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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평점 :
이 책의 원제는 'BEYOND BEEF', 즉 쇠고기를 넘어서이다.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왠지 비슷한 얘기일 것 같아 조금 시간을 두고 읽어보자고 한 것이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지구 환경 전체를 염려하는 시각,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고자 하는 열의는 두 책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의 특별함은 이 책에서 제레미 리프킨은 그야말로 쇠고기와 소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음식혁명'에서 존 로빈스가 다양한 육식 식습관에 따른 폐해, 부작용과 학대받는 동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시각을 견지했다면, 제레미 리프킨은 좀 더 냉정한 객관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인간과 함께 해 온, 그러나 지금 인간과는 너무 멀어져버린 '소'라는 존재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신화와 역사, 과학의 분야까지 넘나든다. 고대세계에서 신으로 추앙받던 위치에서 현대의 거대 축산단지에서 생산되는 표준화된 상품으로 전락한 소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생물학적인 소의 정의를 벗어나 인간사에 함께 존재해 온 동반자로서 소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드넓은 미 서부의 개척시대를 거쳐 산업시대에 이르는 동안 이루어진 축산 단지 조성의 역사는 육식, 특히 쇠고기를 즐기게 된 인간의 기호가 다른 지구 환경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특히, 서부 평원을 목초지로 개간하기 위해 자행된 버펄로의 살육과 인디언 박해는 인간의 상업적 이기심이 얼마나 악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과도 같다. 제레미 리프킨은 또한 쇠고기와 관련되어 있는 뿌리깊은 사회적 장치들 -제국주의, 성차별주의, 계급주의-을 밝히고 있다. 실상, 고기를 먹는 행위를 힘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이해하는 것은, 굳이 서양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 내 자신에게도 내재해 있는 뿌리깊은, 그러나 근거없는, 믿음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육식 식습관이 결코 건강 내지는 힘(!)을 위한 최선의 영양책이 될 수 없다는 결과들이 다양한 경로에서 발표되고 있다. 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우려에서 육식을 자제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내린 쉽지 않은 결정이 지구 전체로는 얼마나 큰 축복을 주는 결정이 되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현대 축산 단지가 전지구에 끼치고 있는 다양하고도 집약적인 폐해를 가리켜 '차가운 악(COLD EVIL)'이라고 규정한다. 사실 한 개의 햄버거를 사 먹고 스테이크를 자르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의 파괴라든가 곡물이 소의 사료로 쓰이는 동안 배를 곯고 있어야 하는 저 먼 나라의 빈민들을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고기를 먹는 행위를 감히 나서서 비난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수많은 인과관계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햄버거 하나를 사 먹는 행위조차도 결코 우연일 수는 없고, 그 행위가 궁극의 결과를 일으키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이 정도면 가히 명백한 '나비효과'가 아닌가. 언제나 그렇듯 선택은 개개인의 몫이지만,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서서히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