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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리얼리즘 ㅣ 임철규 저작집 3
임철규 지음 / 한길사 / 2009년 8월
평점 :
책들을 검색하는 도중에 어쩐지 제목이 인상적인 느낌이 들어서 선택하게 된 ‘우리시대의 리얼리즘’은 제목부터 한국의 1980년대에 갖게 되었을 시대적 고민이 느껴지는 제목인 것 같았었는데, 역시나 1983년에 출간된 평론집이며 최근 개정판이 다시금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인 임철규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약간의 검색을 통해서는 무척 대단한 분인 것 같다는 생각만 들게 되었고, 실제로 본문을 읽어가면서 아직까지도 국내에 이런 학자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내가 너무 모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알려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지 헷갈리게만 느껴졌다.
평론집이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를 갖고 전체적인 내용을 구성하기 보다는 각각의 주제를 갖고 발표한 글들을 모아두고 있기는 하지만 되도록 일관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비슷한 성향의 글들로 정리해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1부에서는 이론적인 논의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희극과 비극, 죽음과 눈-시각-바라봄이라는 주제를 갖고 무척 상세하고 성실한, 깊이 있는 논의들을 하고 있다. 저자의 폭넓은 시각과 꼼꼼하고 밀도 높은 논의들로 인해서 그동안 조금은 단순하게만 혹은 대략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비극과 희극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고 깊은 이해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고, 다양한 학자들의 논의들을 잘 정리해내고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시각을 제시하기도 하고 날카로운 분석을 보여주고 있는 등 탁월하다는 감탄사가 나오게 되는 논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죽음과 눈-시각-바라봄에 대해서도 독특한 관점과 시각 그리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으며, 저자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은(별도로 시각에 대한 저서를 발표했을 정도로) 눈-시각-바라봄에 대한 논의는 무척 인상적인 논의이기는 했지만 아는 것이 부족해서 많은 내용들을 건성으로 읽어냈을 뿐 좀 더 상세하게 읽어내지는 못했었다.
최근 들어서 시각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매우 앞선 시대에 중요한 논의를 제시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논의에 대해서 그리고 문제의식과 의견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2부에서는 이전 시대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와는 무척이나 다른 지금 현재 시대에 가장 중요한 흐름인 리얼리즘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으며, 이후 알베르 카뮈, 조지 오웰, 시몬느 베이유, 아서 쾨슬러와 실로네의 작품, 이반 투르게네프의 작품들을 상세하게 분석하면서 그 작품들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함께 단순한 작품에 대한 분석만이 아닌 지금 이 시대에 대한 진지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치열한 고민들을 더하면서 분석에 임하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민족문학에 대해서 대담을 담고 있고, 국문학자 조동일과의 대담을 통해서 서양과 한국의 민족문학의 각각의 특징과 함께 차이에 대해서 그리고 민족문학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있고, 민족문학이 나가야 할 지향에 대해서 논의를 나누고 있다.
저자의 논의는 지금 시대에서는 조금은 관심을 잃게 되는 논의들이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논의들이며 매우 엄격함 / 엄밀함과 진지함 그리고 치열한 고민들 끝에 내린 논의들이고 분석들이며 결론들이기 때문에 무척 의미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앞으로도 자주 인상적으로 느껴진 부분들을 펼쳐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논의들은 쉽고 단순하게 논의를 정리하고 싶어졌을 법도 하지만 그렇게 하기 보다는 충분한 숙고와 고민을 통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다양한 학자들의 논의들을 자세히 검토해가고 비교해가며 자신만의 입장과 생각을 그리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에 대한 검토를 하게 될 때에는 그리고 논의하고 생각하게 될 때에는 얼마나 깊이 있는 생각과 진지함이 필요한 것인지를 그리고 엄밀함과 엄격함, 고민이 필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도록 만들고 있다.
뛰어나고 탁월한 시각과 논의들도 논의들이지만 그런 논의들을 하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이 좀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무척 닮고 싶어진다.
최소한이라도 본받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