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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사 3부작 - 개정판, 소나무총서 1
칼 마르크스 지음 / 소나무 / 199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맑스가 쓴 수많은 글들 중 그의 ‘정세 분석’과 ‘정치 평론’과 관련해서 가장 탁월한 분석력을 확인할 수 있는 ‘프랑스 혁명사 3부작’은 프랑스 혁명 후반기의 혼란스러움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이후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으며, 혁명에 대한 순수한 혹은 순진한 믿음이 많이 반영되고 있는 저작이다.
많은 이들이 얘기하듯이 각각의 상황이 종료되고 충분히 검토가 된 이후에 남기게 된 글이 아니라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도중 혹은 직후의 당시에 대한 분석과 평가이기 때문에 조금은 어수선한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그가 보여주고 있는 분석은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충분히 그 뛰어남을 인정하게 만드는 분석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이론적 입장에서 분석을 하고 있는지와 함께 그 이론적 입장이 현실과 밀접함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1부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에서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어떻게 권력을 거머쥘 수 있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획득한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떤 정치적 선택들을 하게 되는지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 사회주의 / 공산주의를 믿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희망이 실현된 순간으로서 기억되는 파리 코뮌에 대한 ‘프랑스 내전’까지 프랑스 혁명의 후반기에 대한 맑스의 상세한 분석은 단순히 당시에 있었던 사실들의 그리고 사건들의 나열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이론적 토대 위에서 분석되고 있고 재구성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맑스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내용이 될 것 같다. 물론, 어렵기도 무척이나 어렵고 난해하기 때문에 조금은 골머리를 앓기도 할 것이다.
맑스는 매우 상세하게 당시의 상황들과 정치적 변화들을 분석하고 있는데, 수많은 정파와 계급 그리고 입장에 따라 여러 집단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임을 보였는지를 그리고 그런 정치적 선택과 움직임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켰는지, 반대로 그릇된 판단으로 이익에 반하게 되었는지를 냉철하고 정교가 분석하면서 조롱과 야유를 덧붙이고 있다.
노동계급과 자본계급이라는 단순한 구분이 아니라 경제적 / 정치적 / 사회적인 다양한 입장에 따라 계급을 그리고 집단을 구분하며 어떻게 그와 같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계급투쟁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그 정교하고 면밀한 분석으로 인해서 오히려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기가 더 어려운 느낌을 갖게 된다.
맑스는 대중들의 요구를 반영하면서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루이 보나파르트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의 문제점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 예측되는 파국을 전망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프랑스 혁명의 최후의 비극인 파리 코뮌을 통해서 코뮌이 갖는 사회적 / 정치적 / 계급적인 중요성과 함께 앞으로 진정한 혁명을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로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자본론’을 집필하던 후기의 맑스가 아닌 흔히들 말하는 ‘청년 시절’의 맑스의 열정적이고 온갖 조롱과 야유 그리고 냉소가 곁들여진 일급 정치 평론이기 때문에 나름 읽는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워낙 당시의 혼란을 상세하고 역동적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 후반기에 대해서 적절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무엇을 분석하고 있고 논의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만 하고 읽기 어렵게만 느낄 수 있다.
어떻게 본다면 영웅들의 시기인 프랑스 혁명의 전반기가 아닌 몰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의 혼탁함 그리고 자멸의 과정처럼 느껴지는 후반기에 대한 글들이기 때문에 비교적 관심이 덜하게 되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그 중요성으로 따지면 오히려 더 중요한 시기에 관한 분석인 것 같기도 하다.
‘정치 평론가’로서의 맑스가 갖고 있는 탁월한 분석력과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계급들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단순히 노동계급과 자본계급이라는 두 가지의 계급과 그들 사이의 갈등과 투쟁만을 논의했다고 오해될 수 있는 맑스의 폭넓고 정교한 분석력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맑스가 보이고 있는 분석을 최근에 많이 논의되는 아비투스와 헤게모니와 같은 관점과 연결시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참고 : 1. 출판이 된지가 오래되었고, 이미 절판된 책이라 좀 더 바람직한 번역으로 개정 및 보강하여 새롭게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번역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2. 읽으면 알겠지만 맑스는 분석을 하는 도중 온갖 조롱과 야유를 던지고 있는데, 그런 조롱과 야유가 매우 지적이고 은유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슨 뜻으로 말하는 것인지 이해하지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사람들이 워낙 교양이 높았던 것일까? 아니면 필요 이상으로 아는 것이 많아서 놀리는 것도 수준 있게 놀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놀림의 대상이 자신을 놀리는 것인지도 모르는 놀림이 의미가 있는 놀림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