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 한일 법의학자가 말하는 죽음과 주검에 관한 이야기
우에노 마사히코.문국진 지음, 문태영 옮김 / 해바라기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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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법의학계의 창시자 문국진 교수와 일본 법의학계의 원로인 우에노 마사히코 교수가 지난 2002년 한국에서 45일 동안 나눈 대담을 엮은 책. 두 사람은 한일 양국의 법의학 제도와 두 민족이 죽음과 장례문화, 주검에 대해 갖고 있는 문화적, 사회적 시각 차이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검 autopsy 剖檢 - 사인 死因 병변 病變 손상 損傷 등의 원인과 그 정도 등을 규명하기 위해 시체를 해부 검사하는 일

 

 

 

 

 

CSI 시리즈와 같은 드라마 및 기타 여러 분야를 통해서 부검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법의학이 어떤 영역인지를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일부분만 알게 되었을 것이고 약간은 과장되거나 어떤 것은 누락되어 전혀 모르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법의학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그쪽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경우를 겪는지도 어슴푸레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

 

한국과 일본에서 오랜 기간 법의학계에서 활동한 두 원로가 만나 대화를 나눈 내용을 책으로 엮은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는 양국 법의학의 차이점과 여러 특이했던 경험들 그리고 서로에게 궁금했던 것들이 대화로 오가고 있고 그 대화 속에서 죽은 이들을 통해서 진실을 알아내려는 집념과 단순히 법의학 영역만이 아닌 문화의 차이와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까지 알 수 있어 깊은 인상을 남기는 책(대화)이다.

 

2003년에 출판된 책이라 그 이후 한국에서 일어난 여러 잔혹한 범죄들을 떠올린다면 둘이 말하는 양국의 차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부분들 많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두 원로가 나누는 대화는 품격과 깊이 그리고 다양한 내용이 막힘없이 이어져 있어 여러 가지로 훌륭한 대화라 말할 수 있다.

 

저자()의 말대로 몇 번 만난 적 없고 서로 서신을 교환하거나 짧은 일정 속에서 만났을 뿐인 사이라 막역하진 않지만 서로가 같은 영역에서 오랜 기간을 활동하다보니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음에도 상대를 존중할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별거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신기하고 특이하다 말할 수 있을 양국의 여러 생각과 사고방식의 차이와 그걸 부검과 법의학의 관점에서 어떤 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를, 초창기 활동하던 시절의 별별 사연들과 사례들, 양국의 전혀 다른 이해방식, 문화와 감정 등 전혀 다른 방식들, 생소하고 신기한 법의학적 이해들, 여러 엽기적 사건들, 의문사의 진실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 수 있었는지, 양국의 법적 제도적 차이들, 법의학과 관련한 한국과 일본의 매우 특별한 경우들, 마지막으로 죽음과 삶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죽은 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밝혀내면서 얻은 깨달음까지.

 

그냥 원로 법의학자의 대화가 아닌 삶과 죽음 그리고 수많은 것들이 순서 없이 얘기되고 있지만 짧은 대화든 길어지는 대화든 흥미롭고 귀 기울게 만든다.

 

어떤 것을 놓고 말해도 두 원로처럼 상대를 존중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그리고 충분히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고자 하는 것을 계속해서 알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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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밀리언셀러 클럽 58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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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펠레카노스

 

범죄 소설을 좋아하지만 그쪽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어서인지 조지 펠레카노스는 생소한 이름이었고 어려운 이름이었다. 본명인지 예명인지 난해한 이름이 인상적이었지만 싸구려 느낌의 제목은 딱히 기억할 작가로 생각되진 않았다.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제목부터 전혀 있어 보이지 않는 반대로 말하자면 그냥 그렇고 그저 그런 범죄 소설이라고 말하려는 것 같아 읽기를 망설였지만 주요 언론사에서 꽤 호평을 했다는 홍보 문구와 황금가지 출판사의 밀리언셀러 클럽 시리즈 소설 중에서 읽고 후회한 경우는 많지 않아 속는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워싱턴 D.C.

 

워싱턴(소설에서는 디시라고 불리는)을 범죄의 도시로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곳은 (국제든 국내든) 정치의 중심지이고 미국 대통령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범죄율이 높고 여러 가지로 문제 많은 도시라고는 하지만 미국 근처도 가본 적 없는 사람으로서는 정치 말고를 생각하게 하는 경우는 없는 도시였다.

 

데릭 스트레인지

 

작가 이름도 난해하지만 작가가 창조한 주인공 이름도 그리 평범하진 않다. 그리고 개성 있다고 할 수 있고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데릭 스트레인지는 50대의 남성이고 자기만의 취미와 개성 그리고 삶의 방식을 지키려고 하는 완고한 사람이다. 게다가 흑인이다. 몇 가지 이유로 경찰 생활을 그만뒀음을 그리고 약간은 감추고 싶은 비밀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고 좋은 사람이고 정의감도 있으면서 속물이기도 하다는 것도 알 수 있게 해준다. 적당하게 타협하기도 하는. 괜찮게 볼 수 있을 점도 있지만 못마땅하게 여겨질 모습도 있다.

 

데릭 외에도 일상에서 실제로 접할 수 있을 생동감 있는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이 장점이고 등장인물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다 하나로 겹쳐놓는 구성은 자칫 단순하고 평범하게 생각할 수 있을 이야기에 다채로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범죄와 마약 그리고 폭력과 섹스로 가득하지만 선정적인 소설이 아닌 범죄 소설이고 워싱턴의 어두운 구석을 그리고 미국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들춰내고 있는 소설로 이해하도록(하고 싶도록) “도시 밑바닥을 훑어내고 있다.

 

특히나 다른 범죄 소설에서는 간접적으로 다루거나 소극적으로 언급되었던 흑백갈등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점이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이기도 할 것 같다. 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도 하지만 동시에 흑백갈등과 차별을 끄집어내고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의 장점일 것이고 데릭 스트레인지 시리즈만이 만들 수 있는 긴장감일 것이다.

 

너무 배경 묘사를 자세하게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이 소설만이 만들 수 있는 매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냉담하고 냉소적인 대사들과 쏘아붙이는 대화들 또한 인상적이었다.

 

2001년에 발표한 소설의 등장인물로는 생각되지 어려운 구석들이 있어 조금은 때늦은 느낌도 들지만 이야기가 갖고 있는 흡인력과 속도감이 그런 갸우뚱한 기분을 잊게 해주고 있다.

 

너무 남성성을 강조하고 있고 여성들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다뤄지는 점들이 있어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만하면 범죄 소설로서는 최상의 결과물이라는 점도 인정하게 된다.

 

범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목 때문에 손길을 거두지 말고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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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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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이전에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졌지만 알쓸신잡이라는 방송 덕분에 대중들도 이름을 듣거나 얼굴을 보면 알 만한 사람이 됐다. 건축에 대한 이해가 깊고 쉽게 알 수 있게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기대가 컸기 때문인지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으면서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논의가 반복되고 있을 뿐이고 좀 더 여러 가지 예를 들고 있을 뿐이라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실망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로 기대에 못 미쳤다.

 

저자의 글이 갖고 있는 장점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는 점과 익숙하고 자주 접하던 건축과 공간을 조금은 달리 보도록 혹은 다른 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고 자신의 생각을 애매하게 내놓기 보다는 명쾌하고 선명하게 내놓아 그 의견과 제안을 읽는 이들도 함께 생각해보도록 해준다는 것에 있다.

 

도시는...’는 읽었다면 어디서...’는 그 논의를 이어가고 (반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지금 서울을 그리고 한국의 도시가 좀 더 살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게 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여러 제안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건축과 공간에 대한 설명만이 아닌 그동안 저자가 지켜봤고 생각해왔던 여러 가지를 더해놓고 있고 이런 저런 흥미로운 의견들 많아 읽는 재미 컸지만 큰 줄기에서 생각이 이어지는 것이 아닌 짧거나 토막난 생각들로 묶여져 있어 좀 더 내용을 다듬어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도시에 채워진 여러 건축에 대해서 도시에 있는 수많은 공간에 대해서 저자의 여러 생각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 흥미를 느끼며 그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답답하고 개성 없는 도시가 아닌 우리를 화목하게하는 도시가 될 수 있게 하려는 고민에 공감하기 때문에 저자의 생각을 이리저리 따져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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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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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Diaspora 흩어진(이산 / 분산)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던 말

 

 

일반적으로 디아스포라의 뜻은 위와 같지만 저자는 위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디아스포라를 대문자의 말로 사전 상의 의미에 지나지 않다며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쓰고자 한다.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소문자 보통명사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주장에 적당하게 수긍하게 된다.

 

또한 저자는 더 명확하게 근대의 노예무역, 식민지배, 지역 분쟁 및 세계 전쟁, 시장경제 등 외적인 이유에 의해, 폭력적으로 자기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흩어짐을 강요당한 사람들 및 그들의 후손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디아스포라라는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

 

좀 어렵게 설명하기는 했지만 쉽게 말해서는 외부자, 주변인, 이방인, 소수자 등의 의미에서 사용하고 있고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려는 저자의 다짐처럼 느껴진다.

 

어쩐지 눈길을 끌게 되는 제목이라 손이 갔고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아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아) 읽게 된 디아스포라 기행은 어떤 내용인지 알지도 못하고 읽기 시작했고 생각과는 조금은 다른 내용이었지만 꽤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 여행기로서도 여러 예술과 문화에 대한 비평으로서도 그리고 저자 자신의 복잡한 내면의 고백으로서도 읽혀졌고 그것들이 순서 없이 섞여져 있지만 생각보다 잘 이어져 있어서 흥미로운 글쓰기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우선 자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는 재일조선인이지만 민족, 국가, 언어, 문화, 터전 등 그 자신을 설명하기에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알려줘야만 하는 처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소수자의 시선으로 디아스포라의 입장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고백하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마음 아파지기도 했다. 저자의 상황을 알게 되니 내 신세는 괜히 약한 소리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그리 복잡한 구석 없다고 말하게 된다. 곤혹스러운 기분으로 저자의 음울한 생각을 따르며 이 세상을 살아온 혹은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디아스포라의 서글픈 삶을 알려주는 내용에 귀 기울일 뿐이다.

 

저자가 향한 곳은 유럽과 광주고 그곳에서 겪은 경험과 기억 그리고 여러 상념과 예술과 문화 비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가도 섬세함과 비관 속에서 어떤 단호한 결론을 내놓기도 한다. 세상에 좌절하고 환멸하면서도 등 돌리기보다는 세상과 싸울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너무 예민하고 염세와 절망에 빠진 시선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반대로 디아스포라가 아닌 나와 같은 사람은 너무 간편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만든다. 저자가 그리고 저자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직접 겪었던 이야기(모욕적인 경험)와 저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의 사연을 접하니 틀린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월간지에 연재한 에세이(산문)이기 때문에 깊이 있게 다루고 있기 보다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두루 살펴보고 있는 글이고 그렇기 때문에 읽기가 어렵진 않았다. 다만, 저자의 일관된 입장과 시각에 사람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조금은 긴 호흡으로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내놓는 저자의 글 솜씨가 좋았고 그 글에서 다뤄지는 여러 내용에서 관심 가는 것 많아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반길 것 같진 않지만 조용히 이런 걸 싫지 않아 할 누군가에게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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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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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06.17 2018.08.08

 

 

 

사람마다 경우마다 다르겠으나 저자는 학자에서() 머물다 혹은 학문의 영역에서() 활동하다 좀 더 영역을 넓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활발하게 말하면서(온라인, 지면 등)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명성을 얻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아끼거나 되도록 점잖게 뒤로 물러나는 것이 흔한 모습이라면 (그게 원로라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면) 혹은 과거와는 다르게 뭔가 생각이 (완곡하게 말한다면) 이상해져버린 모습에서 (솔직하게 말한다면 실성한 사람처럼 보여)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더 날카로워지고 단호해져가는 저자의 모습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나는 늙어가며 저렇게 더 생각이 영글어질 수 있을까? 그렇진 못할 것 같다. 더 고집불통에 좀스런 사람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더 속물이 될 것이고 적당한 게 좋다는 생각만 가득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을 생각하니 저자의 생각에 계속해서 감탄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저자를 너무 뒤늦게 알게 되어 안타깝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조금 더 일찍 알았어도 뭐가 더 달라질 것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기분 지울 수 없다.

 

밤이 선생이다이후 중간에 우물에서 하늘 보기가 있었지만 그건 시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손이 가기가 머뭇거려졌다면 사소한 부탁밤이...’를 잇는 내용이라 할 수 있고 2013년부터 2017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글이라 좀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사건들이 있고 그래서인지 더 복잡한 기분 속에서 글을 읽게 된다.

 

우선 책 제목부터 말한다면 어쩌다 저런 제목을 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간곡한 부탁이라고 했다면 제목부터 너무 무겁게 느껴질 것 같고 어쩌면 저자의 부탁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을 수 있고 조금만 더 생각하고 좀 더 실천에 옮긴다면 달라질 것 바뀔 것 많아질 수 있으니 사소한 부탁이라는 제목이 제일 적당한 것 같기도 하다.

 

저자의 글은 여전히 점잖고 매사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고 항상 정중하다. 정리하고 다듬은 자신의 생각을 빼어난 글 솜씨로 써내고 있고 그 생각에 공감하든 그렇지 않든 읽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기에 훌륭한 글이고 문장이라 말할 수 있다.

 

근심으로 가득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점점 글에 어떤 단호함을 양보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준엄함이란 이런 것일까? 뛰어난 문장 가득하고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글 잔뜩이다. 글과 문장만이 아니라 그 생각에도 다다를 수 있어야 하겠지만 쉽진 않을 것이니 조금씩이라도 그래졌으면 좋겠다.

 

책의 2/3는 이 시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글이라면 나머지 1/3(아마도) 다른 매체를 통해서 발표된 글인 것 같다. 대부분은 시와 소설 혹은 영화에 대한 저자의 정교한 분석이라 (혹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소개글이라) 읽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읽다보면 앞의 내용들과 아주 다른 글쓰기가 아니라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자주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여러 경험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내놓으면서 글을 따르게 하다 하려고 했던 얘기를 불쑥 내밀고 있는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난데없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저자의 글쓰기에 여러 가지로 경탄하는 사람이라 다양한 방식으로 저자의 글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갑작스럽고 느닷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저자의 별세이기 때문에 책을 읽던 중 내용을 생각해서나 저자를 떠올려서나 무거운 기분이기만 했다. 좀 더 가르침을 주었으면... 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게 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슬픔만 남았지만 단지 슬픔 속에만 머물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가 다루었던 것들을 그리고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해 지나치고 있었던 것들을 놓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게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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