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범이 나오는 줄 알고 봤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영화인 줄 알았으면, 마음의 준비 좀 하고서 볼걸..

 

우선, 세가지 단편 영화가 나온다. 옴니버스 식 아니다. 결국엔 하나로 이어지는? 아니다. 인류멸망과 관련되서 하나가 아니냐고? 어떻게 보면, 인류멸망인데,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의미로도 읽혀질 수 있는. 그래서 나는 그저, 세 편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첫번째는 류승범이 좀비가 된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쓰레기가 사료가 되어 그것을 먹은 소가 다시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고, 그것을 먹은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전염병처럼 사람들을 물고, 또 그 사람들도 좀비가 되어, 결국 모두가 좀비가 되는. 정말 순식간에 파급효과가 '쩐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렇지만, 우리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에 있지 않은가. 류승범과 그의 연인으로 나오는 고준희가 좀비가 되었지만, 뭔가의 여운을 남기며, 서로를 바라보며 영화가 끝이 난다. 그 때 느꼈다. 이 영화 괜찮다고.

 

두번째는 로봇이 성찰할 수 있는가? 로봇은 기계인가. 사람이 성찰하기 어려운데, 로봇이 성찰하면, 사람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김민선의 오바스러운 격정적인 로봇 스님에 대한 지지 발언들을 들으면서, 좀 거슬리기는 했지만, 본질면에서는 세 스토리 중에서 가장 의미있지 않았나 싶다.

 

세번째는 내가 주문한 당구공이 우주 저멀리서 핵이 되어 돌아오고, 지구는 그대로 폭파되고, 10년이 지나, 지하에서 살던 지진희가 커서 배두나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고, 다시 초록은 피어나고.. 다시. 윤회. 그저 때가 되었을 뿐이다?

 

계속 쓰고 싶은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