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꼬마였을 때는 집에 있는 전화기가 유선전화기였다.

친구전화 받을 때, 좋아하는 남자친구네 집에 장난전화 걸 때

부모님 눈치를 보면서 몰래몰래 해야 하는 부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 귀로 전해지는 그 반가운 목소리들은 언제나 깨끗하게 전달되었다.

전화를 끊을 때가 되면 꼭 상대방에게 먼저 끊기를 권했었다.

나는 좀 더 오래 수화기를 들고 서서 "딸깍"하는 소리 뒤에 들려오는 "뚜~뚜~"하는 신호음을 음미했다...

"딸깍"하고 상대방이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한 번 더 생각났다. 정말 그랬다...

고등학생이 되고 무선전화기를 쓰게 되었다. 통화권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밧데리 잔량이 다 되어 "띠띠띠"하는 경고음이 들려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면서 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무선전화기는 유선전화기 같은 정겨움이 없었다.

전화기를 들고 조금 멀리 벗어나면 금새 "치이익"하는 경고음으로 통화권 이탈사실을 알렸으며

여전히 나는 상대방에게 먼저 전화끊기를 권했지만

이제는 그 쪽에서 종료버튼을 누르는 순간 전화는 "뚝"하고 순식간에 끊겨 버렸다.

무선전화기를 쓰고 나면서 먼저 전화를 끊고 싶어졌다. "뚝"하는 소리 뒤의 적막함이 싫었다...

지금은 핸드폰을 쓴다.

아무 때나 어느 곳에서나 원하는 누구에게나 전화를 걸고 받지만

가끔은 "딸깍"은 커녕 "뚝"하는 소리도 없이 전화가 끊겨버리기도 한다.

끊긴 줄도 모르고 다시 전화가 걸려올 때까지 끊긴 핸드폰에 대고 계속 말하고 있는 나를 자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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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8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선전화기를 돌릴때 촤르륵하는 소리가 참 좋았어요^^

frost79 2005-10-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동그란 구멍에 손가락 넣고 돌렸다 빼면 촤르륵~ 하고 돌아오던..^o^
나중에 꼭 그런 전화기 놓고 살아야겠어요. 자꾸 전화걸고 싶었질 듯..^^
 
이중설계 1 - 몽생미셸의 지하
프레데릭 르누아르.비올레트 카브소 지음, 이재형 옮김 / 예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머리가 복잡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일 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나를 멀리 떨어진 곳, 나와 무관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가벼운(그렇지만 재미있는) 소설을 한 권 읽는 것이다. 이럴 때 읽는 환상적인 소설 한 권은 힘겨운 무더위가 온 몸의 기운을 빼앗아 가버리는 한여름에 읽는 그것만큼이나 큰 위안이 되곤 한다.

  <이중설계>는 원래 읽고자 했던 책은 아니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를 읽으면서 이제 비슷한 형태로 쓰여진 즉, 팩션 소설이라 분류되는 소설은 왠지 더 이상 보게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연히 거실 탁자에 놓인 책을 집어드는 순간, 당연히 읽게 되었고, 읽기 시작한 이상 웬만해선 끝까지 읽어내는 성격 탓에 두 권 모두 보게 되었다. <이중설계>는 <다빈치 코드>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소설이다. 물론, 작가가 다르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빈치 코드>가 숨쉴 틈도 없이 전개되는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같았다면(안 그래도 영화로 제작되고 있지만) <이중설계>는 그야말로 낭만적인 한 편의 중세소설이다. 역사적 장소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그 비밀을 파헤치는 주인공들, 역사적 사실들과 허구적 이야기들이 긴밀하게 얽혀 들어가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중설계>의 미스터리는 아쉽게도 <다빈치 코드>의 그것만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살인사건이 있고 숨겨진 비밀이 있고 복선이 깔려있고 어느 정도 독자의 추리력을 필요로 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싶다. 1권을 읽고 나서 그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범인이 누구인지 결말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조심스런 추측을 해보면서 2권을 펼쳤을 때, 2권에서 그 조심스런 추측을 배신하지 않는 이야기가 진행되면 누구나 조금은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오히려 이 책을 그나마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기대했던 극적인 재미보다는,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로망과 모이라의 사랑이야기이다. 이야기 구조만 놓고 따지고 들면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옛날 옛적 사랑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몽생미셸이라는 신비로운 공간과 종교, 민족, 역사 등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은 주제들에 힘입어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내내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이 소설의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또 다른 주인공인 조안나의 심리 상태에 관한 것인데, 처음부터 매우 불안정한 양태를 보이는 조안나의 심리 상태는 그 자신과 친구, 정신분석의에 의해서  다양하게 해석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뜻밖의 인물에 의해 그 마음 깊은 곳, 무의식의 의미가 드러난다. 조안나의 갈등과 방황의 의미, 그리고 남겨진 선택이라는 결말은 통상적으로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 것으로 끝나는 여타 소설들보다는 조금 색달라서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내 마음 속의 갈등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두 세계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지 내가 선택할 곳은 어디인지 등등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흥미진진함이라는 요소는 좀 덜했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남다른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고 프랑스 몽생미셸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졌으며 마지막 조안나의 선택은 어떤 것이었을지 그 이후 그녀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보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아,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완전한 직역에 가까운 문장들이 가끔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는 점을 유의하시길. 가끔씩 작가가 원래 쓰고자 했던 문장의 뜻이 무엇이었을까를 추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만 감수한다면 멀리 떠나버리고 싶은 기분일 때 읽기에 나쁘지 않은 책이다.

마지막 사족 - 개인적으로는 <이중설계>를 영화로 만들면 <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더 잘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글자로 전개되는 내용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계속해서 상상해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특히나 몽생미셸의 돌들이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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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때 철저하게 문과, 이과로 나뉘어서 과학이라고 분류되는 여러 과목들이 내게는 더이상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을 때부터, 아니 어쩌면 훨씬 더 이전부터 과학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했던 나였기에 "대중적 과학교양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책들을 보면 쉽게 지나치지를 못하곤 한다. 과학을 멀리 했던 것도 나였고, 결국 순간순간은 모두 내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결과였는데도 마치 과학에 대한 지대한 열망이 누군가에 의해 억울하게 억눌려있었던 것처럼. 그래서 그 때 가보지 못한 과학에의 길을 언젠가는 꼭 밟아보고야 말겠다는 보상심리처럼. 나는 그 첫걸음으로 항상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을 전해준다는 "대중적 과학교양서"에 빠져드는 것이다.

  나의 의도만을 놓고 봤을 때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처음 접한 빌 브라이슨의 글솜씨는 전혀 기초지식 없는 나를 저 멀리 우주공간으로 데려갔다가 지구의 뜨거운 핵 속으로 떨어뜨리기도 하면서 한껏 과학에 다가가고 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때로는 전혀 새로운 사실들을, 때로는 너무 형식적으로 외워서 이름만 겨우 기억나는 많은 이야기들을 새롭게 전달해주었다. 빌 브라이슨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정말이지 다양하다. 과학의 그 다양한 분야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지루하게나 딱딱한 느낌 없이 각 장의 주제에 맞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이야말로 빌 브라이슨이 전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책을 읽기 위해 집어들면서, 표지를 바라보면서 이 책이 내게 어떤 즐거움 혹은 어떤 새로운 지식을 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 처음 내가 이 책 한 권을 통해서 얻으려 했던 것은 내 자신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의 해소였다. 철학이나 신학, 그 외의 많은 학문 분야들이 나와 이 세상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노력해왔지만 그래도 말 그대로 "과학적인, 좀 더 과학적인" 설명을 듣고 싶었던 게다. 결과만 말하자면 무언가 많이 얘기를 듣긴 들었는데 나의 질문은 좀 더 깊은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이는 빌 브라이슨의 지식수준이나 글솜씨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저자 자신도 스스로와 주변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개인적 관심에서 출발했던 만큼, 그가 수 년간 들인 노력과 조사의 결과물은 누구보다도 이해하기 쉽고 마음에 와닿는 형태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문제는 현실 그 자체이다. 이토록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평생을 바쳐 연구해왔건만 책 속의 표현을 그대로 따르자면 <결국 우리는 나이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도 없고, 거리를 알 수 없는 곳에 있는 별들에 둘러싸여서, 우리가 확인도 할 수 없는 물질로 가득 채워진 채로,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는 물리 법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우주에 살고 있다는 셈이다.p.188>. 인류의 기원이나 지구의 미래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아마 비슷한 대답이 가능할 것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깊은 시공간 속에서, 너무나 짧은 시간 동안 이 곳에 머무른 우리로서는 알 수 있는 사실이 그토록 적다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역시나 책장을 덮고 나니 아쉬움이 밀려온다.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들인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두 가지 상반되는 생각은 '이토록 많은 지식을 쌓고, 세상을 이해하게 된 우리 인간은 얼마나 위대한 종족인가'라는 우쭐함과, '우리는 진화의 정점에서 탄생한 최고의 결과물이 아니라 극히 당첨되기 어려운 전우주적 복권에 당첨된 우연의 산물, 대단한 행운의 주인공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다. 과거에 대해서도,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아직은 모르는 것이 더 많고 어쩌면 영원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지금까지 이룩해 온 모든 일들이 그랬듯이, 늘 흔들림 없는 정신으로 자신의 일에 평생을 바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오늘날의 지식을 낳고, 인간사회를 발전시켰다. 이 책을 보면, 그 소중한 노력들과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제일 마지막 장에서 간곡하고도 단호한 어조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도 결국은 알 수 없는 변화와 힘들로 가득한 이 넓디 넓은 우주의 나그네라는 것이다. 지구에서조차도 너무 기세등등하게 집주인 행세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와 한 집에서 살아가는 세입자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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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5-09-0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브라이슨의 다른 책에서 브라이슨 글솜씨에 완전히 반했는데도 이 책은 잘 안 읽히던데, 프로스트님 리뷰보니 다시 도전하고픈 욕심이 생기네요^^

frost79 2005-09-07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사실 이 책을 몇몇 지인에게 추천했었는데 생각했던 것에 비해 실망이라는 분도 계시더군요. 확실히 책도 영화와 비슷한 것 같아요. 어떤 영화를 볼까를 선택할 때는 주변의 평에 많은 영향을 받지만 결국 보고 난 후에 느낌은 사람들마다 다 다르듯이요...제 리뷰를 보고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신다면, 좋은 느낌을 얻으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처음 이 곳에 서재를 만들 때는

많은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내 느낌과 생각들을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엮어서

그야말로 나만의 서재를 꾸미고 싶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너무 책을 적게 읽고 있으며

생각과 느낌이라는 것도 자꾸만 내 안으로만 숨으려 들고

작성한 마이리뷰를 어느 카테고리에 넣을지 고민하게 될 행복한 날은

아마 근 시일 내에는 오지 않으리라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권 읽을까 말까 한 독서량이긴 하지만

업무에 지치고 일상에 지친 와중에 틈내서 읽는 책이 내게 주는 기쁨은

그리고, 충만한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고 설레는 기분으로 나만의 리뷰를 쓸 때의 벅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목표를 향해 가는 중에 나를 반기는 행복함이다.

언제나 바라는 모습과 현재의 모습은 다르지만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의 수많은 행복함들.

작다고 여겨지면 한없이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행복함들에

감사해하고 그로 인해 풍부해지는, 결코 빈곤하지 않은 인생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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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의 상사 한 분은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꼭 이 책을 선물하신다. 결혼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말과 함께.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될까 걱정하면서도 결국은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은 양극단이다. 살면서 정말 도움이 되는 몇 안 되는 책이라는 호평에서부터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 최고로 책값이 아까웠다는 혹평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결국 결론은 영화에서의 경우와 같다. 이미 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갈등은 하게 되지만 결국 내가 보지 않으면 그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책의 경우에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읽다 영 아니다 싶으면 덮고 잊어버리면 그만이니 말이다.

  책의 내용은 혹시나 했던 그대로였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어떻게 다르며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지속적인 사랑을 가꾸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저자는 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얻게 된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남녀의 차이를 다룬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 책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렇게 실제 사례들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 자신의 부부생활에서 겪게 되었던 문제들을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보다는 비슷한 경험을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다른 수많은 부부들의 문제로 일반화시켜 갈등구조와 원인에 대한 그 나름의 이론을 세우고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그의 말대로라면 수 만 쌍의 부부를 이혼위기에서 건져낸 저자의 노력이야말로 이 책의 성과를 돌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미국 사회의 부부들이 겪는 문제와 고민들이 과연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녀 문제란 특정한 맥락을 따지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서나 어느 세대에서나 공통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내 느낌은 있는 그대로 별 세개짜리 만족이다. 공감이 되고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두고두고 읽으면서 평생 도움을 얻을 만한 내용은 아니었고, 전혀 공감되지 않고 이해되지도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책값이 아까울 정도는 아니었다. 남녀간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서로의 사랑이 진실되게 지속될 수 있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리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내 행동이나 말들이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첫 장부터 끝 장까지 너무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화성남자, 금성여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분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물론 사람은 다르고, 남녀도 다르다. 저자가 제시하는 사례들을 보면 난 정말 금성인처럼 생각하는구나, 난 정말 화성인처럼 행동하는구나..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받기 원하는 여자, 인정받기 원하는 남자', '동굴로 들어가는 남자, 기분이 파도처럼 오르내리는 여자'라는 대전제에 대해 공감하기 쉽지 않은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남자친구에게 이 책을 읽어보았는지 물어보았다. 예전에 읽어본 적 있다는 그에게 책을 읽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묻자, "우린 목성에서 왔다는 생각?" 이라고 말한다. 부담없이, 너무 큰 기대 없이 읽어보길 권한다. 그와 나 사이, 혹은 우리와 그들 사이의 차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 하나쯤 경험해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닐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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