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단홐, 쥴리델피

 

I came here

 

오랜만에 보는 영화였다.

오랜만에 방안에서 홀로 보는 영화였다.

한시간 이상 한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은 소견서 쓰는 시간,

그 외의 시간에는 이리저리 굴러다니거나, 친구가 들고 온 TV를 보거나,

이것저것 주워먹거나, 논문쓰는데 회피하며, 이리저리 발버둥 치기 일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이사를 하고, 이렇게 영화보는 순간이 손에 꼽히는 것 같다.

 

사랑이 하고 싶다.

내 마음을 주고 싶다.

솔직하고 싶다.

 

사람은 다르구나.

남녀는 다르지.

약속이란 없을지도.

 

기차에서 만나, 하루를 함께 보내자고 권유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하루를 함께 보내기로 한다.

대화를 하며, 소통되는 기분을 느낀 둘은

하룻동안의 만남 동안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다음 날 여자와 남자는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그리고 영화가 끝을 맺는다. before sunset이 기대됐다.

대화만 하다가 끝나는거야? 싶게, 많은 대화를 하지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서른의 사랑관 말고,

그냥 사랑

 

극 중 여자가 이런 말을 한다.

그와의 만남에서 가장 좋은 것은

서로의 약점, 서로의 좋지 않은 점에 대해 느끼지 않고, 파고들지 않고, 그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난 이렇게 해석했다..).

 

그말을 들으며,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을 향해 '그는 이래서 안돼.'라는 것을 무던히 만들어 대며, 헤어질 준비를 줄기차게 하며 만났던 이전의 나를 생각했다.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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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9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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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었던가? 더 전이었던가?

고향집 도서관에서 만났던, 이 만화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고, 꾸준히 심야식당의 연재를 기다리게 했으며,

꾸준히 읽어가게 했다. 그리고, 리뷰를 남겼었다.

 

내가 남긴 리뷰를 보면, 리뷰를 남겼다는 것을 까먹고, 다시 남기게 되거나,

이번처럼, 다시 감흥에 젖어 남기게 되거나, 하여,

두번, 같은 작품에 서로 다른 느낌의 글을 남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번은 심야식당 9니까. 그걸 예외로 치자면 예외고, 별개가 되겠지만.

 

며칠전 KBS 책과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에서

'심야식당' 이야기가 나왔고, 책에 대한 좋은 느낌들을 정갈하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이 생각났고, 나도 이런 식당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과

이 책 속의 사람들이 궁금해 졌다.

그리고, 다시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곳에 오는 사람들이 궁금해 지는..

이 만화는 그림이 있는 소설책의 느낌이다.

그림이 있는데, 그림에 치우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과하지 않은.

 

(여기서, 만화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만화의 기술적인 부분을 보아야 하는가, 그 안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가.

그렇다고, 그림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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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이.

쉼을 원하는 나에게.

'발전', '진취', '성공'이라는 이름하에,

쉬지않고, 조금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들.

무력함에 빠지면서도, 해야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조금은 털고 일어나,

한밤 중에 산책을 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여자 혼자, 한밤 중에 산책을 하냐고 한다면,

내 마음은 혼자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동네 근처를 배회하다, 친구가 보낸 메세지에 답을 하고,

친구가 내 곁으로 왔다.

조금은 빠르고, 조금 많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 앉아,

CF한편을 찍고, 원더걸스의 'like this'를 틀고 춤을 춰댔다.

그리곤 2000년대 노래를 부르면서 친구를 배웅했다.

 

--CF 시놉

a와 b가 도로를 두고, 반대면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다.

차들이 지나간다. 시끄럽다.

서로는 평상시 말투로 이야기를 한다.

그 소음 속에서 차근히 대화를 이어간다.

버스가 온다. 버스가 지나간다.

갑자기 조용해 진다.

a와 b는 그대로 앉아 있다.

시끄럽고, 조용하고, 모든 것이 지나가도,

여전히 둘은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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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이 나오는 줄 알고 봤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인 줄 알았으면, 마음의 준비 좀 하고서 볼걸..

 

우선, 세가지 단편 영화가 나온다. 옴니버스 식 아니다. 결국엔 하나로 이어지는? 아니다. 인류멸망과 관련되서 하나가 아니냐고? 어떻게 보면, 인류멸망인데,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의미로도 읽혀질 수 있는. 그래서 나는 그저, 세 편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첫번째는 류승범이 좀비가 된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쓰레기가 사료가 되어 그것을 먹은 소가 다시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그것을 먹은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전염병처럼 사람들을 물고, 또 그 사람들도 좀비가 되어, 결국 모두가 좀비가 되는. 정말 순식간에 파급효과가 '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렇지만, 우리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에 있지 않은가. 류승범과 그의 연인으로 나오는 고준희가 좀비가 되었지만, 뭔가의 여운을 남기며, 서로를 바라보며 영화가 끝이 난다. 그 때 느꼈다. 이 영화 괜찮다고.

 

두번째는 로봇이 성찰할 수 있는가? 로봇은 기계인가. 사람이 성찰하기 어려운데, 로봇이 성찰하면,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김민선의 오바스러운 격정적인 로봇 스님에 대한 지지 발언들을 들으면서,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본질면에서는 세 스토리 중에서 가장 의미있지 않았나 싶다.

 

세번째는 내가 주문한 당구공이 우주 저멀리서 핵이 되어 돌아오고, 지구는 그대로 폭파되고, 10년이 지나, 지하에서 살던 지진희가 커서 배두나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고, 다시 초록은 피어나고.. 다시. 윤회. 그저 때가 되었을 뿐이다?

 

계속 쓰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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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역할 훈련 ㅣ 토머스 고든의 '역할 훈련' 시리즈 1
토마스 고든 지음, 이훈구 옮김 / 양철북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8월 쯤에 아이를 낳을 예정인, 아는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부모심리'에 대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난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얼마전 힐링캠프에 한 스님이 나오셨다. 내 기억에는 법륜스님이었던 것 같다. 이름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가 말한 안과 밖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밖이라는 것에 집착을 하니, 안에 생긴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본연, 안이 따로 있고, 밖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데, 내가 밖에 있을 것을 고집하니, '안'이라는 것이 생기고, 그러다보면,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고, '안' 따로, '밖' 따로지 않겠느냐는 의미였던 듯 싶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었다. 전공이 무어냐고 물어보면, 심리학이라고 말 하며, 심리학에도 여러가지가 있어요. 임상, 상담, 발달, 산업 및 조직, 생물 등등 따로 세분화 되어 있지요. 저는 임상이예요. 라고 말하며, 굳이, 나를 임상의 테두리 안에 두려고 고집했던 것을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것저것 다 피하고, 이것저것 다 배제하고, 이 길을 걸어간다면,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임상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심리학을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며, 나 또한 배우는 사람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런 의미에서, 그 언니의 물음은 나로 하여금, 아동, 유아, 기초적인 발달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장을 넓혀준 뜻깊은 물음이었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 바로 '부모 역할 훈련'이다. '토머스 고든'의 저서로 parent effectiveness training을 번역해서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연스레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노력하여 부모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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