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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음모 -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 7, NT Novel
타니가와 나가루 지음, 이덕주 옮김, 이토 노이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동안 단편들을 모은 작품인 ‘폭주’와 ‘동요’를 통해서 조금은 지지부진한 진행을 보였던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였는데, 일곱 번째 작품인 ‘스즈미야 하루히의 음모’를 통해서 새롭게 이야기를 진전시키고 있고 조금은 복잡한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음모’는 이전 장편 소설이었던 ‘소실’과 같이 기존의 스즈미야 하루히의 세계관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조금은 엉뚱한 이야기 진행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것 같은 작품이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세계가 갖고 있는 시간관념을 이해하고 있어야지만 보다 풍부하게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 겪었던 시간 여행과 관련된 모순과 역설에 대한 쿈과 코이즈미와의 대화로 채워진 (조금은 길게 느껴지는) 프롤로그는 ‘음모’를 전부 다 읽게 된다면 어째서 프롤로그에서 시간 여행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그리고 모순과 역설에 대해서 (그토록 길게) 다루고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이후의 진행을 위해서 읽는 이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황당한 상황으로 시작하고 있고, 그 황당함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면서 쿈은 또다시 끌려가듯이 사건들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쿈과 (몇일 후 미래에서 온) 미쿠루가 겪는 궁금증으로만 가득한 여러 사건들과 함께 무언가 고민에 빠져 있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모습, 그리고 이야기의 진행에서 등장하게 되는 의문의 세력들까지...
밋밋하게만 느껴졌던 이야기 진행이었고, 이상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각난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여지면서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맞춰지게 되는 것 같다.
실망스러운 진행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급발진을 하듯이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워지고만 있다.
그동안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현재와 과거와의 관계에 집중하던 이야기였는데, ‘음모’를 통해서 크게 부각되지 않던 미래와 현재와의 관계에 대해서 보다 본격적인 논의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고, 잠시 등장하지만 했던 미쿠루(대)에 대한 의문스러움이 부각되기도 하고 있다.
또한, 스즈미야 하루히를 중심으로 두 개의 세력이 대립하고 있다는 설정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고, 그들이 직접적인 갈등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야기 방향이 어떻게 확장될 것인지 궁금하게 생각되게 만들고, 예상대로 비중이 높아져만 가고 있는 츠루야를 어떻게 활용할지 작가도 조금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처럼 ‘음모’는 처음에는 가볍게만 느껴지던 이야기가 조금은 확장되고 진전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증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장황하고 느슨하게만 느껴지던 이야기 진행이 어째서 그런 이유를 갖고 진행되었는지 알게 해주는 후반부가 되면 그동안 갖고 있던 의문을 단번에 날려주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진행시켰다는 감탄을 하게 된다.
단순히 스즈미야 하루히가 우울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설정에서 벗어나 ‘음모’에서는 스즈미야와 얽혀진 복잡한 관계가 다뤄지고 있는데, 이렇게 확장되는 이야기를 작가가 어떻게 잘 정리해가며 진행시킬 수 있을지 관심을 갖게 만든다.
조금씩은 감정을 내비치기 시작하는 나가토의 모습도
무슨 꿍꿍이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미쿠루도
상황을 잘 정리하고 있는 코이즈미도
그것과 상관없이 항상 알다가도 모를 일들을 벌이는 스즈미야도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정신을 못차리는 쿈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그래서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를 계속 읽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