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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스티븐 컨 지음, 박성관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이것도 물론 헌책방에서 구한 책이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해서 읽기를 반쯤은 포기한 상황이었는데 헌책방에서 우연히 보게 되어서 기분 좋게 구입할 수 있었다.
책을 구입한 것만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 내용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물론... 많은 부분은 이해하지 못해서 알딸딸하게 만들었지만.
저자는 크게 두가지의 주제를 갖고 1880년에서 1918년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과 사회적 변화 등등을 풀어내려고 하고 있다.
그 두가지는 바로 ‘시간’과 ‘공간’인데 시간과 공간에 관해서는 최근의 인문학계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주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다양한 철학자들이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말하고 있거나 그런 방식으로 그들의 말들을 해석하려는 연구자들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최근 공간과 시간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져서 큰 도움을 받게 된 책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호수의 여인’을 읽은 다음 거의 한달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서야 책을 다 읽게 되었다. 분량이 크기도 하지만(700페이지가 넘는다) 분량을 떠나서 저자가 얘기하는 다양한 예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시간에 관한 부분은 어느정도 알아먹을 것 같았는데, 공간에 관한 부분이 많이 어려웠다). 아마도 한가지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 보다 작품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보다 편하게 읽게 하기 위해서 시간 / 공간으로 주제를 나누고 이전에 갖고 있었던 시간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변화(표준시간의 등장, 전화, 전차와 자전거의 등장으로 인한 속도감과 시간감각의 상대성, 영화의 등장, 테일러주의, 프루스트, 조이스, 베르그송 및 다양한 사회 / 철학자들의 논의 등등)를 통해서 어떻게 시간에 대한 관념과 감각이 변화하게 되었는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다지 박학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저자가 풀어주는 많은 예들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지만 최대한 읽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자세하고 다양한 사례들 통해서 힘겹기는 하지만 재미나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기는 했지만 이처럼 수많은 예들을 찾아내고 정리한 사람은 몇 안되는 것 같다.
저자는 시간에 대한 변화를 설명한 다음 시간을 다양한 부분으로 나눠서 친절히 변화와 함께 우리가 어떻게 경험하게 되는지 알려준다. 프루스트와 조이스의 책을 주된 참고자료로 사용하고 베르그송의 철학과 니체와 기타 다양한 철학자들을 통해서 시간의 경험과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도 설명한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변화의 주된 원인이 과학과 기술발전으로 인하여 변화가 추동된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지만 저자는 분명히 이런 변화의 주된 원인이 과학가 기술발전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변화만으로는 당시의 다양한 분야에서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인식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고 싶어하는 것은 일종의 ‘흐름’으로서 변화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그는 일종의 토대-상부구조론으로서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접근하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저자의 관점은 ‘공간’에 대한 논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전과 이후의 공간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화를 하게 되는지와 기술의 변화와 함께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수학과 과학에서의 변화이다.
특히 수학에서도 아인슈타인의 업적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은 해주고 있는데... 산수나 좀 하지 수학은 꽝인 사람이기 때문에 거의 무슨 소리인지 대충만 알아먹게 되었다.
공간에 대해서는 건축가들도 중요하지만 세잔이나 입체파와 같은 미술가들의 업적에 대해서 보다 집중을 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후반부에서 입체파의 미술과 제1차세계대전이 그동안의 전술과 전략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심도있게 분석해주고 있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던 주제를 조금이라도 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도 이런 분야에 대해서 보다 관심을 갖고 싶었는데 다른 책들도 구해서 보고 싶다.
물론... 언젠가는~ 이겠지만.
참고 :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을 갖고 한국사회를 바라본다면 아주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공간에 대해서는 지식과 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이 떠올리게 되지는 않지만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
저자가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과정을 분석해주면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시간관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내용이 어쩐지 한국의 상황과 어느정도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꽤 쓸만한 연구주제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