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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 -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 / 에이도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누구의 권리를 중시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권리를 정의하는 것은 그 자체가 투쟁의 대상이며, 또 권리를 정의하는 투쟁은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과 병행해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우리 대부분은 진실을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우리가 확실하게 아는 것이 하나 있다. 정확하게 물어야지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접근 수단이 차단당한 상황에서는 공공 공간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항수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수다 떠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광장에 모여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의 시스템은 아직 파탄을 맞이하지도 그 정체가 충분히 폭로되지도 않았지만, 탄압 말고 뾰족한 대응방법이 없다. 우리 민중 역시 이 시스템을 누구에 맞게 재구축해야 하는가를 결정한 집단적 권리를 얻으려고 싸우는 것 외에는 다른 수가 없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월가로 대표되는 금융권의 탐욕과 무책임함에 대해서 그리고 극심한 불균형과 불평등함에 대해서 분노하게 되었다. 한동안 거리와 광장은 분노한 민중들로 가득해졌고 사람들은 온라인과 다양한 방식으로 개개인이 아닌 조직되고 집단적으로 행동을 보여주었다.
약간의 소란스러운 방식이기는 했지만 분명하게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약간의 해결의 실마리도 찾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어떤 해결도 개선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지만 무척 이례적이고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다시금 사람들은 함께하기 시작했고 과연 언제까지 그 순간처럼 폭발력 있게 뭉쳐져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자본의 힘에 짓눌리기만 했던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저항을 했다는 점에서 분명 월가를 점령하라는 선언은 의미 있는 순간-선언일 것이고 ‘반란의 도시’의 저자 데이비드 하비는 그걸 좀 더 특별하게 주목했던 것 같다.
‘반란...’은 월가에서의 큰소리로 울려진 분노로 가득한 함성에 대한 데이비드 하비의 응답처럼 읽혀진다. 정확하게는 어떤 의도에서 어떤 의미로 글을 썼는지 알 수 없지만. 느끼기에는 그렇게 느껴진다.
데이비드 하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마르크스주의 학자들 중 데이비드 하비는 국내에서는 비교적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하고 최근에서야 여러 주요 저작들이 조금씩 번역되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도 데이비드 하비의 저서를 몇 권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반란...’의 논의는 무척 신선했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론적인 세세한 논의가 아니라 조금은 읽기가 쉬웠다. ‘파리, 모더니티 /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정도로 쉽게 읽혀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데이비드 하비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쉽게 읽혀졌다.
“우리가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가, 자연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가, 어떤 생활양식을 원하는가, 어떤 미학적 가치관을 품고 있는가 등의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도시권에 대해서 상세하게 살펴보고 있는 ‘반란...’은 도시라는 장소-공간이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아가고 있는 장소-공간이라는 단순한 이해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한 불만의 폭발 혹은 투쟁-저항의 시작점이자 첨예한 계급갈등이 일어나고 있으며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장소-공간이지만 반대로 반자본주의를 위한 장소-공간으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정교하게 다듬으려고 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려고 하고 있다.
도시
저자는 우선 도시에 대해서 그동안과는 조금은 다른 입장과 생각을 주장했던 앙리 르페브르의 논의에 주목하며 도시와 도시권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한 다음 지배와 억압의 공간인 도시가 해방 공간으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도시와 도시권을 이해해야 할 것인지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파리코뮌에 대해서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파리코뮌에 대한 여러 생각들과는 다른 방식의 이해가 필요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도시가 반자본주의적 장소-공간이 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어떤 식으로 (필연적으로) 도시화가 이뤄졌으며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밀려들게 되었는지를, 도시는 또한 어떤 식으로 “새로운 유형의 도시형 인격을 구축”하게 되는지를, 도시라는 거대한 장소-공간에서 계급갈등이 첨예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식으로 사회 안정을 모색했고 그게 가능하도록 통치했는지, 이윤의 증대(잉여가치 생산)가 계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 자본은 어떤 전략을 보여주었는지를 알아가면서 자본의 전략에 저항하고 대응했던 모습들은 어떤 식으로 (그것이 자연발생적이든 인위적이든) 생겨났는지를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도시화
교외화
공동화
그리고 도시의 위기까지
자본주의가 위기로 빠져드는 과정 속에서 도시는 어떤 역할(중요성이 있는지)을 했는지 속도감 있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읽어내기가 힘들기는 했지만 (마르크스의 논의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만 읽어내기가 쉽다) 저자의 논의는 분명 흥미로우면서 그동안은 접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도시를 이해해보고 있기 때문에 무척 인상적이었다.
부동산 개발이 어떤 식으로 도시를 재편하게 만들고 소외된 사람들이 더 극심한 고통과 내쫓김을 당하게 되는지를, 그것이 어떤 식으로 계급적인 성격을 보이게 되는지를 살펴본 다음 도시의 형성과 개발에 있어서 “배제와 약탈이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측면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가진 자(들)의 편의에 맞게 도시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은 계속해서 내몰려지고만 있을 뿐이고 도시가 만들어내는 불균형상태는 점점 더 극심해져만 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그로 인해서 (그렇기 때문에) 대항과 저항이 그리고 투쟁과 사회운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잘 이해시키고 있다.
도시 개발이 갖고 있는 약탈적이고 탐욕적인 측면을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그런 마구잡이 식 약탈이 어떤 식으로 자본주의 위기의 근원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부분에서는 마르크스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완하며 기존의 도시 재개발에 대한 논의들 중 저자가 특별히 주목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언급하고 있고 그 논의들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따로 추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약탈에 의한 축적
저자는 도시 개발에 대해서 위와 같은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에서 부동산 문제가 덜 주목받고 그 관련성을 은근슬쩍 덮으려고 하고 있지만 언제 또 부동산 문제 시작해서 경제위기로 폭발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과 부동산 거품의 발생과 붕괴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위기는 여전하고 언제 어떤 식으로 부동산 거품이 터질지 혹은 경제위기가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거의 사례들로는 현재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하기에 어려움은 항상 있어왔지만 분명히 지금 현재는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고 모든 것들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위기가 나타나게 될지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다시금 폭발이 일어날 것을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 이후 도시를 중심으로 불평등은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도시는 저항과 투쟁의 중심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음을 말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저항의 공간으로 나와서 함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논의들을 활용하고 보완하며 도시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통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논의하고 있는데, 그 검토 방식에 있어서 조금은 낯설고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지만 무척 인상적이고 색다른 방식이었다.
도시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 살펴볼 수 있을지를 고민해본 적이 많았기 때문에 특히나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