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기억하기로는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90년대에 이미 번역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구입을 했었는데,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고 내버려 두다가 이사하다가 버렸거나 잃어버렸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아쉽다.

 

운이 좋게도 다시 출판이 되었고,

이렇게 헌책방에서 구입을 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읽게 되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흥미거리로서 읽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조금은 이것 저것에 관해서 알게 되었기에(한마디로 머리 좀 컸다) 약간은 다양한 관점에서 작품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이상하게 '연쇄살인'이나 '정신분석', '프로파일링'에 대해서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었다. 왜? 라는 물음에는 딱히 대답하지 않고 '그냥 재미있어서'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이런 물음에는 어쩐지 막연한 추측을 하게 되기는 하지만...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살인자들...'은 크게 세가지의 이야기가 있다.

 

첫째는 미국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연쇄살인 사건들과 검거된 살인범들을 통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느지와 어떻게 그들을 검거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건일지와 같은 내용.

두번째는 그렇게 검거된 살인범들과의 면담을 통해서 얻어진 자료를 통해서 얻어진 연쇄살인범들이 어떻게 살인기계가 되어갔는지와 살인의 유형을 통해서 어떻게 분석을 해낼지 기술적 / 이론적인 부분.

세번째는 이렇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연쇄살인 / 무작위 살인(근대화와 도시화가 되면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죽여나가는 사건은 단지 미국이나 몇몇 선진국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을 통해서 범죄의 심각성과 새로운 차원의 범죄가 되어감에 따라서(어쨌던 이러한 것들도 근대로 이행하게 되면서 나타난 부산물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저자와 그와 동일하고 유사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방식의 수사기법(프로파일링과 범죄들에 대한 정보화와 네트워크화 등등)이 발달하고 새로운 부서와 조직이 창설되어가는지에 대한 연대기.

 

이렇게 세가지의 이야기를 (되도록) 시간순으로 풀어나가서 다양한 독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몇몇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생각 이상으로 잔인한 내용들도 있어서 비위가 약한 사람이면('신체훼손'이라는 말 이상의 것들이 내용에 있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읽어야 할 것 같다.

 

국내에서도 점점 더 책에서 다뤄지는 것과 유사한 살인사건이나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독자들에게는 이러한 범죄를 벌어게 되는 사람들이 어째서 이렇게 살인사건들을 벌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약간의 사전지식과 함께 이런 범죄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평소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와 그들의 유혹을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생각 이상으로 우리는 영화 / 소설 등을 통해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여러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정보는 이런 편견과 오해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국내에는 이런 서적이 거의 번역되지 않아서 이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열광하게 만들만한 내용과 정보가 무궁무진한 책인 것 같다.

되도록 학술서적까지는 아니어도 이렇게 현장에서의 경혐과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책들이 더욱 번역되거나 출판되기를 바란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책에서 다뤄지는 범인들의 모습이나 관련 사진들을 첨부하거나 국내에 있는 관련 학자나 실제 연쇄살인 담당자들의 해설이나 읽기전에 갖고 있을 사전지식을 알려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농담처럼 한마디 할게 있는데,

저자가 다루는 '연쇄살인범'들은 정말로 다양하고 잔혹한 살인사건들을 벌인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정신상태와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들이 '살인에 이르는 길'을 추척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인들을 분석하고 프로파일링하는 그들도 좋은 방식으로 승화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살인범과 그들의 살인에 대해서 철저하게 분석하고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일종의 살인범들과 유사한 정신구조였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잠재적인 살인자들이라는 과도한 표현을 쓰려고 하는 것이나 모욕을 주려는 것은 아니라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되서 풀어내기 힘들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저자가 말했듯이 살인범들은 좋지 않은 환경에서 좋지 앟은 유년기와 성장기를 보냈기 때문에 최악의 결과로서 지금의 그들의 되었다면, 범죄자를 분석하고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끝없이 매진하는 그들도(물론 잔인한 범죄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육체적 /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 '살인'에 탐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무례한 말을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던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분명 존경해야 하고 이렇게 필요 이상의 의심을 갖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참고 : 1. 이 책은 다양한 독자들과 관점에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쇄살인범은 기본적으로 '성적인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는 부분에서는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과 자신이 공부하는 것과 연관해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범죄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하나의 범죄인에 대한 연구방법이 일정한 학문의 틀로 자리 잡아가게 되고 사회적으로도 어떠한 기능을 갖게 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자료일 수 있다.

추리 / 범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설과 현실의 차이나 실제 사건들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지 알 수 있는 자신들의 관심사를 보다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푸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범죄인 / 비이성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 '연쇄살인범'들을 통해서 어떻게 지식 / 진리 / 담론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통해서 사회는 어떻게 또다른 담론과 진리를 통해서 구성되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보면, 

한도 끝도 없다.

각자의 입맛에 맛게 맛나게 즐기시리를...

단, 정말로... 당신은 따라하지 말기를...

 


       2. 책을 펴자마자 니체의 유명한 글귀가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그건 '차라투스트라'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 있던 글귀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누가 확실히 알고 있는 분이 있는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력과 지식 나남신서 88
콜린 고든 지음 / 나남출판 / 1991년 2월
평점 :
품절



권력과 지식 - 미셸 푸코와의 대담
요즘에는 머리가 복잡해서 조금은 편하게 읽을 책을 고르다가 오랜만에 푸코의 책을 하나 읽으려고 했다. 물론 푸코에 관한 책이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무모한 발언을 할 정도로 막나가는 인간은 아니니까.

 

대담집이라고 하니까 골때리게 어려운 사람도 말로 하면 나름 알아먹기 쉽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과 대담집이니 지가 아무리 그래도 나름 상도덕이 있으면 쉽게 말하려고 노력하겠지... 하는 마음에 읽었는데...

 

쉽기는 커녕 어려워서 머리쑤셔서 짜증이 더 생겼다.

가뜩이나 요즘 스트레스 투성인데.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코는 나름대로 최대한 성의있고, 상대방에게 자신이 무슨 의도로 작품을 구성했고 얘기하려는 것인지 노력하는 티가 역력하다.

또한 자신이 저작들이 어떤 오해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오해에 관한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있다.

 

번역가나 편집자가 말했듯이 대담집이기는 하지만 대담을 한 사람들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관심과 푸코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서 질문의 방식과 내용이 천차만별이다.

첫번째로 나오는 마오주의자들과의 논쟁은 날카로운 느낌이 묻어나는 대담이었다면,

어떤 대담은 푸코의 작업에 대한 흥미와 지지를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다른 대담은 푸코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뭔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이 묻어나는 대담도 있었다.

 

때문에 이 대담집에서는 푸코의 사상적 변화나 혹은 그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는지 하는 '삶과 철학'식의 내용은 아니다.

그런 책을 원한 사람에게는 약간의 실망과 혼란이 올 수 있으며(시기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시기순으로 대담을 정리한 것도 아니다), 푸코에 대해서 보다 혼란스럽게 느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푸코의 저작들을 읽으려고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각각의 대담에서 그가 자신의 작품에서 어떤 것을 의도하고 저술을 했는지, 혹은 어떻게 자신의 관심이 변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하게 말을 해주고 자신이 어떠한 말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이러 저러한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했으니 한번 이런 것에도 생각해주세요' 식으로 말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의 저작을 읽으려는데 도대체가 어떤 내용인지 감도 잡기 힘든 사람들은 한번쯤 자신이 읽으려는 책에 관한 대담을 찾아본 다음에 읽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푸코에 대한 각자의 평가는 다르겠찌만 그가 '니체'를 거론하며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말했듯이, 우리도 그의 사상을 엿보며 어떻게 써먹을지 생각해보는 것이 보다 긍정적인 방식일 것 같다.

 

좋던 싫던 푸코 이후에 푸코를 빼놓고 생각하기는 글러먹은 것 같으니까.

 

대담집이라 읽는데 수월하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힘들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어렵게 말하니... 친하게 지내기는 힘든 친구였을 것 같다. ^^;;;

이번에는 진짜로 편하게 읽을 책을 골라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곰에서 왕으로 - 국가, 그리고 야만의 탄생 - 카이에 소바주 2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카자와 신이치의 '카이에 소바주' 2권도 생각보다 빠르게 읽게 되었다.

예상보다 더 만족스러운 내용이있기 때문에 2권도 즐거운 기분으로 읽게 되었다.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는 각각 독립된 내용이기도 하지만 유기적인 완결성도 신경쓰기 때문이지 1권을 읽은 사람들은 보다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각각 독립된 완성도도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관심대로 무작정 읽어도 상관없겠지만.

 

1권에서 신화가 어떻게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어떤 의미들이 있는지와 저자가 자주 말하는 '대칭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면, 2권은 신화에서 분석했던 대칭성의 사회인 고대 사회가 어떤 생각을 갖고 당시의 사회를 살아갔는지와 어떻게 그런 사회가 '국가'로 변화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2권에서도 여전히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과 분석방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레비스트로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보다 관심을 갖을만한 작품이기도 하며, '국가'가 아닌 대칭성의 사회인 고대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국가'로 향하게 되었는지 신화와 구전되어 왔던 전설과 의례 등등을 통해서 약간은 저자의 직감에 의존한 내용도 있기는 하지만 그의 기본 논릭구조를 어느정도 받아들인다면 꽤 흥미롭게 느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대칭성의 사회'로 말하고 있는 고대 사회를 이야기 하면서 아예 현실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가간의 전쟁과 테러 등 현재의 갈등들을 당시의 세계관과 비해서 얼마나 오만한 방식으로 변화되었는지에 대해서 끝없이 비판한다.

그리고 그는 '국가' 자체가 '야만'이기 때문에 저자가 강의를 하던 당시(이책은 내용은 강의록을 정리한 것이다)에 벌어졌던 9/11 테러와 '문명 대 야만'식으로 몰아가던 분위기에 대해서 일침을 놓는다.

어차피 '국가'라는 것 자체가 야만이며, 그들이 벌이는 것은 '야만 대 야만'일 뿐이라고.

 

나카자와 신이치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주제를 갖고 읽는 이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도 군더더기 없고, 적절한 예들과 신화들을 분석하며 논리적으로도 탄탄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생각보다 더 괜찮은 작품인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는 묻혀있기에는 정말 아까운 작품들인 것 같다.

아쉽게도 3권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은 그의 작품을 읽기는 힘들 것 같지만... 나중이 기회가 된다면 나머지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큰 영향을 받게 된 책이 되어버려서 자주 써먹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 카이에 소바주 1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꽤나 뒤늦게 나카자와 신이치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것이 04년도 였으니..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고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다지 관심을 갖던 사람도 아니었다.

좋은 수업을 해주던 교수님이 있었는데, 평소에 그다지 칭찬에 인색하던 분이었는데,

신이치 교수가 쓴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에 대해서 꽤 괜찮은 책이라는 말에 뭔가 제목도 독특해서 그의 책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그게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의 3권이라는 것과 5권짜리 시리즈로 국내에 번역되었다는 것을 추가로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시리즈인 경우 내용이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되도록(말이 되도록이지 그렇지 않은 경우 거의 없다) 순서대로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성격이기 때문에 미루고 또 미루고 있었다.

가격도 저렴했는데... 그냥 읽으면 되는 것을...

 

그렇게 언젠가는 읽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내다가,

오랜만에 들린 헌책방에서 시리즈 1권을 구하게 되었다. (^^)/ 

감격!!!!

 

어떤 멍청한 인간인지 이렇게 괜찮을 책을 팔았는지는 모르겠지만(물론 책에 대한 취향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멍청한건 멍청한거다. 순전히 주관적인 입장이지만... ^^;;;), 책을 발견한 다음에 곧장 집어들어서 꼬오옥~ 감싸안았다.

근데... 살까 말까 고민한 마키아벨리의 '로마사논고'는 살껄 그랬다. 어쩐지 가격과 부피로 포기했는데... 아쉽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읽을 수 있겠지. 어차피 갖고 있어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리고... 이제 학생들보다 더욱 수월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건... 다음 기회에 얘기하기로 하고.

 

그의 '카이에 소바주' 시리즈는 강의록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라 되도록 쉽고 서적으로서는 건조한 문체가 아닌 이야기 해주듯이 만들어진 꽤 좋은 책이었다.

내용면에서도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던 신화에 대해서 강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최근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레비스트로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내용이라 레비스트로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간접적으로라도 그의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은 신화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와 그것이 그렇게 내용이 구성되는 것은 단순한 상상만이 아니라 현실과 중요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내용을 시작하고 몇몇 신화들을 검토하고 분석하면서 그것이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세상과 삶에 대한 예리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중반부는 많은 사람들이 호평하는 '신데렐라' 신화를 분석하며 신데렐라가 급하게 도망치며 떨어뜨린 잃어버린 신발 한짝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검토하며 신데렐라 신화가 오이디푸스와 어떤 유사함이 있는지 설명해준다.

그리고 마무리에 가서 신화와 현실과의 관계와 우리가 신화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어준다.

 

특히나 마무리에 가서 저자의 삶과 현실에 대한 시각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잊고 살아가는 것 같아서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다.

지금은 시리즈 2권을 읽고 있는데(이것도 선물로 준것을 살짝 빌려서 혹은 뺏어서 읽기 시작했다) 2권도 1권의 연장선상에서 내용이 다뤄지니 그다지 어렵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레비스트로스의 시각과 신화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책일 것 같다.

그리고... 신화를 분석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꼭 도움이 될 것 같고.

 

2권까지는 이렇게 되었는데... 정작 3권은 어떻게 읽어야하나...

그냥 살까?

 

 

참고 : 3권은 라깡과 맑스 그리고 마르셸 모스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지 수월하게 읽힌다고 한다. 나는 못 읽었으니... 그렇다고 하더라.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남들이 다 좋다고 떠들고 치켜세우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것을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침을 튀기며 칭찬을 하는 '상실의 시대'도 이게 뭐가 재미나고 감동적이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니 시대에 뒤쳐진 사림이거나 감수성이나 감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한참 차이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그가 점점 더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던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남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뭐가 그리도 마음에 들어서 인기가 있을지 궁금하게 된다.

 

어쨌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력은 비단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일본 내에서와 아시아권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나 최근에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작가들의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하루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영향력은 보다 더 커질 것 같다. 하루키에 대한 나의 개인적 평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어차피 대세는 대세니까.

아마도 자본주의가 지속되고 근대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라는 공간이 계속적으로 확장되어진다면 하루키의 영향력도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다. 하루키의 작품은 도시라는 공간을 빼놓고는 얘기할 것이 없으니까.

 

개인적으로는 하루키를 읽을 바에는 차라리 레이먼드 카버의 책을 읽는 것이 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하루키와 알트먼 감독 덕분에 카버를 알게 되었고 유일하게 하루키에게 고마운건 카버를 알게 해주고 캐츠비를 알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하루키의 고독이나 방황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나 느끼는 감수성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삶의 고독과 건조함을 느끼려면 차라리 카버의 단편들이 더 고독과 건조함은 제대로 느끼게 만들어 주리라 생각한다.

 

어쨌던 쓰잘데기 없는 소리는 이정도 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자.

그의 데뷔 25주년이라는 간판을 내세운 작품인 '어둠의 저편'은 홍보물이나 평론가의 평가가 조이스의 '율리시스'네 추천의 글에서 보여주는 니체나 프로이트 등으로 해석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내용은... 그냥 웃자고 하는 내용이니 무시해도 좋을 것 같다.

 

제목만 보면 콘라드의 '어둠의 핵심'이 생각하는데... 하루키가 콘라드일리도 없고(그럴 능력도 안되고), 나름 책 제목하나는 잘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작품은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고,

차가운 도시의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어느날을 배경으로 하룻밤에 벌어지는 내용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토스토예프스키나 조이스를 인용하는 평론가의 글을 완전 무시하고 아무생각없이 작품을 읽으면 단지 마리와 에리 다카하시와 회사원이라는 네명의 주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마리를 제외하고는 부차적인 인물들이다.

하루키는 나름대로 유기적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그는 그다지 그런 능력은 떨어지는 것 같다.

일인칭 주인공을 내세웠던 '상실의 시대'가 더 좋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둠의 저편'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다'라는 생각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영화 시나리오를 만들 생각인지 소설을 쓸 생각인지 애매하게 된다. 그게 그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 더 많을 수 있겠지만... 평론가 정성일의 말대로 요즘 소설가들은 영화를 너무 많이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번역가와 평론가는 그의 이런 글이 작가의 전지적 시점이라는 권위를 버리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낸 획기적인 글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웃자고 하는 얘기치고는 너무 진지해서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예전 작품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주된 감수성이 도시에서의 고독이라는 주제라는 것을 놓고 보자면 하루키의 작품은 이전과 별다르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그는 고독하고 내성적인 주인공들이 주된 등장인물이고,

여전하게 그의 음악적 취향을 전면에 내세운다(이게 무슨 권위를 버렸다는 것인지...),

그리고... 상투적이고 제대로 결론나지 않는 결론을 낸다.

좋게 말하면 열린 결론이고... 나쁘게 말하면 벌리기만 벌리지 정리하지는 못하는 전형적인 용두사미를 보여주는 작가로 분류될 수 있다. 물론, 이런 판단은 순전히 취향의 문제다.

 

작품의 시작은 나름 멋들어지게 시작한다.

도시에 대한 하루키의 시각은 냉정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통찰력이 있다.

그리고... 이후의 진행은 평범하다.

 

마리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 인간군상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는 별다르게 목적을 이뤄내지 못하는 것 같다. 만나는 인물들은 다양하고 각자의 사연이 있기는 하지만 카오루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자신의 삶을 제대로 얘기해주지 못한다. 다만 마리가 그들의 수많은 사연들을 알아서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책을 읽는 독자들이 알아서 마리처럼 심정적으로 이해하라고 말해준다. 미안하데... 이건 '인간극장'이 아니다.

 

중국인 소녀의 경우도 그녀의 지금까지의 삶과 앞으로의 삶을 서글프게 말해주고 있지만 잠시 등장하고 사라지는 캐릭터로 주어질 뿐이다. 고오기의 경우도 그녀의 삶과 처지가 그녀가 말하는 대사와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궤적을 말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무직 여성으로 살아가다가 한순간에 혼란스런 삶으로 변화되었다고' 말하였는데 이후에 마리에게 삶에 대해서 말해주며 다양한 예를 들다가 '칸트'를 말하는 부분은 조금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칸트'라는 단어를 한번 쓴 것 같고 되게 따지고 든다면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는 25년이나 글을 썼던 사람이고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이다. 그런데 나처럼 아는 것도 별로 없는 사람도 고졸의 사무직 여성의 삶을 생각하면(학력을 비하하거나 그런걸 읽을 수 있기나 하겠어? 식으로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칸트를 말하기 보다는 보다 다른 방식으로 대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부분은 '어둠의 저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드는 아쉬움이고 이런 나의 생각이 하루키도 갖고 있었다면 보다 신경써서 다듬어야 했을 것이다. 그녀의 삶과 그녀의 말이 충돌이 되고 있기 때문에 고오기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무너지게 된다.

 

이전 장면에서 조그마한 바에서 카오루와의 대화는 순전히 본인의 전형적인 음악 취향과 분위기 취향을 반영하는 장면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LP와 CD 재즈와 영미의 팝 / 록음악에 대한 본인의 취향은 전혀 변할 것 같지도 않고 그의 글의 주된 소재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배경이 일본이라고 해도 음악은 항상 60~70년대 미국 영국의 팝 / 록음악 위주로 만들어지고 캐릭터들을 그런 음악들을 말한다. 그는 일본인이고 일본에서 대부분의 삶을 살았지만 일본의 특이성 덕분에(2차대전 패전과 함께 미국 주둔과 함께 유입된 미국 문화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와 같은 세대의 작가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쳤고 주된 정서를 만들어준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설정이 국제적인 명성을 갖게 만들어주기도 했던 것 같다.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의 음악과 재즈를 도시의 고독함과 연결하는 것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하게 느끼는 감정이니까. 전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을 모두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비슷하니까...

 

여기서 회사원의 존재는 무엇일까?

도시의 고독함과 건조함에 대해서 말해주지만... 나름 성공적이기도 하면서도 작품에서 뭘하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리의 언니인 에리에 가서는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그녀는 도대체 무엇인가? 거의 진공상태의 존재로 다뤄지게 된다. 카프카마냥 다른 공간에 이동했다가 다시 이쪽 공간으로 온다는 것은 뭘 말하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 적힌 평론가의 글이 나름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워낙 하루키에 관심이 없으니 이렇게 혹평하는 것이겠지만.

 

하루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간군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작품활동을 더욱 정진해 나가겠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글은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그러기에는 그의 글은 너무 표면적이다. 마치 브라운관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듯이 말이다.

 

그의 캐릭터들은 항상 그렇듯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민이나 표현을 말로써 설명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들이 표현하려는 것은 말로써가 아니라 다른 장치들을 통해서 표현한다. 60~70년대의 음악들이나 러브호텔이나 사무실이라는 공간, 밤에서 새벽으로 향하는 차가운 공기 등등등 그들은 여전히 표현하기 힘들다가 그냥 지쳐버린다. 그리고... 아마도 하루키는 앞으로도 제대로 표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는 이미 자신의 스타일을 너무 완성해버려서 그러한 글쓰기를 벗어나 글을 쓰려는 것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도시의 고독이나 회색빛 건조함에 대해서 그의 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하겠지만 그걸 알려고 그의 책을 읽으려 한다면 시간낭비일 것 같다.

도시에서 살다보면 그건 읽지 않아도 느낄 일이 수도 없이 생길테니까.

 

나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하루키는 최악의 작가인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고... 선물을 한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역시나 하루키는 좋지 않은 선물인 것 같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몇일동안 읽지 않고 딸랑 이틀에 걸쳐서 읽었으니 시간낭비는 적었다는 것이다.

 

아무런 결론도 없고,

아무런 교훈도 없다.

그냥 단순히 고독하다는 것이고,

누군가 이해해 줄 사람을 찾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도시라는 공간을 떠날 생각도,

아니면 그 공간을 전복시키려는 생각도 없다.

지극히 우울하고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찾기를 바랄뿐이다.

 

이런 감정은 젊은 시절 SMITHS 와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감정이면 그럴때도 있어야지 젊음이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지만... 중년의 아저씨가 아직도 그때처럼 제대로 설명도 못하면서 질질짜면 밥맛으로 보인다.

 

데뷔 50주년이면 조금 나아지려나 모르겠다.

 

 

참고 : 지극히 하루키를 싫어하는 사람이 쓴 글이다. 하루키 팬이라면 하나 하나 거론하며 반론할 수 있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정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는 식으로 넓은 마음으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한동안 소설책만 잔뜩 읽었는데... 이제 뭘 읽을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