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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3월
평점 :
한국에서는 ‘개미’라는 작품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베르베르는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에 시큰둥한 반응을 갖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의 소품과 같은 작품인 ‘나무’를 굉장히 재미나게 보았다는 주변 사람의 권유로 한번 읽게 되었다.
그의 장편들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야기 구성에서 다른 장편들과의 차이를 잡아내기는 힘들겠지만 그의 단편들을 읽은 뒤의 느낌은 생각보다는 꽤 괜찮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다만 그의 글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자주 필립 K 딕의 단편들이 생각나게 되었다.
신경쇠약과 피해망상증과 같은 느낌이 드는 필립 K 딕의 단편과 장편들을 몇 개 읽어보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은 생뚱맞게 들게 되는 생각이기 보다는 그들의 작품 저변에 깔린 세계관이 유사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들게 되는 생각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부조리 하면서, 불길함을 갖고 있다가 마지막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결말은(베르베르의 설명에 의하면 하나의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드는 결론은) 필립 K 딕이 자주 보여주었던 불안감과 통하고 있다.
단, 필립 K 딕의 세계관에서는 허무주의와 그가 생존하던 당시의 필름 느와르 작품들의 영향이 느껴졌었다면, 베르베르의 작품에서는 그런 느낌보다는 악몽이나 기분 나쁜 동화와 같은 느낌과 일종의 교훈과 같은 결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베르베르 본인도 소품처럼 작업에 임한 단편집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같은 사람은 베르베르의 다른 작품들에 손이 가기 보다는 필립 K 딕의 작품들을 다시 뒤적거리게 된다는 점이 특이하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