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마르크스주의 읽기
페리 앤더슨 지음, 류현 옮김 / 이매진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페리 앤더슨의 ‘서구 마르크스주의 읽기’는 그저 평범한 맑스주의 이론가들에 대한 입문서 / 개론서로서 생각했었고, 그런 생각으로 가볍게 읽을 책을 찾던 중 찾게 된 책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읽게 되었지만 논의되는 내용들을 접하면서는 그렇게 가볍게 읽을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쉽게 읽어나갈 수 있기는 하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매우 의미 깊은 내용들로 가득하다.

 

맑스주의의 시작인 맑스부터 시작해서 68혁명 시기에 활동하던 알튀세르, 사르트르, 프랑크푸르트 학파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맑스주의 이론가들의 논의들을 시기 순으로 살펴보고 있는 ‘서구 마르크스주의 읽기’는 단순히 살펴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논의들이 어떤 역사적 혹은 사회 / 정치적 성격을 갖고 있었는지를 그 논의들의 장점과 부족함은 어떤 것인지를 다루는 등 좀 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저작이다.

 

아쉽게도 저자는 분량의 한계 혹은 논의의 한계(그 수많은 이론가들의 논의들을 상세하게 다루려면 몇천페이지의 분량이 필요할지도 모르고 그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학자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로 인해서 각각의 이론가들의 논의들을 간략하게 다루거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논의들만을 다루고 있고, 그 논의가 갖고 있는 탁월함과 함께 부족한 것은 어떤 것인지를 단순화 / 간략화 시켜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기도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게 각각의 이론가들의 논의들을 정리해주고 있고(난이도를 조절해주고 있고), 그 논의들에서 어떤 점들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구성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설득력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맑스의 저작들을 살펴보며 맑스가 어떤 점들게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논의들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있고, 맑스의 논의들을 받아들인 1세대 이론가들로 평가하는 이들이 어떻게 맑스의 논의를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고고 있다.

 

그런 이론의 발전과 전개 그리고 방향에 대해서 논의를 하며 저자는 다른 입문서와 개론서 저자들과는 다르게 지리적인 점과 경제적인 조건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처음 맑스의 논의를 받아들이는 이들이 대부분 동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을 했다는 점과 대부분의 맑스주의 이론가들이 노동자 출신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언급을 하고 있고, 맑스주의가 항상 중요시 하고 있던 이론과 실천의 결합이(혹은 모색이) 시간이 흐를수록 분리되고 있었고(혹은 되어버렸고), 다시금 그 결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무척 상세하게 논의를 하고 있다.

 

맑스주의와 관련된 여러 이론가들 대부분을 간단하게나마 /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고, 그들의 활동하던 시대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면서 어떤 맥락에서 그들이 그와 같은 논의와 저작들을 발표하게 되었는지도 설명을 해주면서 각각의 이론가들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론가들의 논의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 않는다고 해도 / 이해가 어렵다고 해도 읽어나가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각각의 논의들도 상세하게 검토하기 보다는 조금은 단순화 시켜서 혹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핵심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실제 각각의 이론가들의 논의에 대해서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어려움 없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장점 또한 있었다.

 

저자는 서구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는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맑스주의자들에 대한 이론들이 갖고 있는 뛰어남과 탁월함 보다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그 분석과 결론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를 하게 되기는 어려울지라도 충분히 공감하게 되기도 하고 일정부분은 인정하게 되기도 했으며, 그 문제의식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점들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까다롭고 상세하기 보다는 쉽게 이해시키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저작이기 때문에 입문서와 개론서로서도 괜찮을 것 같고, 맑스주의 이론가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약간은 다른 시각으로서 현재의 맑스주의 이론들에서의 부족한 점들 혹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마무리로 저자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논의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부족함을 후기에 말하고 있을 정도로 ‘서구 마르크스주의 읽기’는 무척 균형감각을 갖고 맑스주의에 대해서 그리고 각각의 이론들이 갖고 있는 여러 의미들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런 균형감각은 쉽게 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맑스주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다면 한번쯤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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