은 백영옥이라는 작가인데,

그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없고,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도 딱히 들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위치에 있는 작가인지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인터뷰 진행에 있어서 작가의 주관과 관점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건성으로 그녀의 경력을 알아봤을 뿐이었다.

 

조금은 소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약간은 느슨한 느낌으로 자신의 감성을 그리고 솔직한 생각들을 말해주며 각각의 인물들과 인터뷰를 들어가고 있는데, 때때로 흥미로운 질문들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말하는 사람이 말하고 싶은 것들을 편하게 말하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척 인상적인 인터뷰도 있었고, 전혀 알고 있지 않던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알게 되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기도 했지만 때때로 겉도는 느낌의 인터뷰도, 굳이 저런 사람과 인터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는 사람도 있어서 고개가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어차피 사람에 대한 관점은 다르기 마련이라 내 판단이 무조건 옳고 맞다고 볼 수 없으니 뭐라 말할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상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참고 : 각자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비슷한 질문에 대해서도 조금씩은 다른 대답을 들려주고 있지만, 시간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대해서 다름 속에서도 약간은 비슷한 시각들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읽게 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미세한 차이들과 닮음을 찾으면서 읽는 것도 흥미로운 책읽기가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읽어버린 이상 그것에 목숨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되고, 따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 여기에 선다. 나에게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 놀라움으로 가득한 책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걸 읽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갖게 되지만 이런 책을 알게 되고 읽게 되었다는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쁨도 누리고 싶기에 부족함으로 가득한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알게 되고 읽게 된다는 것이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미 충분히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이처럼 소중한 책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욕심을 비울 수 없으니.

 

읽는 내내 감탄하게 되고 읽음의 과정을 그리고 읽은 것을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서 무언가를 써보려는 욕망을 이처럼 감탄하도록 옹호해주는 책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그저 고맙고 기쁠 뿐이다.

 

어쭙잖고 하찮은 글이라 무언가를 읽고 생각하며 그 떠올려진 생각들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에 항상 부끄러움을 느꼈는데, 그럼에도 읽고 생각하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을 차마 지울 수 없었는데,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옹호를 받고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당연히, 저자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을 것이고, 저자가 언급하는 위대한 선인들을 따르기에는 부족함으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조금이라도 본받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조금은 과격한 느낌이 들게 되는 제목이고, 책과 혁명에 관한 기록이라는 부제 덕분에 뭔가 쎄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정작 내용을 읽어 본다면 무척 친근한 방식의 글로 수다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저자가 전하려고 하는 생각들을 알게 될 것 같다.

 

저자인 사사키 이타루는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학자라고 하는데, 그의 저서를 읽게 된 것이 ‘잘라라...’가 처음이기 때문에 어떤 성향이라고 말하기가 쉽진 않지만 충분히 존중하고 그의 생각을 경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무언가에 대해서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관심을 갖게 된다.

 

저자가 ‘잘라라...’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의외로 무척 단순하다. 물론, 그 단순함 속에 감춰진 어려움과 어쩔 수 없음 그리고 곤혹스러움을 생각한다면 그리 단순하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입장은 간단하다고 볼 수 있다.

 

온갖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비평가가 되기를 거부하고, 어떤 영역에 한정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려는 전문가가 되기도 피하기를 바라며 어리석음을 선택하기를 저자의 말처럼 전체주의적 환상에서 벗어나 다시금 읽는 것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해서 읽어내고 그 읽음과 생각을 글로 써내고 실제로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맞닥뜨리게 되는 고독과 광기를 찬미하며 읽는 것을 그리고 생각하고 쓰는 것을, 읽게 되어버림으로써 그걸 읽어버렸음을 외치고 그렇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게 되어버리는 실천의 놀라움을 우리에게 말해주려고 하고 있다.

 

어떻게 본다면 무척 간단하고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것을 무척 진지하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저자의 논의를 계속해서 따르게 된다면 읽음과 실천의 과정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변화들을 만들어내게 되었는지 알게 되면서 읽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저자는 자신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사례로 마르틴 루터, 무함마드, 중세 해석자 혁명을 말하고 있는데, 혁명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폭력을 동반한 피로 얼룩진 과정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명은 조그마한 변화들이 쌓여지며 엄청난-근본적인 변화를 말하는 것이라며 급격하고 격렬한 변화를 동반한 혁명에 대한 우리들의 환상을 그리고 낭만을 조금은 바로잡아주며 읽음을 통해서 그리고 써내려가는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혁명이 일어났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마르틴 루터가 철저하게 성서를 읽고 또 읽는 과정을

그리고 그것을 베껴 쓰고 번역하면서 계속해서 되풀이하며 읽고 쓰는 과정을

저자의 표현처럼 자신의 무의식을 쥐어뜯는 수준의 읽음을 통해서 어떤 혁명-변화를 만들어내는지를 알아가면서 글이 갖고 있는 힘, 읽고 쓰고 그대로 행하고 그것에 대해서 말함을 통해서 어떤 거대한 혁명-전환이 일어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여러 근대적인 발상-생각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파헤치며 혁명의 본질을 그리고 근대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처럼 글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다시 써내는 과정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저자는 단순히 읽는 것이 글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고, 그 읽음이 단순히 글만이 아닌 수많은 의미에서의 읽음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를 깎아내릴 생각으로 자신의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무함마드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고, 그 논의의 과정 속에서 지금 시대의 유행병처럼 퍼져 있는 종말론에 대해서 수없이 끝과 최후를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비난하며 그 열망이 병든 생각임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세상을 좀 더 길게 바라보고 그런 관점 속에서 이해를 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생각은 한편으로는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그런 관점 속에서 생각하기가 생각처럼 쉽지도 않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지금 시대의 시대정신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떠올려지게 된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읽기와 관련해서 가장 근본적인 혁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중세 해석자 혁명을 통해서 어떻게 사회가 재구성되는지를, 읽고-고쳐 읽고-고쳐 쓰고-실천하고 그리고 그걸 다시금 반복하는 그 지난한 과정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뒤바꿨는지 알려주며 중세 해석자 혁명이 갖고 있는 본질을 그리고 그 이후 어떤 식으로 모든 것이 변화되었고 그 변화를 명확하게 파악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어떤 식으로 모색해야 할지를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다.

 

 

만들어낸 것이 인간이라면, 우리 인간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는 것도 가능할 터입니다.

반드시, 반드시요.

 

 

저자는 이렇게 우리들에게 무척 새로운 방식으로 읽음을 생각함을 씀을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행함을 얘기해주고 있고, 안이한 방식으로 비극과 끝을 말하는 이들을 비난하며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유치한 감수성에서 벗어나 진정한 읽음을 글을 피하지 않고 글과 마주하며 고독한 싸움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를, 우리들에게 자신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어쩔 수 없으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다.

 

이렇게 충격을 받을 정도로 글을 읽고 생각하고 쓰고 실천하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알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참고 : 저자는 피에르 르장드르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번역된 책이 없어서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웠다. 물론, 어차피 페르낭 브로델의 책도 전혀 읽은 것이 없으니... 할 말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