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서 그리 주목하거나 관심을 갖고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TV 뉴스와 언론을 통해서 늘 대통령은 무언가에 대해서 한마디를 하고 있었고 연설은 그걸 더 특별히 길고 장황하고 지루하게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컸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칭찬하는 경우를 가끔 접했어도 혹은 명연설이라고 말하는 연설들에 대해서 아주 약간이나마 접한 적은 있었어도 그 연설을 전부 다 들었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실제 연설문을 읽어본 사람들도 그리 많으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인상적인 한마디나 문장을 찾아내서 강조하고 (혹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듣던 읽던 뭐라도 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 같진 않다.
그렇기 때문에 무관심했던 대통령의 연설문에 대해서 그리고 글쓰기와 연설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것은 순전히 박근혜 정권 시기에 벌어진 온갖 국정농단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연설이든 연설문이든 큰 관심을 갖게 되진 않았을 것 같다.
‘대통령...’이 국정농단이 일어나기 전에 출판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 이 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것 같고 무척 시사적인 의미를 갖기도 하는 것 같다. 시기적으로 이처럼 절묘하게 어울리는 책이 있었을까? 때가 때인지라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관심을 보이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저자처럼 후하지는 않은 사람들도 두 대통령이 책과 글을 무척 가까이하고 있었다는 것은 다들 인정할 것이기에 그분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글과 말을 해주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을 것 같다.
저자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기에 연설문 작성자(물론 저자만이 아닌 연설문과 관련한 담당자 여러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서 연설문은 작성된다고 설명해준다. 다만 누가 주된 내용을 써내는지에 따라서 조금씩 글에 개성이 있진 않을까?)로 청와대에서 근무를 했으며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두 대통령에 대해서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평가들과 기억과 추억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글과 연설에 대한 설명-평가-비교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두 대통령을 단순히 추억하고 글과 말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것을 넘어서 좋은 글과 말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로 하고 어떤 것들을 생각하며 다듬어내고 고쳐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우선 ‘대통령...’에서 특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무관심하고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던 연설문이 갖고 있는 중요성과 특별함을 충분히 이해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는 그동안 모르고 있던 기본적인 정보-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고 모르고 오해하고 있던 것들을 바로잡아주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과의 여러 기억-추억들을 통해서 이전의 그리고 이후의 권위의식으로 가득하고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던 대통령들과는 많이 다른 (쉽게 말해서는)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두 대통령들이 대통령 임기 중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점-병폐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엇이었으며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선택들을 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어떤 것을 최우선과제로 생각했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인 선택들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인 두 대통령이 글과 말에 대해서 어떤 입장과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어떻게 그리고 어떤 식으로 본인들의 생각을 국민들이라는 대상에게 글로 말로 표현하려고 했는지 다양한 사례와 (두 대통령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입장-방식을 여러 가지로 살펴보면서 글과 말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실제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서 글과 말이 갖고 있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글과 말을 완성할 때 어떤 식으로 어떤 과정과 검토 속에서 완성을 향해가야 할 것인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대통령...’은 글쓰기와 말하기에 관한 모든 대답과 설명이 (혹은 일종의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꼭 잊지 말아야 할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 알기 쉽게 여러 내용들을 다루고 있고 그런 것들이 어째서 중요한지를 두 대통령과의 경험과 두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글과 말에 대한 입장을 밑바탕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서 더욱 설득력 있게 이해되고 있다.
두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들과 함께 글과 말에 대한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들이 두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어쩐지 더욱 솔직한 모습들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두 대통령을 다시금 기억해보게 되기도 한다.
또한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된 글과 말에 대한 여러 이해들과 중요한 기본적인 덕목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어 앞으로도 글에 대해서 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때 자주 떠올려지게 되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읽어보라고 추천할 수 있을만한 좋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관심도 갖지 않던 대통령의 글과 말들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갖고 중요성을 알게 해주었다는 점에서도 무척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참고 : 개인적으로 말하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글쓰기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계속해서 생각해야 하고 계속해서 글로 써내야 하고 계속해서 다듬어야 할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의 결론을 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