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연구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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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이창희 옮김

 

2021813

The April Bookclub

 

열역학 1, 2 법칙으로 지구의 모든 현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제법 설득력이 있다. 물론, 이 법칙을 이해한다고 해서 세상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는 항상 한시 앞도 보지 못해 끙끙대지 않던가.

 

그럼, 열역학 법칙을 간단하게 보자.

 

열역학 제 1 법칙: 우주 안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불변하며, 따라서 창조될 수도 없다. 단지 그 형태만 바뀔 뿐이다. 우주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

 

열역학 제 2 법칙: 일명 엔트로피 법칙. 물질과 에너지는 한 방향으로만 변한다고 규정한다. 즉 유용한 상황에서 무용한 상태로, 획득 가능한 상태에서 획득 불가능한 상태로,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만 변한다.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엔트로피는 더 이상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측정하는 수단이다. 어떤 시스템 내에서 존재하는 무용한 에너지의 총량.

 

세상이 점점 혼란스럽고 무질서해지고 있다. ? 우주 안의 모든 것은 일정한 구조와 가치로 시작해서 무질서한 혼돈과 낭비의 사태로 나아가니까. 이 방향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너지는 창조될 수 없다.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사람들은 적절한 기술만 개발하면 우리가 소모해버리는 것을 거의 모두 재생하여 재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생각이다. 고립된 시간과 장소에서 엔트로피 과정을 역행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전체 환경의 엔트로피 총량은 증가한다. 재생이라는 것은 유용한 에너지원을 희생하고 전체 환경의 엔트로피 총량을 증대시키는 대가를 치러야만 가능하다. 미래의 생명체에게 유용한 물질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에너지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갈 때마다 일정액의 벌금을 낸다. 일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된다.

 

사유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 사람이 죽는 것도 엔트로피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유용에서 무용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에너지를 모두 쓰면? 죽음에 이른다. 그러면 사고로 갑자기 죽게 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지? 또 병으로 요절하는 것은 그 사람의 에너지 총량이 거기까지 였던 것이라는 말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먹이사슬 구조도 엔트로피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 먹는 것. 결국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내가 살아남는다는 것. ... 내가 얻으면 누군가는 잃어야 한다는 생존의 법칙이 엔트로피로 설명되니, 다시금 뜨끔해진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모두 다른 사람의 희생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굉장히 철학적이고 현학적이어진다. 문명의 본질은 욕구를 증가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이를 의도적이고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데 있다. 소유와 소비는 계속 열악해져 가는 세계의 일시적 현상으로 우리의 주의를 돌려 삶을 어지럽힐 뿐이다. 우리가 소유하는 것들은 결국 우리를 소유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거기에 집착한다. 소유물을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가졌는가에 따라 스스로를 판단한다. 바가바드 기타(흰두교의 경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물질에 대해 생각하면 인간은 거기에 집착한다. 집착함으로써 갈망이 생기고 갈망함으로써 분노가 탄생한다. 분노함으로써 망상이 생기고 망상은 기억을 지워버린다. 기억을 잃으면 분별력이 없어지고 분별력이 없어지면 파멸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존은 자연과 화해하고 생태계와 협동하며 살아가려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다. 바로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안겨준 숙제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생각도 [덕분에 자연이 좀 쉴 수 있겠군. 그동안 계속 못살게만 굴었으니]

 

과학이란 결국 우리 세대의 가장 어리석은 사람조차 지난 세대의 천재보다 앞서갈 수 있는 학문이다. 그러니 누구보다 잘 나가려고 부단히 애쓰기보다 진정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데 도움되는 노동에서 가치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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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 6년의 연애, 세 번의 입원 그리고 끝나지 않는 사랑의 기록
마크 루카치 지음, 박여진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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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마크 루카치 지음

 

하루아침에 당신의 아내가 조현병 환자가 된다면? 한순간도 사랑해 마지 않았던 연인이자 아내가 새로운 회사에 나간 뒤 지나치게 확인하는 작업, 불안으로 인해 일을 전혀 하지 못한다. 이어 우울, 환청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하면서 정신질환자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 내 의료환경과 많이 닮아있음을 발견했다. 정신과 환자가 입원하는 것에 대한 힘듬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정신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이들은 알 것이다. 입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그런데 겨우겨우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치료는커녕 다시 집으로 데리고 가라고 한다면? . 생각만 해도 싫다. 심지어 현 시국 속 작은 단위의 정신병원은 코로나 검사를 하고 집에서 기다렸다가 음성 판정이 나오면 입원하라고 한다. 입원 병상이 있는 것에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국이다.

 

얼마 전 환자 한 명을 검사하기 위해 4명의 성인이 동반했다. 얼마나 힘들게 병원에 왔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데 검사자는 검사에 협조적이지 않다고 검사 도중 돌려보냈다고 한다. 보호자도 지적장애 3급이었다. 보호자는 다시 와서 검사할 수 없다고 울먹였으나, 검사자는 단호했다. 지적장애 1급 환자가 재진단을 받기 위해 왔는데, 착석이 되지 않는다고 돌려보내고 진단도 받을 수 없게 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정작 검사자는 이전에도 계속 그래왔고, 진단도 나갈 수 있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나는 편법을 말한 것이 아니다. 장애등급법에 나와 있는 대로 검사를 진행하고 그들이 다시 재검사를 받으러 오거나, 서류를 떼러 오는 것을 방지해 주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나의 생각이 잘못된 거라며, 자신의 의견에 반기를 든다며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보니, 의료 현장의 모습이 더 쓸쓸하게 다가왔다.

 

외래에서 예약을 잡아달라고 전화가 왔다. 환자가 많은 상황으로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3주 이내에 해야 한다며, 입원해서라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하러 가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점심도 거른 채 검사를 했다. 간단한 색깔이나 숫자를 아는 것은 아예 안되고, 언어적 표현도 안될 뿐 더러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었다. 자리에 착석하는 것도 힘들었다. 스물이 넘은 자신의 아이의 장애를 인식하고 함께 살아온 엄마의 세월을 바라보며 검사를 마쳤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았다고 해서, 세상을 편한 대로 바라보는 태도에 신물이 난다. 내가 잘못을 했고 안했고의 문제를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를 사람으로 바라보고 늪에서 나올 수 있게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가 중요하다. 이것을 알 길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 그들의 삶에 귀 기울이는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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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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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코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책은 별점으로 평가하기가 죄송스러울 정도였으나, 소개해준 이에게 경멸을 담아 별 하나를 과감히 뺐다.

 

수십 년 전의 이야기부터 거슬러가면서 쓰는데, 마치 어제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나와서, 무서웠다.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하고 있다가 상세하게 풀어쓴 저자의 힘에 반했지만, 개인적인 나로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심지어 전공도서에 가까운 책을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가독력도 좋다.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트라우마를 뇌로 바라보기, 애착 문제가 있거나 성폭력 노출된 아동이 성인이 돼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렇다면 트라우마로 인한 흔적은 지울수 없는 상처로 새기면서 살아야 하나?/회복의 방법은 어떻게 될까. 이런 순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면밀히 나타내고 있어,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려워 눈물이 났다. 수많은 곳이 기억해야 할 문장들로 넘쳐났다. 그 중 기억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는 대목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기억. 나도 기억으로 인해 고통받고, 엄마도 현실이 아닌 기억으로 고통받고. 기억은 현실을 넘어 고통을 가져온다.

 

다이애나 포샤의 말을 남기며 책 읽은 소회를 마친다.

[회복력의 바탕은 자신을 사랑해 주고 맞춰 주는 듬직한 사람에게 이해받는다는 느낌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사람의 생각, 가슴속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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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일 - 한 권의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박혜진 외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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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일

박혜진, 이영준, 박경리, 천정은, 양희정

민음사

 

20215월 민음사 창립 55주년, 대표 도서 55종 중 10권에 관한 편집자의 회고.

 

나머지 45권도 기다려진다.

 

저자만큼이나 편집자의 시선이 책의 가치를 올리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그리고 편집자들의 글솜씨 또한 여느 저자들과 견주어봐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책은 대표 도서 10권을 어떻게 제작하게 됐고, 편집자들이 저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존경심을 넘은 경외심이 때로는 신앙적으로, 때로는 조용한 감탄으로 기술되고 있다.

 

[책 만드는 일]을 읽는데, 모두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이어서 산뜻하면서도 민망했다. 책에 편협함을 담아 읽기 쉬운 책들만 만나고 있었던 것 같다. 김수영, 보르헤스, 밀란 쿤데라, 앤 드루얀, 이수지 등 그들의 세계에 들어갈 숙제가 주어진 것 같다. 이 행복한 숙제를 준 이 책을 보고 민음사의 대표 도서 55종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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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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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왠지 범접할 수 없는 어린이가 어른들의 생각은 다 허상이라는 듯이 촌철살인의 멘트를 날려줄 것 같은,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흔들리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런데 책 소개를 보고 꼼지락, 머뭇거렸다. 내가 생각한 책이 아니었다. 어린이의 세계에 대해 통찰하게 하고 뭔가 기똥찬 것을 알게 될 것 같은 제목에 마구마구 끌렸는데, 독서지도하는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엮은 책이라는 말에 몽글몽글하고 따뜻따뜻한 느낌이 들어 반감이 일었다. 구매는커녕 장바구니에서도 밀려났다.

 

ㄷ ㄷ ㄹ ㄷ 독립서점에 갔다. 출판 클라스가 코로나 격상으로 예고없이 연기됐다고 한다.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완전 내 취향의 책들이 가득한 2층에 올랐다. 내가 서점을 하고 책을 들여놓아도 이럴 것 같은 내 마음에 꼭 드는 곳이다. 그런데 두둥. 하늘색 버전의 [어린이의 세계]가 있다. 아날로그 감성의 나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사는 한두 권의 책에 위안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데 하늘색 버전이라니. 거기에 책을 사면 새싹 배지를 준다니. 안 살 수가 없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누구나 어린이였는데, 그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른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을 조용하고 따뜻하게 타이른다. 어린이의 눈높이로 생각한다고 해도 그것을 직접 어린이에게 물어보지 않는한 그건 어른으로서의 생각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물어보자.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맞춰 동행하자. 어린이는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어른을 보고 배우는 어린이게서도 배운다. 지금 당신의 눈앞에 어린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오늘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어린 시절 생각만해도 진저리가 처지는 나같은 사람이 있다면, 더는 속상해 하지마라. 그것은 어린이였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당신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어린이는 아름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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