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훈의 '현의 노래'를 읽었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소설책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이번에도 소설을 읽게 된 것 같다.

 

김훈이라면 최근에 발매된 '남한산성'도 있지만, 이건 아직은 헌책방에서 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몇년 뒤라면 구해서 읽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그의 작품은 '칼의 노래'를 읽었기 때문에 두번째로 접하게 되는 것인기는 한데,

책을 읽다보니 문장과 글에서 전형적인 김훈의 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현 재 문학계에서 당대 최고의 글쟁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니는 김훈은 그런 수식어가 무색하게 문학가와 글쟁이라는 것에 대해서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것으로 밥벌어 먹기는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큰 의미는 두지 않는 것 같은... 다른 문학계에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파격적인 발언들을 하고 있고(원래는 저널리스트였으니 이력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크게 다를 것이다), 평소에도 약간은 저런 말을?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글도 흥미롭지만 그의 평소 생각과 행동도 흥미로운 사람이다(과연 4천만원짜리 자전거는 구입했을까? ^^;;; 한번 타보고 싶은데...).

 

그 런 의미에서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행동하려고 까부는 사람들에게는 김훈은 꽤나 골치덩어리일 것이다. 이문열 정도면 우습게 밟아줄 수 있고, 이문열 본인도 생각하는 것이나 실처하는 것이나 좀(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많이) 허접하기 때문에 한마디만 해도 개때처럼 달려들지만, 김훈이 말하면 아예 못들은 척 하거나 '난 쟤 싫더라'라며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번 개기려고 해봐도 제대로 상대하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그를 보고 정면으로 맞대응을 하는 사람은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국식으로 조선일보 쪽이고 한나라 쪽이냐는 식으로 말하기도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 조금 껄끄러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애매하기는 하지만 어쨌던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발언과 생각을 갖고 있어 보이기 때문에 항상 본인은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논쟁의 중심에서 빠져나가기 힘든 사람이다. 당장 '남하산성'만 봐도 그것을 문학적으로 평가하려는 사람은 거의 전무한 것 같으니까. 대부분 정치적으로 그의 글들을 읽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해도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벗어나기는 힘드니까. 그건 삶을 살아간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고, 다만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냐가 문제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의 노래'는 김훈의 초기작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칼의 노래'의 성공 덕분에 많은 관심속에서 출판된 작품이다.

그 성공을 이어갈 수 있기도 한 좋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칼의 노래'가 더 좋았다.

 

시대적 배경은 가야가 무너지기 직전의 배경으로 죽어가는 왕과 궁중악사 우륵과 제자 니문, 대장장이 야로와 그의 아들 야적, 우륵의 여자인 비화와 니문의 여자가 되는 아라, 그리고 신라의 이사부까지 주된 등장인물은 꽤 많다.

전 작인 '칼의 노래'에서는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서 이순신의 말과 김훈 본인의 생각을 절묘하게 융합시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실존했던 인물들을 통해서 김훈의 생각과 당시의 사회와 김훈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재를 교묘하게 엮어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우면서도 생각이상으로 까다롭게 느껴졌다.

심심하면 헐겁네 어쩌네 하면서 투정부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헐겁기는 커녕 팽팽하다 못해서 건드리면 끊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칼의 노래'와의 차이점은 등장인물들이 대폭으로 늘었다.

' 칼...'은 이순신을 내세워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모든 것이 이순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현...'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삶에 대한 자세를 보여주기 때문에 약간은 복잡하게 느껴진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인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초반의 중심은 죽어가는 왕과 우륵과 야로를 통해서 이야기가 구성된다면,

후반의 중심은 이사부와 우륵과 야로로 구성되어있다.

 

제 목 때문인지 우륵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처럼 다뤄진다고 생각하며 읽게 되기는 하지만, 우륵과 야로의 대비를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사부가 중간에 끼게 되면서 이야기는 보다 종잡을 수 없게 이어나가게 된다. 이것 저것 어떻게 내용을 만들지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말끔하게 정리를 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김훈 본인은 '현...'에 대해서 만족하는지 아니면 불만이 뭐였을지 궁금하다.

 

초반이 죽어가는 왕과 죽어가는 국가의 모습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남을지와 무엇을 남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후반은 보다 복잡하게 나아간다.

 

'칼...'이 전체적으로 어떻게(어디서) 죽을지에 대한 작품이었다면,

'현...'은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한 고민이 주된 내용이었다.

대 장장이 야로, 우륵, 이사부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이순신의 경우 끝없이 어디서 자신이 죽을지 고민하고 있는 존재였다면 반대로 '현...'는 어떻게 살아남을지와 현재라는 지옥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고민하는 존재들이다.

두작품 모두 시대의 공기에 짓눌려 있는 인물들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전혀 다른 것 같다.

 

이사부의 경우가 이순신의 모습과 약간씩은 겹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인물들은 고된 삶과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끝없이 힘겨워하고 고민한다.

그 러한 고민은 본인들의 육체적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 이사부나 다른 인물들은 끝없이 육체적으로도 힘겨워 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다른 허무주의적 작품과의 차이점일 거이다. 고통스럽지만 죽으려 하지는 않느다.

하지만 작품의 인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죽던지 죽기는 죽는다.

그리고 그들은 무언가를 남겨놓고 죽는다.

 

야로는 자신이 만들어낸 무기.

우륵은 금.

이사부는 실질적으로 확장된 영토.

 

그 들은 고통스러운 삶속에서 무언가를 남기고 떠났고, 작품은 혼란스러운 시대와 그러한 혼란스러움과 밀접하게 연결된 인물들을 보여준다. 그것을 김훈은 등장인물들을 괴롭히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피로를 통해서 읽는 이들이 느끼도록 만든다.

 

이런 시대를 통해서 김훈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어떻게 말을 꺼내고 싶어도 말하려는 나도 확신이 들지 않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희미한 느낌이기 때문에 그냥 꺼내지는 말을 다시 밀어넣겠다.

 

페미니스트에게도 김훈은 공공의 적으로 분류되기 쉬운데,

아마도 그의 글에서 다뤄지는 여성들의 모습과 성적인 표현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글이 약간은 양성애적인 성향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솔직히 웃자고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말하기가 힘들다.

그냥... 읽다가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그것에 대해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주제파악을 하고 다른 누군가가 지적하겠지... 라고 생각하련다.

나같은 인간이 다루기에는 너무 까다로우니까.

 

어쨌던 '현...'은 (개인적인 생각에) 완성도가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분명 김훈이라는 존재를 단순히 '칼...'로만 생각할 수 없도록 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딸랑 화제작 하나 내놓고 사라지는 음악인도 많지만 작가도 꽤 있으니까.

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당대의 현실과 고민을 가장 고통스럽게 묘사하는 작가이도 한 것 같다.

'남한산성'은 어떨지 궁금하다.

 

최근에 뜨고 있는 작가들 (박민규네 정이현이네 하는...)과는 다르게 중견작가로서 거의 유일하게 화제의 중심에 있는 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기를 바란다.

밝아지는 샛별도 아름답지만,

사그러들기를 거부하는 별은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참고 : 김훈의 글을 항상 부분적인 것까지도 세세하게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특 정 공간에서 인물들이 있고, 그들이 있는 공간에 대해서 세세하게 묘사를 한다. 그러한 묘사는 장소나 물건에 대한 표현만이 아니라 장소 자체에 대한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느낌도 말하기 때문에 읽다보면 뭘 읽었는지 헷갈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특히나 살짝 졸다가 읽으면...). 그리고 대화가 진행된다. 끝없이 이런 스타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런 것이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여름이라는 핑계가 있기는 하지만.... 더럽게 글 안 써진다.

아~~~ 또 글을 망쳤다.

언제쯤 잘 쓰려나~~~ ㅜㅜ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잘 할려나? ^^;;;

읽으면서 놓친게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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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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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책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영화를 너무 좋게 봐서 그런가?

ㅎㅎ 책을 사게 되어버렸다.

원래는 아가씨에게 선물은 해줬는데, 생각보다 책도 괜찮았다고 해서 나도 한번 읽어 보았다.

내용은 생각보다 짧고(2시간이 소요되는 버스에서는 한번에 책한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추가로 단편 두개가 더 있어서 나름 재미나게 읽게 되었다.

관심없게 생각했었는데... '파프리카'의 원작을 쓰기도 했단다. 전혀~ 몰랐었어~

 

영화를 너무 재미나게 봐서 책을 보고 냉큼 집어든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떠나라~ 가 아니라 원작은 영화와 조금은 다르다고 말해주고 싶다.

특히나... 주인공이 다르다.

???

머리속에서 물음표가 잔뜩 생겨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원작은 영화에서 주인공의 이모로 나오는 미술관 큐레이터의 젊은 시절에 겪은 이야기다.

그것을 제외하면 몇몇 설정을 빼놓고는 영화와 유사하게 내용은 이어진다.

 

달라진 설정들을 일일이 거론하기 보다는 그냥 즐기라고 말하고 싶지만,

단순하게 말해서 영화와는 다르게 덜 발랄하고, 보다 내성적이다.

그리고 타임리프 라는 것이 영화에서는 특정 물건을 통해서 몸에 이식되어 버려졌지만, 책은 약품처럼 다뤄진다.

 

그런 설정들을 제외하면,

읽으면서 영화에서는 이모의 얘기와 사진들에서 별다른 감정이 없었지만 원작을 읽게 되니 조금은 새롭게 보여지게 만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소설 원작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이니... ㅎㅎ 나는 거꾸로 감상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

 

너무 영화와의 비교를 하면서 말하게 되었는데,

책 내용에 대해서 말을 하면,

작가가 심리학에 대해서 많은 지식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소녀가 '시간을 달리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실험실에서의 라벤더 향과 실신, 그리고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은 마치 여성 히스테리(혹은 신경증) 환자들의 경우와 상당히 비슷하다.

이런 생각은 두번째 작품인 '악몽'에서 소녀가 갖게 되는 경험과 소녀의 동생의 불안을 해소하게 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꿈과 무의식이 그들의 행동을 결정하게 만드는지 예리하면서도 흥미롭게 써낸 내용을 보면 보다 확신하게 만든다.

세번째 내용은 약간 만화적 버전의 필립 k 딕이 생각나는 작품이었지만...

 

첫번째, 두번째 작품만 놓고 보자면 작가는 정신분석과 심리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쪽 분야에서 말하는 신경증과 히스테리의 증상과 매우 유사한 증상이 작품의 주인공에게 일어난다.

물론 작품 속 소녀들의 증상의 원인들이 성욕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말 그래도 외적 증상만을 가져왔기 때문에 그렇게 깊이 있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지 몰라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는 어느정도 자신만의 개성이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책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름 괜찮은 선물이 될만한 짧고 읽기 편한 책이었다. 여름철 피서를 떠나는 주변사람들에게 가서 읽으라고 선물해도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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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프레드 (양장) - 보잘것없는 일상을 특별한 날들로 만드는 유쾌한 이야기
마크 샌번 지음, 강주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친척에게서 선물은 받은 책인데,

얇기도 얇고,

내용도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는 책이기 때문에 하루에 휘리릭~ 읽어나갔다.

 

요즘에는 세상살이가 힘들다 보니 사람들이 가벼우면서도 어느정도 사회생황에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 책들을 많이 읽는 추세인데, 이런 시대적 흐름에 부흥한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적이다.

개인적으로 항상 말하지만, 이런 책들은 출퇴근하면서 읽기에 적합하거나 몇시간동안 비행기나 버스를 통해서 어딘가로 가게 되는 경우에 가는동안 읽고 버릴만한(물론 책이 아깝지 않다면) 책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다지 좋게 평가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읽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기 때문에 이런 책들을 읽는 사람들을 모욕할 생각은 없다.

 

책의 주된 중심내용은(이런 책들은 대부분 한가지의 교훈을 알려주기 위해서 수십에서 수백번 같은 내용과 예들을 불러온다) 능동적이로 주어진 일을 받아들이고 항상 긍적적인 생각을 잊지 말라는 누구나가 얘기하며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행동(절대 생각이 아니다)을 열심히 해보라고 말한다.

물론... 그런 행동에는 대가 없는 행동이어야 하고(저절로 따라온단다), 의식적이지 않게 해야한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인다.

 

작가의 생각이 옳은 소리도 있기는 하고,

삶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서 말해주기 때문에 그다지 불만도 없다.

그리고 몇몇 작품에서 나오는 유머는 나름 괜찮았고(자기계발 서적에는 꼭 유머가 있어야한다).

 

하지만!

이책에는 이상하게 사람 속을 뒤틀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저렇게 좋게 해석하면 좋은 말로 들리지만,

나처럼 뭔가 빈정거리고 싶은 사람에게는 냉소적인 한마디를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책속에서는 항상 밑에서 있는 사람이 위를 보며 어떻게 해줘야할지 끝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라는 말로 들리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그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얼마만큼 관심갖고 노력하느냐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반대로 얼마만큼 너희들에게서 최대한의 노동력을 뽑아낼 것이냐? 와 관련이 된다.

개개인들에게도 이런 성향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앞으로의 직장생활에서 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보다 큰 공은 경영자(사용자)에게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읽는 이들에게 임금관계를 통해서 제공하는 노동력에서 보다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자하라고 말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보다 능동적으로 길들인다는 뜻이다.

 

작가는 끝없이 대가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경영자의 입장에서 모든 이들이 프레드처럼 되야하고 이런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물론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이책은 이상할 정도로 순진하고, 사람들을 보다 활력있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도록 길들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은 그정도까지 민감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읽을수록 초반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참고 : 책표지에 영문제목도 함께 프린트 되어 있는데... 한글제목과는 전혀 엉뚱한 원어 제목인 것 같다. 영어는 쥐뿔도 모르기는 하지만... 저 단어가 '우체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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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야심작과 걸작의 차이는 무엇일까?

야심이 이뤄지면 걸작이라는 단순한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살인의 해석'으로 (소설로는) 첫 작품을 발표한 작가의 야심은 이뤄지지는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야심이 너무 커서 자신의 능력 이상의 것을 목표로 했던 것 같다.

 

최근에는 소설을 읽는 적이 거의 없어서 일부러라도 소설책을 읽으려고 하고 있다.

저번의 '사기꾼 로봇'의 경우에도 사놓고 거의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인문학 쪽 책들에 조금은 질려서 소설책들을 읽으면서 머리나 식힐려고 선택한 것이었으니까(이놈의 변덕은... ^^;;)

 

몇 년간은 새로 출판되는 책은 거의 구입하지 않고, 헌책방에서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책들을 구입하며 읽었기 때문에 최근에 어떤 책들이 출판이 되었는지는 거의 신문에 의존한 지식밖에 없다. 꼭 어떤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있어도 가격에서 다시한번 심사숙고하게 만들기도 하고, 지금처럼 간간히 읽어서는 결판이 나지 않는 책들도 있어서 그냥 포기했다)...

 

'살인의 해석'은 그나마 가장 최근에 출판된 책을 읽게 되는 것 같은데,

각종 일간지에 리뷰가 실리면서 이미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별다른 느낌이 안 들어서 헌책방에서 나중에 구할 수 있으면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머리속에서 담아만 두고 있었다.

최근에 헌책방에 갔을 때 벌써~ 책이 있어서 조금은 놀라게 되었는데(얼마나 별로였으면... 하는 느낌이 있었다 ^^;;), 평소에도 프로이트라면 귀를 쫑긋~거리는 인간이라 무작정 구입하고 곧장 읽게 되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프로이트와 융에 관해서는 작품의 줄거리와 그다지 상관은 없었다.

 

작 품은 1900년대 초기의 뉴욕을 배경으로 한창 마천루들을 만들기 시작하며 지금의 뉴욕의 기초가 되는 수많은 것들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진 의문스러운 살인 사건과 침입사건이 벌어지고 일련의 사건과 함께 미국에 방문한 프로이트와 융이 이 사건에 관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여기에 프로이트와 융의 갈등과 정신분석학자 주인공을 내세워서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가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하나의 작품에 집약하느라 한번에 너무 많은 음식을 먹은 느낌이 든다.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제임스 엘로이의 작품에 관심을 갖으면서 연쇄살인과 같은 범죄 영화들을 참고하고, 작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었던(실제로 졸업 논문까지 만들었던)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도 끌어들이고... 게다가... 햄릿까지 가져와 버린다.

이정도면... 도를 지나쳤다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그동안 자신이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던 것들을 자신만 알고 끝내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을까?

아쉬울만 했겠지만... 정도가 좀 심한 것 같다.

차라리 과감하게 몇몇 요소들을 뺐으면 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되었을 것 같다.


소설은 세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번째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고 이것은 시장과 휴겔 검시관 그리고 리틀모어라는 형사가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살인사건과 유사한 사건인 액튼양에 대한 무단침입에 의한 상해사건으로 이것은 정신분석학자인 (1인칭 시점을 갖고 있는 유일한 캐릭터인, 작품은 이상하게 전지적 시점과 1인칭 시점이 뒤섞인다) 앵거 박사가 노라 액튼을 정신분석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위의 두 이야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외의 인물들(밴웰, 클라라 등)을 통해서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살인사건과 관계없는(제목인 '살인의 해석'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프로이트와 융의 갈등과 미국에서 출판과 강연을 하기 위해 온 프로이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이것도 나중에 가면 앞의 두 이야기와 연결이 되기는 하지만... 그 밀접도는 유기적인 느낌이라기 보다는 이야기 과정에서 엮어낸 느낌이 든다.
그리고... 출판사의 홍보와는 다르게 프로이트와 융은 사건에서 방관자적인 입장이다.
그 외에도 1900년대 뉴욕에 대한 세밀한 설명과 상류사회의 소문과 지저분한 뒷모습들, 가학적 성욕과 정치적인 이해관계 등 많은 고증을 통해서 얻어진 내용들이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서 보다 내용은 충실해지면서도 방대하게 된다.
그리고... 역시나 작가는 그것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수많은 것들에 끌려다닌다.

솔직히 말하면 제임스 엘로이가 썼으면 보다 좋은 결과물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물론.... 이렇게 신사적인 작품이 되지 않고 보다 추악한 면모를 갖게 되겠지만 말이다.

초 반부분에서 1900년대의 뉴욕에 대한 설명과 상류사회의 삶을 보여주는 내용은 처음에는 뭐하러 이리도 길게 설명하나 의문시 되기도 하지만, 읽어나가게 되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게 되면서 보다 작품의 시대적 느낌으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후의 결말에 대한 몇가지 기본 밑바탕을 만들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는 작가는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첫 번째 내용인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구성이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느낌이 있다(당연히 영화화 되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설정이면서도 캐릭터와 살인 자체가 평면적이기도 하고 기존의 영화나 범죄소설에서 보았던 설정들을 반복하는 느낌도 들어서 신선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비판적으로 말하기 보다는 읽는 '재미'를 잃지 않았으니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두번째 내용인 정신분석에 관한 것은 작가가 그동안 정신분석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기 때문에 실제 사례였던 프로이트의 책과 임상사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결콕 잊지 못할 '도라'를 다시근 만나게 된다(그리고... 프로이트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 중에서 도라의 사례만큼 난해한 것도 없을 것 같다. 정신분석학에 흥미를 갖고 있었던 내가 도라 사례를 읽으면서 프로이트는 도라에 대한 진단이 계속 변하게 되고, 의외의 것들이 분석 도중에 확인되며서 끝없이 분석을 통한 진단이 변한다. 정신분석의 기본적인 몇가지 개념만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읽는데 많이 힘들었다. 솔직히... 기억도 안단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도라'와는 다르게 작품에서의 '노라'는 독자들을 힘들게 만들 정도의 캐릭터는 아니다. 여기서도 물론 처음의 판단과는 다르게 게속 숨겨졌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혼란스럽게 만들기는 하지만 대중소설이니 그렇게 읽는 사람 힘들게 만들지는 않고, 마무리를 하며 다시금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노라'라는 캐릭터는 입체적이면서도 평면적인 캐릭터가 된다.
그녀와의 상담을 벌어는 과정은 그녀를 입체적으로 보고 독특한 캐릭터로 만들지만, 상담 이외의 부분에서는 단순한 젊고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로 생각되게 만든다.
도 라의 사례와 유사하게 만들면서 이야기와 엮어나가게 만들었기 때문에 후반에 가서는 이것을 분석이라고 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도 들게 만들게 된다. 마지막의 로맨스 부분은 해피엔딩 겸 좋은 결말일 수 있겠지만,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석자와 상담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애매한 구석이 든다. 물론, 그녀가 정신적 외상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마 지막인 프로이트와 융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정신분석에 관해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나게 보았겠지만, 과연 소설의 이야기 구성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는가? 대한 질문을 갖고 생각하게 된다면 이건 이상하게 생각되게 만든다.
아예 독립적인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작품의 내용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 이상한 에피소드로 되어버린다.
작가가 어떻게 하던지 살리고 싶어서 연결하는 느낌도 들고... 과연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면 이야기 자체가 이끌어갈 수 없는 것인가? 에 대한 질문에는 궁색한 답변이 나올 것 같다.
아예 이들에 관한 갈등을 짧은 내용의 독립적인 책으로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이 앞선다.

물 론 작가 자신이 정신분석에 관해서 많은 지식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에서의 약간은 과장되고 말도 안되는 성향의 정신분석이 아닌 일정부분 정신분석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정신분석에 대해서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작품 내에서의 시점도 조금은 특이하다.
1900년대의 뉴욕의 모습과 그 이면의 어두운 부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참 고 : 주인공 캐릭터인 영거 박사는 정신분석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하면서 어느정도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회의적 입장도 갖고있는 인물이다. 아마도 작가 본인도 유아의 성적욕망에 대한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약간의 의심과 오이디푸스에 대한 회의도 일정부분 있는 것 같다.
그는 작품에서 오이디푸스가 아이가 갖는 것이 아닌 어른이 아이게게 갖는 발상을 보여주는데, 이런 생각은 몇몇 영화들에서 선보여지기도 했지만, 아마도 가장 살벌하게 보여준 것은 큐브릭의 '샤이닝'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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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2007-08-1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쓰기위해 들어왔는데 저와 같은 감상을 하신 분이 있더군요. 프로이드의 살인사건 개입. 거창한 광고가 있었는데. 작가는 정신분석을 작품속에 녹아내리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너무 남성위주 시각으로 쓰여진 거부감.새드와 매저가 종이한장차이? 살인자는 과연 무엇입니까? 그렇게 한마디로 정의해도 되나요

배군 2007-08-1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디스트와 매저키스트가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것은 저도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런 동감이 프로이트와 라깡의 이론을 공부한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겠죠.
길게 설명하기는 저도 유식한 사람이 못되서 자세히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프로이트 혹은 라깡은 원인은 비슷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인데 그에 따른 반응이 남성적(적극적) / 여성적(소극적)이냐에 따라서 두가지의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깡은 여기에 보다 추가적인 설명은 했는데... 워낙 이론적인 부분이라 저도 책을 뒤적거려야지 설명이 가능할 것 같군요.

살인자는... 솔직히 클라라에 대한 분석은 거의 전무하고 그냥 그녀가 사건의 원인으로 다뤄지죠. 근데 어째서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죽여버렸을지도 모르죠. ^^;;;
오이디푸스 이론을 통해서 일정부분 동기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글쎄요 그게 과연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대한 부분은 의문스럽군요.
 
사기꾼 로봇 필립 K. 딕의 SF걸작선 3
필립 K. 딕 지음, 어윤금 외 옮김 / 집사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최근의 필립 K 딕의 인기는 엄청난 것 같다.

그의 여러 작품들이 영화로도 제작되고,

영화가 제작되면서 그동안 번역되지 못했던 그의 단편들과 장편들이 번역되기도 하면서 그의 음울하고 편집증적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들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국내에 번역된 그의 작품들의 대부분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솔직히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는 조금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의 작품들이 대부분 어두운 내용이 많고, 뭔가 비비꼬인 구석이 강해서 대부분은 거부감이 강할 것 같고 나처럼 어두운 스타일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만이 열광할 것 같다.

 

최근 그의 작품들 중에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기꾼 로봇'을 읽을 기회가 생겼는데,

역시나 그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사기꾼 로봇'이 역시나 제목으로 써먹히고는 있지만, 나머지 작품들도 비슷하면서도 각각의 작품들이 개성이 있어서 그의 저서들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처음 읽는 사람들도 덜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인생이 그의 작품들처럼 어둡고 우울함과 신경증으로 가득한 삶이었는데,

그런 그의 삶을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몇몇 작품들은 마치 카프카의 세계관이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을 조지 오웰이 떠올리기도 한다.

항상 그렇듯이 그의 작품은 SF이면서도 우리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SF와는 일정부분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어쩐지 그가 만든 세계관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세계의 변화들을 미리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상하게도 우리의 삶과 현실은 필립 K 딕의 암울하고 묵시록적인 미래세계를 닮아간다는 점에서 더더욱 우울하게(어떤 이들에게는 열광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그의 번역된 책들을 구입해서 읽어야겠다.

ㅎㅎ 헌책방에서 구입하는 책들만 읽고 있으니 최근에 출판되는 책들은 거의 접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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