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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의 구조 ㅣ 까치글방 170
토머스 S.쿤 지음, 김명자 옮김 / 까치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렇게 길지 않은 내용에도 불구하고(300페이지 분량)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은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몇일이면 후기까지 읽을 수 있으니까 거의 2주 걸려서 읽었던 것 같다.
그만큼... 나에게는 어려웠고 지루했다. 나름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읽으면서 잠이 오고 뭔소리인지 몰라서 계속 뒤적거리게 된 책이기도 했다.
역시나 나와 과학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동안 이것 저것 다양한 분야라고 말할 것 까지는 없지만 관심이 가는 분야들의 책들을 읽으면서 어쩐지 수학과 과학 쪽은 전혀 읽지 않은 것 같아서 하나 읽어볼 생각으로 잡았던 것이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인데, 앞으로는 절대 잡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어느정도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과학과 관련된 책들에 비해서는 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만드니... 편하게 읽던 분야들이나 읽어야겠다.
어떤 의미에서는 최근의 과학, 철학 및 기타 다양한 영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한번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나를 포함해서 너도나도 사용하고 있는 용어인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지금과 같이 너도나도 쓰도록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에 비단 과학사나 과학철학 쪽만이 아니라 지금-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렵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의미가 있는 책이며 전체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부분적으로는 많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는 기존의 과학사에서 다뤄졌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던 축적적인 발전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가 어떻게 진보하느냐에 대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말해주고 있다.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의 내용들로 되어있지만 생각보다는 읽는데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과학쪽이나 수학쪽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산수는 할 수 있어도 수학은 여전히 못해먹겠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번역에 대해서 지적한 적이 없었는데(번역문제를 지적할 정도의 지적 수준은 아니다) 이번에는 번역문제를 지적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1999년 초판 18쇄 발행판인데도 문장이 '뭔가 이상하게' 번역된 느낌이다.
번역가가 초반에 보다 읽는데 편하게 하기 보다는 원문의 맛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말이 있어서 어느정도 각오를 하기는 했지만 만약에 내가 영어를 어느정도 했으면 번역판을 읽기 보다는 원서를 읽는게 더 도움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다.
번역자가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한답시고 과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없으리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일반인들이 대부분 학교를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흔하디 흔한 번역자 각주도 하나 없는 책은 간만에 보는 것 같다.
번역자가 해설을 위해서 각주를 하는 경우 너무 많을 때는 오히려 읽는데 어려움이 있을 때도 있지만 이런 책에는 어느정도 길잡이기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번역만 했을 뿐 특별히 다른 것은 없는 책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
과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책이기 때문에 번역상태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도전해 볼 수 있을만한 책이기를 바랬는데... 다른 사람들한테 권하기는 참 힘든 책이었다.
새로나온 개정판에는 어느정도 수정이 이뤄졌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읽은 '두산동아' 출판사 판에 있는 역사 서문을 보자면 별로 기대할게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동안 '패러다임'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진보나 기타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도 보다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좋던 싫던 기존의 축적적이고 일방향적인 진보와 발전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패러다임'에 전환을 가져온 책이기 때문에 고생은 하겠지만 읽은 다음에는 무언가를 생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고, '패러다임' 관한 것 뿐만 아니라 그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좋은 인식의 틀을 제공해주는 책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패러다임'에 관한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좁은 지식을 갖춘 나와는 달리 상식이 풍부한 다른 사람들은 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