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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 - 부모들이 잘 모르는 자녀들이 싸우는 이유와 대처법
일레인 마즐리시.아델 페이버 지음, 서진영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여덟살 터울이 나는 남매를 두고 있다. 내 속도 모르는 남들은 그런다. "누나가 다 컸으니 동생 잘 챙겨주겠어요." "동생이 누나를 잘 따르죠?" "둘이 싸울 일이 없겠네" 오우~ 정녕 모르시는 말씀! 터울이 많이 나면 탈 없이 잘 지낼 것이라는 건, 미안하게도, 완전 착각이다. 애들 나이와 상관없이 이 세상 모든 형제자매는 다 싸운다. ㅠㅠ
[천사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라는 제목이 눈에 번쩍 띄였다. 그래, 바로 그것이 알고 싶었어! 이유를 알려줘!!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신경이 바짝 곤두서고, 본격적인 난장판이 벌어지면 울화통이 터지는 심정은 겪어보지 않고는 절대 모를 일. 형제자매를 공평하게 대하라거나, 아이들 각자의 감정을 존중하라거나, 원칙을 미리 정해놓고 일관성을 가지라거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아마 거의 모두가 알고 있을 이런 지침들은 애들 싸움을 해결하는 데 그다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나의 경우 이미 수차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이 책을 보는 순간 흥미와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자녀교육의 대가인 저자는 부모교실에서 만난, 애들 싸움에 하루하루가 괴로운 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자녀가 왜 싸우는지, 어떻게 싸움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왜'는 아이들의 심리를, '어떻게'는 부모의 자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애들 싸움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병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지를 꿰뚫어보는 저자의 관점이 참으로 명쾌, 통쾌하다. 현실적으로 애들 싸움의 유형이야 수도 없이 많을 뿐 더러 아이들의 특성 또한 모두 다르기 때문에 남의 경험담이 곧 내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답안이 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천사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는 정말 각양각색의 경우가 등장한다. 실제 애들 싸움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의 입에서 나온 이 책 안의 말들은 바로 나의, 독자의 그것이여서 동지애마저 느껴지니, 이 많은 경우의 수 안에서 왠만한 애들 싸움이 거의 대부분 소화되었다고 보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여보, 나는 정말 당신이 좋아.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그래서 당신하고 똑같은 사람을 새 아내로 맞기로 했어"(38쪽)로 시작하는 비유적 가정으로부터 이어지는 여러 경우의 상황들. 비록 가정이지만 그 상황은 차마 참기 힘든(!) 것으로, 그것이 곧 지금 내 아이들에게서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에 씁쓸한 공감이 일어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리고, 아이들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것을,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각자 한 명 한 명을 독립적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인식시켜줄 것인지에 대한 지침. 불공평한 것이 공평한 것임을 역설하는 이 대목 또한 신선한 충격이다.
애들 싸움의 원인과 대처방법의 요점을 정리하자면 여타 자녀교육서나 부모지침서에서 다루었던 주제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분명한 장점은 애들 싸움의 원인을 상당히 공들여 파악해줌으로서 그 원인에서부터 부모가 얼마나 어떻게 역할하고 있는지를 열변하고 있으며, 또한 애들 싸움의 대처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하였다는 것, 즉 아이들이 이렇게 할 때는 이렇게, 저렇게 할 때는 저렇게, 또 다르게 할 때는 또 다르게 대응하라고 하나하나 짚어주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아... 천사같은 우리 애들, 정말 천사같은 우리 애들인데 왜 이렇게 싸우는지 고민스러운 부모에게 바치는 완소책이다. 조금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참 고맙다. 애들 싸움에 내가 스트레스 받을 일도, 나의 호통에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을 일도 훨씬 줄어들리라. 천사같은 우리 애들의 날개를 활짝 펴게 해주리라.