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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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06.17 2018.08.08

 

 

 

사람마다 경우마다 다르겠으나 저자는 학자에서() 머물다 혹은 학문의 영역에서() 활동하다 좀 더 영역을 넓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활발하게 말하면서(온라인, 지면 등)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명성을 얻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말을 아끼거나 되도록 점잖게 뒤로 물러나는 것이 흔한 모습이라면 (그게 원로라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면) 혹은 과거와는 다르게 뭔가 생각이 (완곡하게 말한다면) 이상해져버린 모습에서 (솔직하게 말한다면 실성한 사람처럼 보여)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면 시간이 갈수록 더 날카로워지고 단호해져가는 저자의 모습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나는 늙어가며 저렇게 더 생각이 영글어질 수 있을까? 그렇진 못할 것 같다. 더 고집불통에 좀스런 사람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더 속물이 될 것이고 적당한 게 좋다는 생각만 가득할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을 생각하니 저자의 생각에 계속해서 감탄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저자를 너무 뒤늦게 알게 되어 안타깝다는 마음만 가득하다. 조금 더 일찍 알았어도 뭐가 더 달라질 것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기분 지울 수 없다.

 

밤이 선생이다이후 중간에 우물에서 하늘 보기가 있었지만 그건 시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손이 가기가 머뭇거려졌다면 사소한 부탁밤이...’를 잇는 내용이라 할 수 있고 2013년부터 2017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글이라 좀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사건들이 있고 그래서인지 더 복잡한 기분 속에서 글을 읽게 된다.

 

우선 책 제목부터 말한다면 어쩌다 저런 제목을 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만 간곡한 부탁이라고 했다면 제목부터 너무 무겁게 느껴질 것 같고 어쩌면 저자의 부탁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을 수 있고 조금만 더 생각하고 좀 더 실천에 옮긴다면 달라질 것 바뀔 것 많아질 수 있으니 사소한 부탁이라는 제목이 제일 적당한 것 같기도 하다.

 

저자의 글은 여전히 점잖고 매사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고 항상 정중하다. 정리하고 다듬은 자신의 생각을 빼어난 글 솜씨로 써내고 있고 그 생각에 공감하든 그렇지 않든 읽고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기에 훌륭한 글이고 문장이라 말할 수 있다.

 

근심으로 가득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점점 글에 어떤 단호함을 양보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준엄함이란 이런 것일까? 뛰어난 문장 가득하고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글 잔뜩이다. 글과 문장만이 아니라 그 생각에도 다다를 수 있어야 하겠지만 쉽진 않을 것이니 조금씩이라도 그래졌으면 좋겠다.

 

책의 2/3는 이 시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글이라면 나머지 1/3(아마도) 다른 매체를 통해서 발표된 글인 것 같다. 대부분은 시와 소설 혹은 영화에 대한 저자의 정교한 분석이라 (혹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소개글이라) 읽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읽다보면 앞의 내용들과 아주 다른 글쓰기가 아니라 힘들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자주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여러 경험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내놓으면서 글을 따르게 하다 하려고 했던 얘기를 불쑥 내밀고 있는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난데없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저자의 글쓰기에 여러 가지로 경탄하는 사람이라 다양한 방식으로 저자의 글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갑작스럽고 느닷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저자의 별세이기 때문에 책을 읽던 중 내용을 생각해서나 저자를 떠올려서나 무거운 기분이기만 했다. 좀 더 가르침을 주었으면... 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게 된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슬픔만 남았지만 단지 슬픔 속에만 머물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가 다루었던 것들을 그리고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해 지나치고 있었던 것들을 놓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게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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