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훈의 '현의 노래'를 읽었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소설책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이번에도 소설을 읽게 된 것 같다.

 

김훈이라면 최근에 발매된 '남한산성'도 있지만, 이건 아직은 헌책방에서 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몇년 뒤라면 구해서 읽을 것 같다고 생각된다.

 

그의 작품은 '칼의 노래'를 읽었기 때문에 두번째로 접하게 되는 것인기는 한데,

책을 읽다보니 문장과 글에서 전형적인 김훈의 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현 재 문학계에서 당대 최고의 글쟁이라는 칭호가 따라다니는 김훈은 그런 수식어가 무색하게 문학가와 글쟁이라는 것에 대해서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것으로 밥벌어 먹기는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큰 의미는 두지 않는 것 같은... 다른 문학계에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파격적인 발언들을 하고 있고(원래는 저널리스트였으니 이력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크게 다를 것이다), 평소에도 약간은 저런 말을?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글도 흥미롭지만 그의 평소 생각과 행동도 흥미로운 사람이다(과연 4천만원짜리 자전거는 구입했을까? ^^;;; 한번 타보고 싶은데...).

 

그 런 의미에서 진보적이거나 좌파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행동하려고 까부는 사람들에게는 김훈은 꽤나 골치덩어리일 것이다. 이문열 정도면 우습게 밟아줄 수 있고, 이문열 본인도 생각하는 것이나 실처하는 것이나 좀(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많이) 허접하기 때문에 한마디만 해도 개때처럼 달려들지만, 김훈이 말하면 아예 못들은 척 하거나 '난 쟤 싫더라'라며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번 개기려고 해봐도 제대로 상대하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그를 보고 정면으로 맞대응을 하는 사람은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한국식으로 조선일보 쪽이고 한나라 쪽이냐는 식으로 말하기도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 조금 껄끄러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애매하기는 하지만 어쨌던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발언과 생각을 갖고 있어 보이기 때문에 항상 본인은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논쟁의 중심에서 빠져나가기 힘든 사람이다. 당장 '남하산성'만 봐도 그것을 문학적으로 평가하려는 사람은 거의 전무한 것 같으니까. 대부분 정치적으로 그의 글들을 읽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해도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벗어나기는 힘드니까. 그건 삶을 살아간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고, 다만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냐가 문제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의 노래'는 김훈의 초기작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칼의 노래'의 성공 덕분에 많은 관심속에서 출판된 작품이다.

그 성공을 이어갈 수 있기도 한 좋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칼의 노래'가 더 좋았다.

 

시대적 배경은 가야가 무너지기 직전의 배경으로 죽어가는 왕과 궁중악사 우륵과 제자 니문, 대장장이 야로와 그의 아들 야적, 우륵의 여자인 비화와 니문의 여자가 되는 아라, 그리고 신라의 이사부까지 주된 등장인물은 꽤 많다.

전 작인 '칼의 노래'에서는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서 이순신의 말과 김훈 본인의 생각을 절묘하게 융합시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실존했던 인물들을 통해서 김훈의 생각과 당시의 사회와 김훈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현재를 교묘하게 엮어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우면서도 생각이상으로 까다롭게 느껴졌다.

심심하면 헐겁네 어쩌네 하면서 투정부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헐겁기는 커녕 팽팽하다 못해서 건드리면 끊어질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칼의 노래'와의 차이점은 등장인물들이 대폭으로 늘었다.

' 칼...'은 이순신을 내세워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모든 것이 이순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반면에, '현...'은 여러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삶에 대한 자세를 보여주기 때문에 약간은 복잡하게 느껴진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인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초반의 중심은 죽어가는 왕과 우륵과 야로를 통해서 이야기가 구성된다면,

후반의 중심은 이사부와 우륵과 야로로 구성되어있다.

 

제 목 때문인지 우륵이 이야기의 중심인물처럼 다뤄진다고 생각하며 읽게 되기는 하지만, 우륵과 야로의 대비를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사부가 중간에 끼게 되면서 이야기는 보다 종잡을 수 없게 이어나가게 된다. 이것 저것 어떻게 내용을 만들지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말끔하게 정리를 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김훈 본인은 '현...'에 대해서 만족하는지 아니면 불만이 뭐였을지 궁금하다.

 

초반이 죽어가는 왕과 죽어가는 국가의 모습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남을지와 무엇을 남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면, 후반은 보다 복잡하게 나아간다.

 

'칼...'이 전체적으로 어떻게(어디서) 죽을지에 대한 작품이었다면,

'현...'은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한 고민이 주된 내용이었다.

대 장장이 야로, 우륵, 이사부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이순신의 경우 끝없이 어디서 자신이 죽을지 고민하고 있는 존재였다면 반대로 '현...'는 어떻게 살아남을지와 현재라는 지옥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고민하는 존재들이다.

두작품 모두 시대의 공기에 짓눌려 있는 인물들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전혀 다른 것 같다.

 

이사부의 경우가 이순신의 모습과 약간씩은 겹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인물들은 고된 삶과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끝없이 힘겨워하고 고민한다.

그 러한 고민은 본인들의 육체적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 이사부나 다른 인물들은 끝없이 육체적으로도 힘겨워 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다른 허무주의적 작품과의 차이점일 거이다. 고통스럽지만 죽으려 하지는 않느다.

하지만 작품의 인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죽던지 죽기는 죽는다.

그리고 그들은 무언가를 남겨놓고 죽는다.

 

야로는 자신이 만들어낸 무기.

우륵은 금.

이사부는 실질적으로 확장된 영토.

 

그 들은 고통스러운 삶속에서 무언가를 남기고 떠났고, 작품은 혼란스러운 시대와 그러한 혼란스러움과 밀접하게 연결된 인물들을 보여준다. 그것을 김훈은 등장인물들을 괴롭히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피로를 통해서 읽는 이들이 느끼도록 만든다.

 

이런 시대를 통해서 김훈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생각보다 쉽게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어떻게 말을 꺼내고 싶어도 말하려는 나도 확신이 들지 않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희미한 느낌이기 때문에 그냥 꺼내지는 말을 다시 밀어넣겠다.

 

페미니스트에게도 김훈은 공공의 적으로 분류되기 쉬운데,

아마도 그의 글에서 다뤄지는 여성들의 모습과 성적인 표현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글이 약간은 양성애적인 성향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솔직히 웃자고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어째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말하기가 힘들다.

그냥... 읽다가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그것에 대해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주제파악을 하고 다른 누군가가 지적하겠지... 라고 생각하련다.

나같은 인간이 다루기에는 너무 까다로우니까.

 

어쨌던 '현...'은 (개인적인 생각에) 완성도가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분명 김훈이라는 존재를 단순히 '칼...'로만 생각할 수 없도록 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딸랑 화제작 하나 내놓고 사라지는 음악인도 많지만 작가도 꽤 있으니까.

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당대의 현실과 고민을 가장 고통스럽게 묘사하는 작가이도 한 것 같다.

'남한산성'은 어떨지 궁금하다.

 

최근에 뜨고 있는 작가들 (박민규네 정이현이네 하는...)과는 다르게 중견작가로서 거의 유일하게 화제의 중심에 있는 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기를 바란다.

밝아지는 샛별도 아름답지만,

사그러들기를 거부하는 별은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참고 : 김훈의 글을 항상 부분적인 것까지도 세세하게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특 정 공간에서 인물들이 있고, 그들이 있는 공간에 대해서 세세하게 묘사를 한다. 그러한 묘사는 장소나 물건에 대한 표현만이 아니라 장소 자체에 대한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느낌도 말하기 때문에 읽다보면 뭘 읽었는지 헷갈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특히나 살짝 졸다가 읽으면...). 그리고 대화가 진행된다. 끝없이 이런 스타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런 것이 김훈의 글쓰기 방식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여름이라는 핑계가 있기는 하지만.... 더럽게 글 안 써진다.

아~~~ 또 글을 망쳤다.

언제쯤 잘 쓰려나~~~ ㅜㅜ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잘 할려나? ^^;;;

읽으면서 놓친게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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