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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카이백화점 - 조선을 석권한 오우미상인의 흥망성쇠와 식민지 조선 ㅣ 일본근대 스펙트럼 4
하야시 히로시게 지음, 김성호 옮김 / 논형 / 2007년 4월
평점 :
강력하게 추천을 받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무척 흥미를 느끼기도 했던 ‘미나카이백화점’은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 되지도 않게 된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에서 큰 명성을 떨쳤던 미나카이백화점의 성공과 몰락을 살펴보며 크게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조선의 모습들을 검토하기도 하고 작게는 그 성공과 몰락의 이유를 분석해보고 있는 무척 인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무척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하게 된 이유는 우선은 저자가 일반적인 사회과학 혹은 인문학을 전공한 이가 아니라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점과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회과학 혹은 인문학적인 방식의 시선만이 아닌 경영학에 의지하고 있는 시선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학문 간의 영역을 좀 더 가깝게 끌어당기는 것이 유행인 요즘이고,
그런 방식의 논의들이 갖고 있는 여러 장점들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이 오가는 최근인데, 저자의 논의는 이런 일련의 흐름들에 많이 만족을 줄 수 있는 논의들이 많기도 하고, 그런 여러 관심과 특이성 때문에 일제강점기 시절의 조선의 모습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얼마나 저자의 관점이 객관적이고 올바른 방식의 이해인지를 그리고 논의의 진행과 결론인지를 명확하게 결론짓지는 못하겠지만 그동안의 인문학 / 사회과학 영역에서의 논의들이 갖고 있는 진부함-지지부진함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고 그 시대 속에서 한 기업을 그리고 그 기업을 통한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봄을 통해서 막연하게만 갖고 있던 일제강점기 시절의 조선의 모습을 조금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와 근거를 통해서 미시적 / 거시적 관점에서 미나카이백화점의 흥망성쇠를 검토하고 있는데, 어째서 미나카이백화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서장과 일제강점기 시절의 경험으로 인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한국 근대 백화점의 일본의 영향성에 대한 논의는 읽기의 시작부터 흥미를 끌게 만들고 있고, 미나카이백화점의 창업과 성장 그리고 당시의 경쟁업체들에 대한 논의들은 무척 상세한 내용으로 가득하고 그 논의들 속에서 바라보는 조선의 풍경과 당시 시대의 모습 또한 흥미를 느끼게 되고, 그동안 궁금함은 많았지만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점차 진행되는 도시화와 근대화에 대한 여러 근거 자료들과 이런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 성공을 이루려고 하는 미나카이백화점의 노력으로 내용이 이어지면서 어떤 노력과 그 노력이 경영학적 관심 속에서는 어떤 평가가 가능한지를 확인해보기도 하고 있고, 미나카이백화점의 수뇌부가 갖고 있었던 사고와 관심은 어땠을지를 분석해보기도 하는 등 무척 다양한 시도들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어서 무언가에 대해서 어떤 특정한 학문 영역으로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영역의 관점을 통해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도 어떤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될 때 더 많은 영역들을 고려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저자는 시대, 환경 속에서의 미나카이백화점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지만 미나카이백화점의 경영적 특징이나 조직구성의 특성들을 검토하기도 하는 등 (앞서 말했던) 미시적 / 거시적 관점을 번갈아가며 미나카이백화점의 안과 밖을 바라보고 있으며, 좀 더 그 폭을 넓혀서 일제강점기 시절의 조선사회를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만 하는지를 고민하기도 하는 등 무척 다양한 시각-관점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 ‘미나카이백화점’의 장점이고 특색인 것 같다.
아쉽게도 그 논의를 좀 더 확장시키고 진행시켰으면 좋았을 것 같았지만 저자의 논의는 되도록 미나카이백화점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기 때문에(혹은 미나카이백화점으로 그 확장된 논의가 되돌아오기 때문에) 너무 멀리 가거나 높은 곳으로 향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렇게 향하고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파악하게 될 수 있기도 한 것 같다.
한 기업의 시작과 끝을 검토하면서
어떤 교훈과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 검토와 파악, 확인 속에서 한 시대를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일제강점기라는 서글픈) 시절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고, 그 내용이 무척 질적으로도 충분하고 뛰어나기 때문에 제아무리 까다로운 독서가라도 불만 없는 만족을 얻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