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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서의 건축 - 언어, 수, 화폐 ㅣ 패러다임 총서
가라타니 고진 지음, 김재희 옮김 / 한나래 / 1998년 11월
평점 :
가라타니 고진은 ‘트랜스크리틱’을 통해서 처음 접했고,
그의 논의들이 갖고 있는 예리함과 생각지도 못했던 통찰력 때문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되어서 되도록 그의 저서를 구해보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알라딘 중고서점을 통해서 구하게 된 ‘은유로서의 건축’도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어쩐지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구입을 하게 되었고, 감기 때문에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 대충 읽어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무엇을 읽었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훑어냈을 뿐이다.
짧은 단상들을 묶은 내용들이기 때문에 읽기에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과연 제대로 읽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의미심장하고 난해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논의들로 가득한 내용들이었는데, 크게는 이론적인 측면에서 (건축을 예를 들어 자주 설명하는 철학적) 이론들이 갖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 그리고 그 토대의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반대로 그 한계와 문제점 토대의 존재하지 않음을 통해서(그 없음이 있어야지만) 건축적 의지와 이론적 완성을 끊임없이 목표로 하는 철학의 모순과 이율배반을 지적하고 있고, 그 한계를 통해서 끊임없이 내부화 되지만 결국은 그렇게 될 수 없는 외부에 대해서 그 인식하지 못하고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지만 불현 듯 나타나고 결국은 인정하게 되는 외부를 / 존재하지 않던 것의 존재함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고, 후반부에는 맑스(마르크스)의 논의를 중심으로 근대 자본주의에 대해서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여러 이해들에 대한 논의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검토를 하고 있다.
몇몇 맥락에서는 이후의 논의들이 조금씩 엿보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이후의 논의들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는 논의들이 영글지 못하고 있는데, 가라타니 고진의 초기 논의들이 어땠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그가 어떤 고민 속에서 있었으며 그 고민들이 이후의 논의 속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었는지를 생각하며 읽게 된다면 아주 힘들게만 느껴지는 독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이론적인 측면에서 누구나 갖게 될 수밖에 없는 건축적 의지에 대한 가라타니 고진의 논의와 외부와 내부를 넘나들고 해체와 구축을 반복하며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를 풀어내는 가라타니 고진의 예민함은 무척 인상적이고, 다양한 논의들과 관심들 이후에 맑스의 논의로 돌아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는 그의 시도에서 그가 항상 어떤 논의들을 검토하면서 무엇을 염두에 두려고 하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아직까지는 가라타니 고진의 논의들에 대해서 그리고 관심들과 고민들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조금씩은 그의 논의들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한 것 같다.
그의 방대한 지적 수준에 감탄하며 그의 생각을 조금 더 뒤쫓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