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사이코 - 하 밀리언셀러 클럽 16
브렛 이스턴 엘리스 지음, 이옥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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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혼란과 분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패트릭의 심리 상태가 점점 더 과격한 방식으로 표출되기 시작하는 하권은 상권에 비해서 보다 폭력성과 성적인 묘사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상권을 읽으면서 어려움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하권은 더욱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포착한다면 무엇을 위한 지적인지 모호하게만 느껴지게 되는데, 자극적인 내용으로 인해서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점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고 기억나는 그저 온갖 폭력과 섹스에 대한 망상들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패트릭의 비서인 진을 통해서 조금은 정신적 안정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하지만 그것이 패트릭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상류계급으로서 경제적인 부족함이 없는 반면에 정신적인 공허함으로 가득하다는 것과 노동계급으로서의 진을 통해서 그 정신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인지 그저 그녀가 갖고 있는 여성으로서 혹은 정신적인 안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서 다루고 있는 것인지 확실치 않고, 패트릭이 그동안 벌였던 온갖 잔인한 만행들이 그저 상상 속에서만 이뤄진 것인지 일부는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 애매하게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스럽게 진행되는 이야기 구성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마도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적 /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을 지적하기 보다는 폭력 자체에 몰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패트릭의 분열된 정신 상태를 효과적으로 독자들이 느끼도록 혼란스럽게 구성된 내용이 조금은 익숙해져서 읽어나가기가 상대적으로 쉽기는 했지만 패트릭이 저지르고 있는 다양한 폭력, 섹스, 강간이 보다 본격적이고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읽다가 잠시 뜸을 들이며(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며) 읽어나가게 되기도 했다.

계속 읽다보면 패트릭의 공격성이 전염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누군가에게 공격성을 폭발시키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기 때문에 되도록 정서적인 안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면 주변에 사람이 없이 혼자서 읽기를 권한다.

뚜렷하게 어떤 작품이라고 말하기가 조금은 곤혹스러운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고, 자극적인 내용만이 기억에 남고 있어서 제대로 읽어냈는지도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보류하게 된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다시 얘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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