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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레아니쿠스 - 미학자 진중권의 한국인 낯설게 읽기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진중권의 글은 항상 활력과 조롱을 엿볼 수 있고, 그의 글에서 어떤 이들은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경박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의 기분은 느끼게 되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나와 다른 느낌을 갖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원색적인 비난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가장 최근에 출판된 ‘호모 코레아니쿠스’는 기존의 진중권의 글에 비해서는 보다 고민스러움을 엿볼 수 있다. 이전의 냉소와 조롱보다는 근심과 고민의 감정을 더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의 날카로움이 무뎌졌다기 보다는 고민거리는 더 많아졌고, 해결의 어려움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느껴지게 된다. 세상과 대립하면서 그도 조금은 지치게 되지는 않았을까? 그도 사람인데 언제나 패기 넘치는 청년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글에서 자신이 부정을 하던 것들 속에서 일부분의 긍정의 의미와 그러한 상황과 선택을 할 수 밖게 없었던 부분들을 조금은 이해하는 듯한 느낌도 갖게 된다. 이것도 그가 화해를 모색한다기 보다는 말 그대로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것과는 거리를 갖고 자신의 생각을 발언한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신체와 정신구조라는 테마를 갖고(하지만 여기서의 신체와 정신구조는 니체와 푸코 그리고 부르디외와 엘리아스 등이 말하는 습속으로서의 신체와 정신구조다. 이것은 물질적이면서도 또한 명확한 실체가 없는 물질성이다) 사회의 급변함과 다양한 최근의 사건들을 통해서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와 그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모습과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일련의 상황을 만들어냈는지 풀어내고 있다.
그는 아날학파 혹은 월러스틴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한국이 타국에 비해 부족하고 낙후되었던 것이 오히려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그 발전에는 일정부분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혹은 그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이론적 틀을 토대로 한 자신만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풀어내고 있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독자는 한국 사회와 문화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부분들을 찾아낼 수 있다. 여전히 박정희의 망령이 한국사회를 둘러싸고 있고, 황우석과 그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전근대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그러한 전근대적인 성격이 일제시대부터 이어진 역사적 맥락에서 어떤 이유로 인한 것인지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첨단화 되어가고 있는 문화와 사회의 이면에 숨겨진 부정적인 면들을 다루며 보드리야르와 기타 포스트모던 이론들을 가져와 분석하고 있다.
진중권은 ‘호모 코레아니쿠스’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문화를 통한 분석에 치중하고 있는데, 직접적이고 구체적인(그리고 정치적인)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조금은 아쉬울 것 같다.
하지만 진중권의 ‘호모 코레아니쿠스’를 읽으며 느낀 것인데, 그는 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전공영역과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의 틀을 상호보완적으로 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전에는 미학은 미학으로서 다루고 사회 비평과 문제제기도 독자적으로 다루고 있었다면, ‘호모 코레아니쿠스’를 통해서 조금은 문화분석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이면을 파헤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앞으로의 행보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복합적으로 나아가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의 그의 행보는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