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꼬마였을 때는 집에 있는 전화기가 유선전화기였다.
친구전화 받을 때, 좋아하는 남자친구네 집에 장난전화 걸 때
부모님 눈치를 보면서 몰래몰래 해야 하는 부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 귀로 전해지는 그 반가운 목소리들은 언제나 깨끗하게 전달되었다.
전화를 끊을 때가 되면 꼭 상대방에게 먼저 끊기를 권했었다.
나는 좀 더 오래 수화기를 들고 서서 "딸깍"하는 소리 뒤에 들려오는 "뚜~뚜~"하는 신호음을 음미했다...
"딸깍"하고 상대방이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한 번 더 생각났다. 정말 그랬다...
고등학생이 되고 무선전화기를 쓰게 되었다. 통화권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쓰면서,
밧데리 잔량이 다 되어 "띠띠띠"하는 경고음이 들려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면서 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무선전화기는 유선전화기 같은 정겨움이 없었다.
전화기를 들고 조금 멀리 벗어나면 금새 "치이익"하는 경고음으로 통화권 이탈사실을 알렸으며
여전히 나는 상대방에게 먼저 전화끊기를 권했지만
이제는 그 쪽에서 종료버튼을 누르는 순간 전화는 "뚝"하고 순식간에 끊겨 버렸다.
무선전화기를 쓰고 나면서 먼저 전화를 끊고 싶어졌다. "뚝"하는 소리 뒤의 적막함이 싫었다...
지금은 핸드폰을 쓴다.
아무 때나 어느 곳에서나 원하는 누구에게나 전화를 걸고 받지만
가끔은 "딸깍"은 커녕 "뚝"하는 소리도 없이 전화가 끊겨버리기도 한다.
끊긴 줄도 모르고 다시 전화가 걸려올 때까지 끊긴 핸드폰에 대고 계속 말하고 있는 나를 자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